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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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한 문수ㆍ보현동자 웃으니 연꽃이 활짝!
마곡사ㆍ본사 주최 여름템플스테이 제 6차 '어린이 명상' 현장

입재식에서 선서하는 아이들.
개구쟁이 선재동자들이 마곡사 부처님 품안에 폭 안겼습니다.
초복도 중복도 모두 지난 7월의 끝자락 중부지방에는 15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지만 29일 시작된 마곡사 어린이 여름불교학교 첫날은 다행히 해가 쨍쨍. 산새소리 매미소리 친구들 노랫소리에 신나는 마곡사 제6차 여름템플스테이 ‘어린이 명상’이 문을 열었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아이들은 무려 100명. 교사출신 포교사 선생님 10여명이 연화당에서 입재식을 준비합니다. 초등학생들 사이 군데군데 중학생 언니들도 보입니다.

제비처럼 재잘대며 아이들이 선서를 읊습니다.

첫째, 스님과 선생님의 말씀을 잘 따릅니다.
둘째, 시간을 잘 지키며 수업시간까지 조용히 기다립니다.
셋째, 절에 있는 물건을 아끼며 소중히 합니다.
넷째, 위험한 장난을 하거나 위험한 곳에서 놀지 않습니다.
다섯째, 스님을 만날 때는 합장하고 인사를 잘합니다.
여섯째, 놀 때는 신나게, 수업시간에는 열심히 합니다.
일곱째, 동생들을 괴롭히지 말고 보살펴 줍니다.
여덟째, 위에서 지키기로 한 약속은 꼭 지킵니다.

입재식.

절하는 아이들.


이렇게 많은 걸 어떻게 다 지키냐고요? 글쎄요, 2박 3일 유심히 지켜봐야죠.

마가 스님은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다리가 아프고 새벽 예불에서 졸려도 이 정도는 이겨내야 해요. 반찬도 풀밖에 없어요. 이번기회에 뱃살도 한번 빼보세요, 나물만 먹으면 날씬해집니다. 여기서 여러분은 사랑받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 갈 겁니다. 선생님들과 멋진 여행 시작합니다. 잘 할 수 있겠죠?”
아이들은 한 입으로 크게 "네~ㅅ”

좌선하는 아이들.

강강수월래.


파란반 초록반 주황반 노란반 등으로 반도 나누고 담임선생님도 정해졌습니다. 아이들은 2박 3일 동안 펼쳐질 명상여행에 대한 기대로 누구하나 얼굴 찡그리지 않고 즐거워합니다.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율동하는 아이들.

즐거운 아이들.


“초록반 일루와~” 경수가 아이들을 부릅니다. 첫 시간 ‘마음열기’을 시작하려는 모양입니다. 주황반도 연화당 한쪽에 자리를 잡고 둥글게 모여 앉았습니다. 주홍반은 홍경이 치우 태균이 태웅이 승희 연준이 동호 경은이 까지 스무 명입니다. 경은이는 중학생 누나입니다. 오늘 템플스테이가 초등학생만 대상으로 하는 줄 알고 사무국 스님에게 초등학교 6학년이라고 말했답니다. 창피하다네요.

즐거운 아이들.

노래 부르며 즐거운 아이들.


태균이는 자기가 원해서 온 명상학교가 아니었나봅니다. 아직 서먹해서인지 주뼛거리기만 합니다. 선생님은 주홍반을 연꽃반이라고 이름 짓고 구호도 정했습니다. 창경이가 큰소리로 “내가 웃으니 연꽃이 활짝, 아자!! 연꽃!!”이라고 목청을 높입니다.

아이들을 지켜보는 스님과 지도교사.

법당의 아이들.


자기소개가 끝나고 각자 별명도 짓고 나니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밖으로 나가 놀랍니다. “와~”소리가 귀를 따갑게 합니다.

이 녀석들에게 ‘묵언’이란 말은 뜻도 모를 그냥 기둥에 써놓은 글씨인가 봅니다. 단지 웃고 떠들 뿐 천진불 그 자체입니다. 딴청만 부리던 태균이도 이제야 얼굴에 화색이 돕니다. 같이 온 동생 태웅이, 태상이를 이끌고 밖으로 나갑니다.

가지런히 신발 정리.

종 쳐보기.


뛰놀던 아이들이 다시모이고 이제 묘운 스님은 아이들에게 가족들의 자랑거리 장점을 적어내랍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이 무엇인지 스스로 살펴보는 시간입니다.” 묘운 스님 말씀이 끝나자 아이들은 연화당 마루에 배를 깔고 엎드렸습니다. 아이들은 곰곰이 자신이 누구인지를 생각하고 저마다 아빠 엄마의 장점, 나의 장점을 또박또박 적어 내려갑니다.

문화재 공부하기.

엄마 아빠 자랑하기.


이 시간은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명상활동에 집중 할 수 있도록 자기긍정을 심는 과정입니다. 자신을 긍정하게 만들어 부정적인 사고를 없앱니다. 자신을 칭찬할 수 있는 아이는 남을 칭찬하고 받아들이는데도 능숙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뒤에서 한 녀석이 목청껏 울고 있습니다. 형이 동생을 바보같이 군다며 동생을 때린 모양입니다. 이놈들 주변은 금세 아수라장이 돼버렸지만 선생님들은 누구하나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우는 동생을 보며 머쓱해진 형은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이, 다른 형들이 동생을 달래기 위해 애를 씁니다. 대견하게도 아이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사태를 진정키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묘운 스님.

자기 긍정 발표.


어쨌든, 6학년 현제는 아빠가 자신을 친구처럼 대해줘서 좋답니다. 라면도 잘 끓여주시고 낚시를 좋아하셔서 회도 많이 만들어 주신답니다. 결정적으로 돈을 벌어 와서 좋답니다.

3학년 아정이는 누가 봐도 훌륭한 엄마 아빠를 가진 듯합니다. 이런 것도 자랑거리인가 싶습니다만, 자신은 시력이 좋답니다. 공부도 잘하고 예의를 꽤 ‘가춘(갖춘)’편이랍니다. 놀랍게도 기도력 뛰어난 부모님을 둔 덕분인지, 3000배를 해도 다리가 하나도 아프지 않다고 자랑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들이 안타까운 눈길을 끄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이 아이는 엄마아빠를 자랑하라는데 혼자 눈물을 흘리다 슬며시 밖으로 나가버립니다. 선생님들은 2박 3일 동안 이 아이의 마음에 막혀있는 무언가를 어루만지기 위해 내내 마음을 쓸 것입니다.

저녁을 먹고 문수반은 범종을 직접 쳐보기 위해 종루 앞에 모였습니다. 쿵딱쿵딱 법고가 울리고 스님이 목어 운판 치고 나니 아이들 차례입니다. 난생 처음 범종을 쳐본 아이들은 신기하고도 재밌다는 표정입니다. 천지가 울리는 음파의 진동을 직접 체험했으니 두고두고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겁니다.

나 너 우리 함께. 마곡사 자비명상 템플스테이 현수막.


어둑어둑해지는 산사의 저녁 박물관 앞에서는 공동체 마당도 펼쳐졌습니다. 오늘 처음 만난 아이들이지만 누구하나 뒤로 빼는 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인가 봅니다. 레크리에이션 강사 ‘스마일’ 아저씨와 어느 때보다 즐겁고 신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린이 명상 첫날이 이렇게 무사히, 그러나 소란스럽게 저물어 갔습니다.

이곳을 클릭하시면: 마곡사 템플스테이 홈페이지 가기
공주 마곡사=조용수 기자 |
2005-07-30 오전 1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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