8월 28일 경북 안동에서 개원하는 도심포교당이자 불교회관인 홍효사(弘孝寺). 홍효사를 머릿속에 떠올린 한 기업인의 머릿속에는 온갖 상념이 교차한다.
| ||||
하지만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문중 사람들을 초청해 홍효사를 복원하자고 제의하고 복원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홍효사가 있었다는 자리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복원허가를 받아내기는 어려웠다. 하는 수 없이 자신의 고향이자 절골이었다고 전해지는 안동 약산에 사찰을 지었다. 부처님의 은혜와 불교의 자비효도사상을 널리 선양한다는 뜻에서 절 이름을 홍은사(弘恩寺)라 했다. 1997년 가을, 홍은사는 그렇게 20여 년 간의 긴 세월동안 조상의 효심을 잊지 못하는 한 불자의 정성으로 태어났다.
그런데 고민이 생겼다. 홍은사가 산 속에 위치해 있다보니 찾아오는 불자가 많지 않았다. 안되겠다 싶어 도심 속에 포교당을 두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절 이름을 그렇게도 애타게 찾았던 홍효사로 지었다.
신라 제42대 흥덕왕 때 어머니를 극진히 봉양해 국효(國孝)라는 칭호를 받았던 홍효공(손순)의 효심을 불교의 효사상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대현그룹 손현수(76) 회장. 불교계에서는 불교산악인연합회 명예총재이자 불교방송 이사, 조계종 중앙신도회 고문으로 잘 알려져 있는 신심깊은 불자인 손 회장에게 홍효사는 이렇게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손 회장에게는 이루고 싶은, 아니 이뤄야할 원이 있다. 홍은사와 홍효사는 그 원을 이룰 출발점이다.
"우리 그룹의 직원과 입주자들 가족까지 합하면 우리 대현가족은 1만5000명이나 됩니다. 이들이 모두 불교에 귀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국 지사마다 절을 지을 것입니다."
대현그룹은 지하상가개발사업체인 대현실업주식회사와 주왕산온천관광호텔, 현대관광 등 관광레져 분야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중견기업. 부산 대구 마산 청주 등지의 지사 직원과 상가 입주자 3천명과 그 가족들이 불교의 효사상을 본받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손 회장은 '홍은선원'이라는 법인체를 설립하고 경북도에 법인설립허가신청을 낸 상태다. 홍은사와 홍효사를 포함해 앞으로 지어지는 모든 절은 사단법인 홍은선원에 속하게 된다. 홍효사에 이어 곧바로 서울 중구에 위치한 대현그룹 빌딩 내에도 법당을 개원할 예정이다. 올해 안으로 세 곳의 대현그룹 사찰이 생기는 셈이다.
어떤 이들은 돈 있는 기업인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이 어디 돈으로 되는 일일까.
"기업이 이만큼 성장했으니 다시 돌려드려야지요. 여생을 부처님 가르침을 더 배우면서 또 모든 사람들과 함께 부처님 가르침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룹의 지사마다 절을 다 짓고 나면 전국 각지에도 절을 지을 생각입니다."
그룹 사보에 언제나 부처님 말씀을 싣고, 그룹경영이라는 무거운 일상 속에서도 틈틈이 경전을 읽고 명상을 하는 손 회장. 직원과 그 가족들의 노고에 불심으로 답례를 하고 있는 손 회장은 모태신앙 속에 자란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서 평화롭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