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장소멸법’과 ‘염불삼매에 드는 법’ 등 소개…간화ㆍ묵조선과 관계성도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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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염불선경(念佛禪經)> 음역본을 발간한 경주 다담선원 회주 일우 스님은 한국불교계에 처음으로 염불선 수행을 주창한 청화 스님의 말부터 인용했다.
그간 명확한 경전적 근거 없이 지도자에 따라 그 행법이 달랐던 염불선 수행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일우 스님의 말이었다.
그럼 <염불선경>은 어떤 경전이고 무슨 내용을 담고 있을까. 또 여기에 나타난 염불선 수행원리는 무엇일까? 7월 16일 경주 다담선원을 찾아 일우 스님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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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불선경>을 구해온 경위가 궁금합니다.
-<염불선경>은 10년 전, 중국 소림사 지하 석가굴 나한당 사고에서 수만 권의 경전 틈에 껴있었지요. 마침 소림사 방장 융씬(永信) 스님과 인연이 돼, 소림사 복원에 일조하면서 <염불선경> 복사본을 얻게 됐지요. 아마도 지금까지 한국불교계에 <염불선경>이 공개된 적이 없을 겁니다.
▶ <염불선경>은 어떤 경전인가요?
-우선 <염불선경>은 해인사 팔만대장경에서 빠져 있어요. 일본의 속장경에는 있는데요. 이런 <염불선경>은 염불선이 선수행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주는 경전이에요. 경전의 구조는 18개의 분경(分經)으로 돼 있어요. 1~7분경까지는 업장소멸법을 단계별로 소개하고, 8~17분경은 염불선 수행을 통해 깨달음에 가는 길을 제시하고 있어요. 마지막 18분경은 다라니로서 염불선 수행을 회향하는 의미로 구성돼 있지요.
▶ <염불선경>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요?
-<염불선경>은 전생에 탐진치 삼독심으로 지은 업장을 녹이지 않는 한, 간화든 묵조든 상관없이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어요. 업장을 무너트리는 것이 핵심 내용이지요. 아무리 출가해 용맹정진을 해도 전생에 지은 업 때문에 깨치지 못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염불선경>은 업장을 소멸하면서 염불삼매에 빠져들면, 크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핵심 키워드를 꼽으라면, ‘업장소멸’과 ‘염불선삼매에 드는 법’이라 할 수 있어요. 달리 말하면, <염불선경>은 수행자가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 깨달음을 얻는 방법이 염불선이란 것을 알리고 있는 거지요.
▶ <염불선경>에 나타난 염불선 수행의 구체적인 행법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소리를 내어 <염불선경>을 독경을 해야 합니다. 7분경(分經)까지는 소리를 내어 업장소멸의 염불을 하고, 8분경에서 17분경까지는 소리는 내지 않으면서 경전을 읽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자신이 본래부처임을 자각케 하는 수행법으로 염불선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즉 염불선 수행으로 본인이 본래성불돼 있음을 확인해 들어가는 것이지요.
▶ 그럼, 염불선(念佛禪)을 정의하신다면?
-입으로 소리 내어 아미타불이나 관세음ㆍ지장보살과 여타 불ㆍ보살의 명호를 염하는 것이 염불선이지요. 염불하는 소리에 모든 생각이 끊어지고 그 소리에 깊이 들어가게 되면, 염불삼매를 체험하게 됩니다. 번뇌가 소멸되고 텅 빈 상태에서 공(空)을 체득하게 되는 거지요. 이것이 염불선입니다.
▶ 왜 염불선 수행이 중요한가?
-염불선은 선의 기초입니다. 돈오(頓悟)를 하기 위한 초기 단계의 선수행법이지요. 간화선과 묵조선은 돈오로 가기 위한 수승한 단계부터 제시해요. 때문에 초심자에게는 힘든 수행법이 됩니다. 반면 염불선은 선의 기초를 다지는 선수행법입니다. 기초가 튼튼해야 집을 잘 지을 수 있지요. 첫 단계부터 잘 밟고 올라가야 합니다. 그래서 점수(漸修)가 먼저 필요해요. 그래야 돈오(頓悟)가 따라옵니다. 그런 점에서 염불선은 돈오 중심의 간화선 수행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 염불선의 수행원리는 무엇인가요?
-간화선과 같습니다. 말길과 생각의 길을 끊은 화두가 의심과 일념이 돼, 어느 순간 툭 터져 견성하는 간화선의 수행원리가 바로 염불선의 그것입니다. 염불삼매에 빠지면 염불을 하는지도 모르게 됩니다. 그 상태에서 ‘일념회광(一念回光)’하는 거지요. 오직 한 생각에 빛이 번쩍 나 본심으로 돌이키는 것입니다.
▶ 그럼, 간화선과 묵조선의 관계는 어떤가요?
-원래 선 자체는 묵조선입니다. 간화선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염불선이든 간화선이든 묵조선의 방편이에요. 좀더 선수행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 간화선, 염불선입니다. 때문에 묵조든 간화든 염불선이든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같은 것입니다. 하나면서 셋입니다. 모든 번뇌 망상을 없애고 깨달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지, 깨달음에 가기도 전에 ‘이것이 옳고 저것이 그르다’는 분별심은 아무런 의미가 없지요.
묵조선은 ‘회광반조(回光返照)’, 간화선은 ‘일념회광(一念回光)’, 염불선은 ‘적적심광(寂寂心光)’이 핵심입니다. 즉 묵조선은 깨달음을 진여당체로 그대로 돌이켜 비추는 것이고, 간화선은 화두와 일념이 돼 한 생각이 번뜩 진여당체를 비추는 것이며, 염불선은 고요함 속에서 진여당체의 빛을 밝히는 수행법입니다. 결국 깨달음을 비추는 방식이 다를 뿐지요. 그래서 깨달음을 비춘다(光)는 점에서 하나고, 비추는 방식이 달라서 셋인 것입니다.
▶ 염불선 수행이 선수행자들에게 필요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수좌들에게는 간화선 자체에 너무 매달려 있지 말고, 단 한 찰라 순간만이라도 염불선 수행을 하면, 깨달음을 추구하는데 청량제가 될 것입니다. 또 재가자들에게는 간화선 자체가 상당히 어려우니 먼저 염불선을 권합니다. 염불선은 남녀노소 모두가 근기와 상관없이 다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재가불자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염불선 수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아침도 좋고 저녁도 좋고 1시간씩 염불선을 하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됩니다. 하루 종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일상생활 속에서 시간만 할애하면 됩니다. 굳이 선원이나 절에 가서 할 것 없이 집에서도 해도 되지요. 시간 날 때 마다 하면 됩니다.
▥ 일우 스님은?
1943년 경주에서 출생한 스님은 13세에 백운사 백운암에서 구월산 선문의 화엄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고, 춘광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이후 경희대 한의학과를 졸업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대에서 한국 고조선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시카고 에일리 주립대학교 동양학과에서 7년간 교편을 잡았다.
염불선 수행은 7년전 중국 소림사에 갔다가 <염불선경>을 접하게 되면서 시작했으며, 이번에 음역본 <염불선경>과 재가자들의 독경수행을 위해 <염불선경 예불문>도 펴냈다.
스님은 또 중국 조사들의 공안과 오도송(悟道頌)을 선원의 청규(淸規)로 삼는 한국 선방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20여년간 한국고승들의 문집과 선종사 관련 문헌들을 섭렵했다. 고구려 고승 화정국사에서 조선말 경허선사에 이르기까지 37명의 선사들의 오도송과 선문답, 행장들을 정리해 <선사들의 오도송>을 발간한 스님은 한국 선사들의 화두는 무엇이고 수행방법은 무엇인지를 밝힌 바도 있다. 또 최근에는 20여년간 번역한 <중국선종전서> 120권을 발간을 앞두고 있으며, 저서로는 <초극> <반야> <한국역대 고승의 다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