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림사 주지 일행스님은 법신진언 할 때에는 대중이 내는 소리에 집중하면서 그 속에서 자신의 소리를 분명하게 들으면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난 스님의 말처럼, 대중의 소리를 들으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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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보살들도 손이 가슴에서 떨어져야 무너지지 않는다고 하셨지만, 양 손은 자꾸만 가슴으로 달라붙고 내려갔다. 30분이 너무나 길었다. 시계 보는 습을 들이지 말라 했지만, 난 계속해서 시계 쪽으로 눈이 갔다. 무엇보다 토할 것 같아 법신진언도 할 수가 없었고 장궤합장을 하고 있을 수가 없어 30분 중 5분 정도 남겨 놓고 주저앉고 말았다. 내리 두 회를 그렇게 5분 정도 남겨 놓고 주저앉았다. 그런데 힘들어 주저앉은 사람은 나 혼자 밖에 없었다. 처음으로 아비라 기도를 하는 분이 몇 분 더 있었는데. 입승 보살께서 아비라 기도는 아주 힘들고 고통스러운 마지막 5분을 참는 동안 기도가 다 된다고 하면서 참으라고 했다.
둘째 날, 한회를 끝나고 쉬는 시간에 울컥 울음이 솟구쳐서, 얼른 화장실에 가서 혼자 실컷 울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잘 견디는데 난 왜 이리 힘들어할까?’ 힘든 기도라고는 했지만 체력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력의 문제라고 들었다. 또 체력 또한 한꺼번에 힘쓰는 건 못해도 뭐든 끈기 있게는 한다고 자부하며 살아왔는데.
평소에는 절하는 것도 힘들어했지만 이때에는 108배 끝나는 게 무서웠다. 장궤합장하고 법신진언을 외는 아비라 정근이 너무 무서워 한없이 절만 하고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정림사는 가운데 부처님이 모셔져 있고 양쪽으로 관세음보살과 성철 스님이 모셔져 있다. 이제까지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기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단지 부처님과 스님을 보며 나도 저 분들처럼 됐으면 하는 생각만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1회를 시작 전에 삼배할 때 ‘부처님, 관세음보살님, 성철 스님, 저 이번 회를 잘 끝내게 해 주십시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아마 다른 보살들이 모셔져 있었다면 그 보살님들 명호도 다 부르며 이번 회를 잘 끝내게 해 달라고 기도했을 것이다.
1회가 끝날 땐 ‘부처님, 관세음보살님, 성철큰스님, 이번 회를 무사히 끝나게 해 주셔 감사합니다’란 말이 절로 나왔다. 아무 생각도 없고 오직 한 회 한 회 무사히 끝나게 되기만을 간절히 바랬다.
첫 아비라 기도를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힘든 기도라고 들었지만 체력이 아닌 정신력의 문제라니 가볍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자신의 오만함이 부끄러웠다. 또 기도는 해 본 사람만이 그 만큼 느낄 수 있다는 선배 보살의 말을 절감했다. 그 때가 절에 다닌 지 8개월 정도 됐는데 그간 느끼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생각하게 한 5일간이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