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행자라면 반드시 한번쯤 겪는 ‘선병(禪病)’이다.
선수행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요즘, 잘못된 수행으로 이 같은 병을 얻는 일이 늘고 있다. 재가자들에게 있어, 선병으로 인한 증세는 ‘선의 생활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어떻게 선병을 치유해야 할까? 최근 법성 스님(前 조계종 포교국장)이 <대승선경-선수행법과 선병치유법>을 펴내는 등 경전과 선어록에서 선병치유법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선병은 왜 생기고 그 치료법에는 어떤것이 있는지 경전과 선어록에서 알아본다.
# 무엇이 괴롭히는가?
가장 큰 선병은 상기(上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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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빨리 이뤄야지’ 하는 속효심(速效心)은 상기병을 유발하기도 하고 성급한 마음만 키워 신경을 날카롭게 하기도 한다. 속효심이 생길수록 화두공부는 더디게 된다. 속효심을 내는 근본적인 원인도 바른 발심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빨리 깨닫고자 하는 조급함이 오히려 깨달음을 방해한다.
또 화두를 빈틈없이 챙기지 못해 오는 ‘혼침(昏沈:정신이 몽롱한 상태)’과 ‘도거(徒居:마음이 산란해 들뜨는 상태)’도 선병의 일종이다. 일반적으로 음식물의 종류와 양, 수면시간 등을 조절하지 못하면 얻게 되는 병통이다. 또한 지나친 수마(睡魔)와 색욕(色慾)도 선수행을 방해하는 병통으로 보고있다.
# 선병은 왜 일어나는가?
가장 큰 요인은 ‘깨달음’에 대한 집착이다. 중국 선종의 2조 혜가 선사가 앓던 선병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 혜가 선사가 스승 달마 선사에게 “마음이 편치 못하니 편안케 해달라”고 묻자, 스승은 “그 마음을 갖고 오라”고 말한다. 혜가 선사가 “아무리 찾아도 그 마음을 찾을 수 없다”고 말하자, 달마 선사는 “내가 이미 너의 마음을 편안케 했다”며 ‘안심(安心)법문’을 내린다.
이처럼 ‘깨달음에 대한 집착’은 ‘견성(見性)’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주요인이 된다.
대한불교보림회 성상현 법사는 “수행자가 모양도 없는 불성을 보려고 하거나 그 현상을 기다리거나 얽매이다 보니 상기병 같은 선병이 발병한다”며 “불성의 자리를 본다는 ‘견성’을 ‘각성(覺性)’의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의심하지 않는 선수행도 선병의 한 원인이다. 조계종 기본선원장 지환 스님은 “의심 없는 참선은 죽은 공부”라고 단언하면서 “간절하게 의심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도자를 만나지 못하거나 제대로 기초수행을 닦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즉 기본원리도 모른체 하는 선수행이 선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각화사 선덕 고우 스님은 “의심하기 위한 의심을 하기에 선병이 생긴다”고 했다. 불교의 핵심을 이해하고 선에 대한 정견(正見)을 갖춰야 선병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선병 치료 방법은?
선병치료법을 담고 있는 경전과 선어록에는 어떤것이 있을까? 대표적으로, <치선병비요법경(治禪病秘要法經)> <좌선삼매경(坐禪三昧經)> <간화결의론(看話決疑論)> <선병요설(禪病要說)> <선경어(禪警語)> 등이 있다.
우선 진각혜심 선사의 <간화결의론(看話決疑論)>은 선수행시 주의해야 할 10가지 병통(十種病)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있다ㆍ없다’로 이해하지 말며 △이치로 이해하지 말고 △분별의식으로 헤아리거나 알아맞히려 하지 말며 △눈썹을 움직이거나 눈을 깜빡거리는 것에 알음알이를 두지 말고 △말과 글의 틀로 살림살이를 짓지 말며 △아무 일 없는 속에 빠져 있지 말고 △화두를 들어 일으키는 곳을 향해 알려고 말며 △문자를 끌어와 증거 삼지 말고 △유무를 초월한 참된 무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말며 △마음을 가지고 깨달음을 기다리지 말라고 강조한다.
운봉 선사의 <선병요설(禪病要說)>에서 “참선공부하는 이가 조사의 공안상에 실답게 참구하지 못하고 병마에 끄달리면 본참공안(本參公案)을 투탈(透脫)하지 못한다”며 6가지 병통을 경계했다. 가령 수행자가 ‘억지 의심’을 일으키다 갑자기 마음이 초조ㆍ답답해지면, 이를 선이라 생각하는데, 이는 화두공부가 일체 조작을 떠난 것도, 조작하면 할수록 공부는 더 멀어지는 것을 모르는 것이라고 <선병요설>에서 적시하고 있다.
또 <좌선삼매경>에서는 수행자의 근기와 특성에 맞게 5가지 수행법을 제시, 사전에 병통을 예방하고 있다. 음욕이 많은 수행자는 ‘부정(不淨)법문’을, 성냄이 많은 수행자는 ‘자심(慈心)법문’ 등을 설하고 있다.
특히 <치선병비요법경>은 선수행 할 때 몸과 마음으로부터 일어나는 병과 마장에 대해 치유법을 12종류로 나눠 설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기병 등의 치유법은, 선수행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 두통이 심한 수행자에게 ‘온갖 색의 물과 갖가지 보배로운 꽃이 피어난 유리 항아리’를 관상하게 해, 상기된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관정(灌頂)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기와 맥이 막힌 경우, 선수행 때 일어나는 음탐의 치유, 파계, 하체질환 등의 치유법등이 소개되고 있다.
한국선문화연구원장 성본 스님은 “선병에 대한 자가진단 능력이 없다면, 올바른 수행과 지혜가 나올 수 없다”며 “경전과 선어록을 정확하게 공부해 선에 대한 안목을 틔워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