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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새벽 예불과 명상, 울력 등으로 어제와 다름없이 바쁜 산사의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보현반 아이들이 발우공양을 체험합니다. 어시발우 국발우 차곡차곡 펼쳐놓고 얌전히 아침을 먹습니다. 묘운 스님은 천천히 아이들에게 발우공양의 방법과 발우공양의 의미를 자상하게 가르쳐 주십니다. 아이들도 오늘 내게 온 공양물들의 공덕을 생각하며 쌀 한 톨, 김치 한 조각 남기지 않고 모두 먹어버립니다.
오전 9시 30분부터는 마가 스님을 계사로 대광보전에서 수계식도 열렸습니다. 100명이나 되는 어린아이들의 수계식은 그냥 보기 아까운 광경입니다. 마침 마곡사를 찾은 캐나다 관광객 아저씨 아줌마들도 신기한 듯 아이들의 수계식 장면을 뒤에서 지켜봤을 정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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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한분이 오늘 수계식의 의미를 아이들에게 설명합니다. 마가 스님이 법석에 오르고 대전ㆍ충청 포교사회에서 나온 선생님들이 참회진언 ‘옴 살바 못자모지 사다야 사바하’를 암송합니다. 연비가 시작되었습니다. 진향 향내가 나고 아이들은 일순간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계를 받는줄은 알았지만 연비 생각은 전혀 못했던 모양입니다. 묘운 스님이 향을 들고 아이들의 앙증맞은 팔뚝위에 연비자욱을 남깁니다. 아정이도 두 눈을 찔끔 감고 용감하게 거사(?)를 치러 냈습니다. 연비가 무서운 아이들은 스님을 피해 뒤로 숨기도 합니다. 연비가 어느정도 끝나고 잠시 법당안이 진정되자 마가 스님은 “연비는 우리가 지금까지 죄짓고 나쁜 일 했던 모든 것을 불태워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연비의 참뜻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잠깐의 고통으로 우리가 지었던 죄업을 마른 낙엽 태우듯 불살라 없애버릴 수 있다는 마가스님의 말씀에, 대견하게도 연비를 하지 않은 아이들 10여명이 스스로 앞으로 나와 묘운 스님에게 연비를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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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 스님이 물으면 아이들이 큰소리로 대답합니다.
“이유없이 목숨을 죽이지 않겠습니까?” “네, 죽이지 않겠습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까?” “네, 하지 않겠습니다!”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겠습니까?” “네, 훔치지 않겠습니다!”
“친구들과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겠습니까?” “네, 싸우지 않겠습니다!”
“부모님께 효도하겠습니까?” “네, 효도하겠습니다!”
아이들은 씩씩하게 어린이 5계를 모두 지키겠다며 다짐합니다. 이날 수계증은 6학년 성연제가 아이들을 대표해 먼저 받았습니다.
아이들은 2박 3일간의 어린이 여름명상학교 회향을 앞두고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특별한 의식도 치렀습니다. 수계식을 마친 아이들은 이날 수많은 친구들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훌륭하고 아름다우며 사랑받을 가치가 충분한 사람인가를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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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5명의 어린이가 상위에 올라 묘운 스님, 여러 선생님들, 다른 아이들로부터 3번의 절과 공경의 선물을 받습니다. 이렇게 반복해서 100명이나 되는 아이들은 모두 자신이 얼마나 존귀한 사람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처음 상 위에 올라 앉아 합장한 채로 절은 받는 아이들은 이 광경이 어색한지 머쓱한 표정입니다. 뒤에서, 연화당 밖에서 지켜보던 부모님들도 마냥 기특한 아이들의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맴돕니다. 정말 졸업식 같은 모습입니다.
태균이는 이러한 상황이 어색한 듯 헤헤거리며 웃기만 합니다. 자기가 진정으로 절을 받을 만한 사람인지 한번도 인식하지 못했던 탓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제 자신을 사랑하고 남을 배려하며 자비심 넘치는 부처님의 제자로 자라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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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애로운 마가 스님, 늘 행복한 웃음으로 대해주시던 비구니 묘운 스님, 힘들고 어려운일은 도맡아 해 주신 오미랑 포교사님을 비롯한 여러 포교사 선생님들, 친절한 행자님들, 공양간 보살님들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엄마 아빠도 없이 씩씩하게 보낸 2박 3일 짧았던 마곡사의 여름 어린이 학교가 끝나고 아이들은 각자 자신의 집으로 향합니다. 종루 옆 어슬렁거리던 백구야, 공양간 고양이야, 백련암 다람쥐야 내년에 다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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