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은 ‘포살(布薩)’에 있다. 출가자로서 지켜야 할 실천덕목 250가지를 조목조목 읽으며 자기 잘못을 드러내고 뉘우치는 포살은 수행자의 고백이다. 하지만 대중 앞에서 참회하고 바른 삶의 각오를 다지는 이러한 포살전통이 활발하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우려가 높다. 초하루, 보름, 각 재일 등 전통법회와 일요법회 각종 테마법회 등은 활성화되고 있으나 ‘포살’을 주제로 한 법회는 일부 사찰에서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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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인정사 주지 수진 스님의 진단도 마찬가지다. “자기 허물을 합리화하려는 것이 큰 문제”라는 설명이다. 또 포살법회를 주관할 지도법사의 부재, 포살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부족, 해이한 지계 정신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재가자를 위한 포살법회 활성화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계종 포교원은 1999년 포살법회의 순서와 진행법을 담은 <재가보살 포살본> 3천부를 발행, 전국 사찰에 배포했다. 당시 포교연구실 사무국장 법성 스님은 “성찰적 참회수행법을 통해 재가불자가 정기적으로 자신의 수행을 검증할 계기가 마련됐다”며 강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그 때뿐이었다.
포교연구실 관계자는 “99년 3천부의 ‘재가보살 포살본’ 발송이후, 전국 사찰에 지원한 적은 없다. 예산상의 문제에다가 연구실 담당자의 정기적 업무교체로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종단 차원의 포살법회도 있었다. 1994년 개혁종단을 출범시킨 조계종은 1996년 2월부터 청정 승가상 구현을 위해 매월 한 차례 포살법회를 봉행했다. 포살법회 봉행 그 자체만으로도 종단 내외의 큰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포살법회는 2년 6개월 만에 중단됐다. 계만 줬지 지계유무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무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당시 포살법회 봉행을 당시 주도했던 수진 스님은 중단의 가장 큰 이유를 “율장 정신의 실종”으로 분석했다. 계만 받았다고 수행자가 다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름마다 계를 받는다’는 생각이 포살법회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포살법회 전통의 실종은 올해 초 본사가 실시한 계율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된다. ‘계율을 어느 정도 지키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출가자 10명 중 3명이, 재가자는 6명 정도가 ‘계율을 잘 지키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포살법회를 봉행하는 곳은 과연 얼마나 될까? 현재로선 정확한 통계는 없다. 현재 조계종 5대 총림을 비롯해 일부 사찰 및 선원 등이 정기적인 포살법회를 봉행하면서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청주 관음사의 경우, 지난 95년 8월 개원이후 매월 한 차례 포살법회를 열고 있다. 포살법사가 예경삼보, 헌향게 등의 포살요목과 보살계서문을 먼저 낭독하면, 신도들이 ‘나무석가모니불’를 외며 참회를 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반응도 좋다. 빠짐없이 포살법회를 참석하는 고보은씨(65ㆍ서울 반포동)는 “처음에는 지계에 대한 부담감이 컸지만, 지금은 자기반성은 물론 기복 중심의 신행에서 벗어나 복을 짓는 수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율 연구가들은 포살법회의 대중화를 통한 지계점검 전통회복을 위해 △계율 관련 법회의 상설화 △계층별ㆍ연령별 포살계본 마련 △통일된 포살법회 형식 복원 △매월 초하루, 보름날의 ‘포살의 날’ 제정 △포살지도 법사 양성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해인사 율원장 혜능 스님은 “기존의 템플스테이 같은 전국 사찰의 수련회에 포살 법회를 포함시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된다”며 “포살법회를 종단 차원에서 확산시켜 하나의 지계 실천 운동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