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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장동에서 온 송문영씨 가족은 “우리 가족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 사찰로 오기로 했다”고 밝혔다. “과연 108배나 발우공양, 새벽예불 등을 과연 아이들이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아이들이 재미있고 자극적인 것만 찾는 요즈음, 템플스테이를 통해서 정적인 것을 체득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템플스테이를 찾은 이유를 밝혔다.
가족들은 절, 차수, 반배하는 법 등 기본적인 사찰예절을 배우고 마곡사를 조금 돌아본 뒤, 연화당에서 가족의 이름과 자신의 별명을 짓고 서로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만사형통’ ‘한마음’ ‘바람과 물’ 등 자유롭게 이름을 정한 가족들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부지런하자’ 같은 가훈을 달고 있는 이름, ‘디지몬가족’같이 아이들이 정한 이름도 눈에 띄었다.
“우리 가족은 <행복>이라고 이름을 정하자. 엄마는 우리 가족의 행복을 요리하는 ‘요리사’, 첫째는 행복을 나눠주는 ‘나눔이’, 둘째는 행복을 전해주는 ‘배달꾼’, 아빠는 가족의 행복을 지켜주는 ‘지킴이’!”
간단한 레크레이션과 찬불가를 배우며 가족들은 더더욱 서로의 정을 돈독하게 다져갔다.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온 가족이 모여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 것이 얼마만인지 모른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직도 율동을 따라하지 않는 어른들에게는 레크레이션 지도교사인 현우 스님의 가차 없는 지적이 들어갔다. “여러분은 탐진치를 버리고 평소의 자기자신의 모습을 벗어나기 위해 왔습니다. 아직도 가슴 속에 ‘나는 어른’이라는 허상을 버리지 못한 분들은 모두 훌훌 벗어버리고 웃어보세요.”
이어 다른 참가자들에게 자기를 소개하고 상대를 칭찬하는 ‘마음열기’ 시간. 참가자들은 파트너를 바꾸어가며 “나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나는 모든 사람들을 인정하겠습니다”라고 외치며 서로를 껴안고 칭찬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서로 쑥스러워서 눈을 맞추지 못했다.
상대방의 장점을 칭찬해주라고 해도 “만난적도 없는 사람을 어떻게 칭찬해요”라며 손사레를 치는 참가자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와 칭찬이 이어지며 벽이 허물어져갔다.
묘운 스님은 “눈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그 마음을 바라보세요. 그리고 왜 자신이 그렇게 먼저 다가서지 못하게 됐는지 생각해보세요”라고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참가자들 중에는 부부끼리, 자식 간과 형제간에 손을 마주잡고 말을 건네는 사람들이 많았다. 엄마에게 안겨 “사랑합니다, 나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바비(별명ㆍ11살)은 “이렇게 말하니까 새삼스럽게 더 좋다”며 웃었다.
참가자들은 저녁공양을 올리고 타종과 예불에 참석한 뒤 가족템플스테이만의 특별한 프로그램인 ‘우리집은요’에 참석했다.
이 프로그램은 가족의 개성을 드러내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애칭을 정하고 가족의 특징을 잡아내는 재미있는 주제를 선정해서 커다란 전지에 그림을 그린다. ‘아름다운 가족’ ‘웃음이 넘치는 가족’ ‘늘푸른 가족’ ‘여행을 잘하는 가족’…. 12가족들 중 중복되는 내용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가지각색의 개성이 도화지 위에 그려진다.
그림을 설명하는 시간. 아이들이 마이크를 잡고 나와서 설명한다. “우리 아빠는요, 술 마시고 담배 피워도 주말에는 꼭 우리하고 놀아주세요.”
한 가족씩 나와서 설명하면 원광대학교대학원 예술치료학과 김인선 교수의 그림 분석이 이어졌다. 김 교수는 “그림에는 가족들의 심리적인 느낌이 투영되어 있다”며 “예를 들면 가족 중에서 아빠가 가장 크고 화려하게 그려져 있는 경우는 가족 구성원 중에서 아빠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가족씩 나와서 사연을 이야기하는 동안, 서로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한마음 가족은 “남편은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딸은 중학교 1학년이라 학원 다니느라 바쁘고, 주중에 만나기 어려워서 주말에 만나는 주말 가족”이라고 소개한 뒤 “그림을 그리는 동안, 가족 구성원들끼리 개성이 강하고 함께 지내는 시간이 적어서 자주 충돌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러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세 가족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한마음 가족이 되겠다”고 발표해 박수를 받았다.
부모님은 늦게까지 집에 없고, 아이들은 컴퓨터 하는 모습을 그린 ‘디지몬 가족’의 아빠 김찬중 씨는 “아이들이 이런 모습을 그리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고, 다시 한 번 우리 가족의 모습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기르겠다고 내외가 맞벌이를 하다보니 정작 소중한 것을 소홀히 했단 사실을 알게됐다”며 “앞으로 마곡사에서 가족들의 사랑을 키워서 소중히 갖고 돌아가겠다”고 밝혀, 참석자들의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김인선 교수는 “가족 특징을 그리다보면, 서로에 대해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족이 하나가 된다”며 “이번 계기를 통해 보다 깊이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전 구성원이 어우러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프로그램의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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