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참한 심정으로 올해의 첫 날을 맞았다. 2년여의 세월을 객지에서 보내면서, 내게 주어진 것은 가족들과 떨어져 산 것과 이제는 어느 정도 그것이 익숙해져 오히려 집에 가면 타인처럼 느껴지는 감정뿐이다. 내가 살아 있다는 의미가 무엇일까? 내가 할 일이 무엇일까? 나라는 존재가 이렇듯 무기력하게 주변의 환경에 무참히 무너질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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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운데 나를 스스로 이겨 낼 수 있게 만든 것은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믿음이었다. 홀로 서기를 시작하면서부터 나름대로 읽어온 불교 서적에서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마음을 키우고, 내게 주어진 귀중한 기회라 생각하고 깨어 있는 시간이 아까워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부처님 공부와 새로이 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공인중개사 공부를 병행해서 함께 했다.
밖으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어 혼자서 책이나 인터넷을 활용한 공부가 주로였고, 한가한 낮 시간엔 공인중개사 공부를 하고 하루를 마감하는 새벽엔 주로 경을 듣거나 불교 관련 책을 봤다. 자칫 시험공부로 받기 쉬운 스트레스를 부처님의 넓은 품에 쏟아 내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불교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너무도 막연했다. 참선이나 교리 공부는 엄두도 못 내고, 기초 상식이나 법문을 읽는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러던 중 아주 우연한 기회에 보현행원을 만나게 됐다. 보현행원을 얘기하는 카페(http://cafe.daum.net/bohhyun)도 방문하게 된 것이다. 며칠을 망설인 끝에 카페에 가입했다. 그 까닭은 이제까지 나의 믿음이 얼치기였다면, 이제부터는 모든 믿음을 가지고 내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막연하게 내가 잘되게 해 주십사’ 하는 기복적인 것보다는 인간 본질적인, 생명적인 것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기 하고 싶어서였다. 보현행원이라. 난생 처음 듣는 단어였다. 그나마도 ‘보현’이란 말은 알겠는데, ‘행원’은 무엇일까?
보현행원은 매사에 원을 가지며 일상생활에서 ‘고맙다. 잘했다. 미안하다.’란 말을 지어가는 수행법이라 이르면서 “우리 모두가 본래 부처임을 석가모니께서 명백히 밝혀 놓으셨으니, 우리는 굳이 깨달을 필요 없이 오직 부처의 길로 가기만 하면 된다”고 가르친다.
이 말은 기존의 내가 가지고 있던 불교 개념을 혼란시켰다. 아니 나 같은 필부가 깨달음도 없이 부처라니? 불교란 결국엔 스스로 깨달아 부처님이 되기 위한 것이라 알고 있는데, 도대체 이런 깨달음이나 수행이 중요하지 않고 오직 내가 본래 부처님을 알고 부처의 길을 가면 된다는 말은 나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리고 그 길이 행마다 서원을 세우고 단지 일상에서 ‘고맙다, 잘했다, 미안하다’란 말만 지으면 된다니, 또 고행도 수행도 안 해도 된다니, 나의 불교 상식을 뛰어넘는 이야기였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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