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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골 담양의 용화사(주지 수진. 아일다 율원장)에서는 지난 며칠간 앳된 독경소리가 절 담장을 넘고 있었다. 제2기 구오사미 수계산림이 7월 25일부터 31일까지 열렸기 때문이다.
“새벽종성을 멋지게 하고 싶은데 스님들처럼 가락이 안나요. 그래도 함께 목탁치고 경전을 독송하는 친구들이 있어 좋아요”
지난해 구오사미계를 받은 능인 스님(10. 광주)이 “올해는 행자님들이 먼저 향이랑 촛불을 켜고, 좌복도 깔아 예불준비를 해서 편하다”며 스님임을 자랑스러워한다.
구오사미(驅烏沙彌)는 비구계를 받지 않은 예비승(사미) 가운데 7세부터 13세까지 나이어린 사미로 절에서 음식을 나르거나 곡식을 보고 날아오는 새들을 쫓는 일을 한다.
해방이후 불교계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20세가 되어야 사미계를 받도록해 구오사미가 사라진지 오래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수진 스님이 지난해 용화사에 구오사미 수계산림을 개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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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지난해 계를 받은 사미승 10명과 새로 계를 받고자 하는 행자 10명이 수계산림에 참가했다.
수계에 앞서 진행된 교육은 새벽 3시 40분에 일어나 저녁 9시까지 예불-청소-강의-울력-참선으로 이어진다. 강의는 ‘불교교리 상식’ ‘사미율의’ ‘부처님 가르침’을 비롯해 사물과 식당작법, 염불이 주를 이룬다. 승려로써 기본적인 습의가 몸에 배도록 반복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구오사미에게 무엇보다 강조되는 것은 인내력이다. 무릎꿇고 1시간 이상 진행되는 독경을 하고 나면 발을 제대로 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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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앉아있는 것이 힘들어요. 그런데 경전을 큰 소리로 읽다보면 언제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그때는 발도 아프지 않아요. 스님이 경전을 읽으면 힘이 나고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 봐요”
사찰뿐 아니라 행자생활이 낮설어 고생하던 군홍(13.대전) 행자가 독경을 끝내고 “이제 학교가면 잘해 낼 수 있을 것 이다”며 자신감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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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잘하는 군홍 행자는 학생생활이 원만하지 못한편이다. 부모님이 다니는 절에서 구오사미 수계산림을 권했고 마지못해 찾아왔다. 처음엔 ‘내가 해낼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절이 좋아졌다. 함께 먹고, 자고, 공부하다보니 모두가 마음 터놓고 얘기하는 친구가 되었다. 행자생활에 비하면 학교생활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잊고 있었던 컴퓨터 전문가 꿈도 다시 갖게 되었다. 이제는 뭐든지 자신있게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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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오사미와 행자들은 점심공양후 주어지는 휴식이외에는 잠시도 개인적인 시간을 낼 수 없다. 여느 사찰의 행자들과 다름없는 강도 높은 교육이건만 의외로 실증내지 않고 잘 따른다.
습의사 선각 스님은 “같은 또래여서인지 지난해에 보다 교육강도가 높은데도 열의는 더 나은 편이다”며 “그래도 아이들이어서 장난이 심해 오늘도 둘이나 108참회 했다”고 귀뜸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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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구오사미는 부처님의 아들이자 십대제자의 하나인 라훌라 존자이다. 밀행제일 라훌라 존자도 사미때는 장난꾸러기로 알려져 있다.
금년 구오사미 최고 꾸러기는 선우 스님(13.담양). 공양때 묵언않고, 청소불량에 다투기까지 해서 벌점이 12점으로 역대 최고다. 벌점이 3점이면 108참회, 10점이면 1080배를 해야하니 수계식 전까지 매일 참회정진이 끊이지 않을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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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점심공양후 펼쳐지는 대중공사를 기다리기도 한다. 매일 한명씩 상품을 주기 때문이다. 수계산림이 끝나갈 무렵, 가장 나이 어린 선법 스님(8. 장계)이 새벽예불때 졸지 않고 큰 소리로 독경을 해서 학용품을 받았다.
상을 받아 기뻐하는 선법 스님에게 “커서 어떤 사람 될거냐”고 묻자 의외로 “법문 잘하는 큰 스님이 되어 엄마 아빠 잘되고, 모든 사람이 다 잘되도록 기도 하겠다”고 답한다.
구오사미계 수계법사 수진 스님은 “우리 주위에는 어려서부터 출가하고자 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전한다. 그런 아이들은 “전생에 공부 잘하던 스님이었는지 평소에도 영락없는 스님”이란다. 수진 스님은 “출가를 원하는 아이들이 전국적으로 족히 2-300명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사찰에 살고 있는 아이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엄청나다”고 한다. “이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시켜 본인뿐 아니라 한국불교가 흥할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 스님의 주장이다. 따라서 “종단에서 구오사미계를 살려 제도화 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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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 무더위속에 시원한 폭우가 내리던 지난 28일. 모친상을 당한 용화사 신도가 수진 스님에게 동자승들의 독경을 간곡히 청했다. 이날 저녁 용화사 구오사미들은 불구와 가사 장삼을 챙기고 저자거리로 나섰다. 살아있는 중생뿐 아니라 영가의 극락왕생을 위해서이다. 이렇게 구오사미들은 ‘인천(人天)의 스승’이 되어가고 있었다.
사미(니)란
출가하여 십계(十戒)를 받은 예비승려로, 구족계(具足戒)를 받아 비구(니)가 되기 전의 수행자이다. 7-13세까지 구오사미, 14-19세 응법사미(應法沙彌)라 하며 20세가 넘었지만 비구로서 구족계를 받지 못한 사미를 명자사미(名字沙彌)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