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우리는 누구나 불성(佛性)을 가지고 있으며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이 말이 좋아 언젠가는 불교를 공부해 보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마음뿐이었다. 바쁜 일상에 묻혀 세월을 보내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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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서적을 읽는 것도 좋았지만, 정림사 주지 일행 스님과 1주일에 한 번씩 운서주굉 스님이 쓰신 <죽창수필>을 가지고 공부한 것이 불교 전반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그리고 스님께 기도 일과를 받아 매일 절과 능엄주 독송을 했다. 그런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불교공부 하는 건 재미있는데, 절을 하고 있으면 이 절을 왜 해야 하지? 이 시간에 다른 걸 하면 훨씬 유용할 텐데’라는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게다가 정림사는 3천배나 아비라 기도를 온전히 해야 법명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수행이 엄격했다. 그래서 마음을 다시 고쳐먹었다. ‘이왕 시작했으니 법명을 받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아비라 기도를 열심히 했다.
절에 다닌 지 6개월 만에 3천배를 했다. 그러나 3천배를 한 후 갈등은 더 심해졌다. 그 전엔 ‘3천배를 하고 나면 무엇이 달라질까?’라는 기대가 절하는 동기와 목적이 돼주었는데 정작 3천배를 하고 나니 갈등이 더 심해졌다. ‘왜 절을 해야 하나?’
그러던 중, 아비라 기도를 하게 됐다. 아비라 기도란 중국 당대(唐代)의 총림 수행법을 성철 스님께서 우리들에게 일러주신 것으로, 스님은 한국전쟁 후 고통과 불행에 빠진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가 받는 모든 고통과 악업은 과거 생으로부터 우리 스스로가 지어온 업장의 과보’라고 하시며 업장을 참회하고 자기 자신을 바로 보도록 ‘예불대참회(108배)’와 새로 음역한 ‘능엄주’를 하게 하면서 아비라 기도를 하도록 일러주셨다고 한다.
아비라 기도 순서는 먼저 예불참회문에 맞춰 108배를 하고, 두 손을 합장한 자세에서 무릎을 바닥에 붙여 세우고 허리를 바르고 꼿꼿하게 세우는 자세인 장궤합장을 하고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라는 비로자나 법신진언을 30분간 한다. 그리고 대불정능엄신주와 능엄주 회향게를 독송한다. 이것을 소위 아비라 기도의 ‘1회’라고 하는데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것을 3박 4일 동안 합숙하며 24회를 하게 된다. 성철 스님께서는 이 아비라 기도를 대략 3개월 주기로 1년에 네 번 하라고 하신 것이다.
선배 보살들로부터 아비라 기도가 가장 힘든 기도라 들어 왔지만, 난 그 전에 2회씩 이틀간 동참해 본 적이 있었는데 별로 힘들지 않았다. 그래서 ‘이 정도 갖고 힘들다고 한 것이라면 난 무리 없이 잘 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들었기에 아비라 기도 시작하는 날, 제일 앞줄에 자리 잡고서 시작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