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 성격’했다. 화낼 때는 온몸을 파르르 떨 정도였다. 화를 다스리는 법을 몰랐다. 사실 정신없이 생활을 하다보면 소소한 감정에 휩쓸리기 십상이다. 그러다 접한 ‘알아차림’의 사띠 수행은 그런 내 행동과 생각을 스스로 들여다 볼 수 있게 했다. 지금 이 순간, 나를 깨어있게 한 것이다. 그리고 ‘수행을 즐기듯 하라’는 붓따빠라 스님의 말은 세상을 보는 눈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이기춘(47ㆍ여래지)>
| ||||
근본불교 상가 서울 반냐라마(지도법사 붓따빠라). 이곳의 사띠 수행자들은 자기 수행에 대한 확신이 굳건했다. 일상의 삶 속에서 변화된 자신을 확인하며 얻은 수행의 자신감이 이들의 표정에 고스란히 묻어나 있었다.
반냐라마는 초기불교 수행법인 사띠 수행도량이다. 이름부터 다소 생소한 반냐라마는 반야(지혜)와 라마(정사:精舍)의 줄임말로, 수행은 ‘알아차림(사띠ㆍ正念)’과 ‘마음집중(사마띠ㆍ正定)’의 힘을 키우는 사띠 수행을 전문적으로 한다. 법사는 6년 전 미얀마 마하시 수행센터에서 우와사와 스님에게 수행지도 허락을 받은 前 통도사 포교국장 본원 스님이 사띠 수행을 지도하고 있으며, 스님은 지금 ‘붓따빠라’란 법명으로 사띠 수행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 ||||
▤‘망상! 망상!’…그 실체를 알아차림이 사띠의 핵심
7월 29일, 서울 반냐라마의 목요 수행모임. 붓따빠라 스님이 좌선에 든 10여 명의 수행자에게 나지막한 소리로 수행을 지도하고 있었다.
“움직이는 내 마음을 알아차리세요. 배가 일어나면 일어남. 꺼지면 사라짐. 어지간한 생활의 소음들 망상들을 무시해버리세요. 배에 움직이는 내 마음을 툭 던져놓고 배에 움직임에 따라서 이름을 붙이고 알아차림을 하세요. 망상! 망상! 망상! 이름 붙이고, 세 번 정도 알아차림하고는 즉각 배로 돌아오세요.”
스님의 지도는 수행자의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망상의 흐름을 단번에 잡아냈다. 1시간씩 나눠하는 좌선과 걸으면서 하는 행선 시간에도 예외 없이 스님의 점검은 이어졌다.
“사띠 수행은 ‘자유와 행복’으로 가는 길이자 도구이에요. 좌선과 행선, 일상생활에서 하는 수행인 생활선은 사띠 수행의 구체적인 수행법이에요. 잊지 마세요. 사띠 수행은 ‘자각과 마음집중’이 핵심인 것을요.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그 상황에 대한 알아차림만 이뤄지면, 다음 행동의 지침을 알 수 있어요. 행동의 끝자락을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이죠.”
| ||||
▤‘항상 행위의 끝에 마음을 두라’
스님은 이어 수행자들에게 한 마디를 던졌다.
“망상의 또 다른 이름인 ‘기억의 무게’와 ‘삶의 흔적’에 구속될 것인가, 해방될 것인가?”
“….”
“사띠는 모든 행위와 생각의 끝에 마음을 둬야 해요. 이렇게 사띠의 힘을 키우면, 번뇌와 망상을 제거할 수 있어요. 사띠가 강하면, 마음의 상에 비친 번뇌를 지워낼 수 있고, 자유로워질 수 있지요. 하지만 사띠가 약해지면, 현상에 끊임없이 구속되지요. 사띠의 힘에 따라 달라지는 셈이죠. 현상에 구속됨을 서양에서는 스트레스라 했고, 부처님은 업장이라고 했어요.”
스님의 말이 끝나자 수행자의 반응이 궁금했다. 4년째 사띠 수행을 해온 김시구(56ㆍ만법화)씨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온갖 번뇌들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망상의 실체를 여실히 알게 됐다는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번뇌와 망상, 그런 삶의 흔적들에서 꼼짝달싹 못했던 자신을 스스로 해방시켰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수행자 10명 중 3명은 타종교인
반냐라마의 수행 프로그램의 특징은 단연 ‘개방성’과 ‘유연성’에 있다. 다른 수행법에 대한 경험도 종교의 차이도 승속의 구분도 없다. 단지 수행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이곳에서 인정을 받는다. ‘선입견과 편견을 벗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라’는 사띠 수행 성격이 그대로 배어난다. 또 ‘수행은 즐기고 부처는 덤으로 얻자’는 반냐라마의 수행 슬로건에서도 단박에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수행을 즐기다보면, 수행의 정서가 몸과 마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들게 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반냐라마의 특징은 1년에 두 차례 진행되는 수행학교의 수강생 종교분포에서도 나타난다. 수강생 10명 중 3명이 타종교인이다. 이를 위해 반냐라마는 일방적인 예불동참을 권유하지 않고, 교과과정에 비교종교학 과목을 편성해놓았다.
수행학교의 교과과정은 2개월 과정의 기초반, 완성반, 경전반과 1년 과정의 지도자과정으로 구성했으며, 현재까지 500여 명이 수행학교를 졸업했다. 특히 수행동아리 성격의 수행모임을 매주 목요일에 갖고 있어 수행의 생활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수행모임은 오전 10시 30분~오후 1시 오전반, 오후 7시 30분~9시 30분 오후반이 있고, 진행은 1시간씩의 좌선과 행선, 다과 등으로 이뤄진다. (02)597-2841. www.pannarama.net
| ||||
▥【인터뷰】지도법사 붓따빠라 스님이 소개하는 일상에서 사띠하기
“일상생활 전부에 알아차림의 마음을 두지 말아야 해요. 초보자이나 구참자들도 빠지기 쉬운 함정인데, 지나치게 범위를 확장하면 알아차림을 놓쳐 버리게 돼요. 때문에 범위를 확장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알아차림의 범위를 줄여야 해요.”
붓따빠라 스님은 모든 것을 알아차리려 하면 일상생활 속에서 수행이 잘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너무 잘하려면 오히려 병이 된다는 셈이다. 알아차림을 넓히는 방법은 바로 줄이는데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사띠 수행을 하려면, 하루에 2~3개 정도의 알아차림을 하세요. 범위를 한정시켜 놓고 하다보면 훨씬 수행이 깊어져요. 이것을 잊지 마세요.”
스님은 이와 함께 좌선과 행선의 핵심 포인트도 짚어줬다. 좌선은 배에, 행선은 발에 포인트가 있다고 말했다.
“행선할 때는 발바닥을 봐야 해요. 길거리에서는 복장과 상관없이 평소 걷는 속도대로 걸으면 돼요. 움직이는 발의 속도로 행선을 하면 되지요. 처음은 땅바닥에 발이 닿는 느낌을 찾지 말고, 발의 움직임만을 알아차리세요. 그 다음에는 ‘발을 들려고 함. 가려고 함. 앞으로. 놓으려고 함 놓음’ 하면서 양발바닥에 무게감을 실으세요. 왼발 오른발 하며 하루 5분만 하면, 좌선을 60분 정도한 수행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