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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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수행도량을 찾아]부산 원효학당
중생이 부처로 환원하는 길 '대승기신론소' 공부에서 찾는다


이 세상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 있다. 그것은 부처가 어떻게 중생이 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갠지즈강의 모래알보다 더 많은 공덕과 복덕이 갖추어져 있는 부처가 어떻게 했길래 이토록 볼 상 사나운 중생이 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이것이 기절초풍할 정도로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능가경에서는 설하고 있다.

반대로 이 세상에 중생이 생기고 난 뒤, 가장 희망적인 통로가 열려 있다. 그것은 바로 죄 많은 중생이 부처로 환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만큼 우선시 되어야 하는 일이 있겠는가? 이 길을 찾아 나선 공부 모임이 있다.

원효 학당에서는 매주 목 금요일 대승기신론소 강의가 열린다. 강의를 하고 있는 공파 스님
바로 원효 대사가 쓰신 걸작 중의 걸작 대승기신론 해동소의 지도를 따라 부처의 세계로 환원해가는 부산 아미타도량 원효학당 구도자(求道者)들이다. 원효학당의 대승기신론소 강의가 열리는 날, 강원에서 사용되는 한문본 교재를 사용해 스스로 문장의 뜻을 새기고, 부처님의 말씀을 되살려 내다보면 불경은 어느덧 생동하는 언어가 되어 가슴을 울린다.

6월 30일 목요일, 대승기신론소 1기생들의 수업은 4권을 마무리하고 5권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소승의 여러 수행법들에 마음을 뺏겨 대승의 바른 믿음에서 물러서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 대승의 바른 믿음을 일으키기 위해 시작한 강의가 생멸문 끝자락에 와 있었다.

“진여의 자체상은 대지혜광명과 변조법계와 진실식지, 자성청정심, 상락아정과 청량 불변 자재를 완벽하게 구족해 있는데도 중생은 늘 궁핍과 모자람으로 허덕이고 있다. 중생은 부처의 성품인 진여와 함께 행주좌와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즉 부처와 더불어 자고 부처와 함께 일어나 움직이고 있는데도 이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모든 중생은 슬픔과 고통에 점철되어져 왔다.”

5권이 시작되는 부분에서 대승의 체대(體大), 상대(相大), 용대(用大)를 통해 진여의 공덕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이런 중생들을 부처님께서는 ‘황제의 아이를 임신한 거지 여인’에 비유했습니다. 비록 지금은 거지 여인이지만 황제의 아이를 낳아버리면 바로 거지 신분에서 벗어나는 겁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 마음속에 있는 진여자성이라는 씨앗만 발현시켜 그것을 훈습해 버리면 우리는 바로 부처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나도 모자람이 없이 갖춰져 있는 내 진여자성을 어떻게 드러내고 훈습하느냐가 문제겠죠?”

스님은 다이아몬드의 예를 들었다.

“다이아몬드는 스스로 빛을 내진 못해요. 다이아몬드를 덮고 있는 구름, 즉 무명을 걷어 냈을 때 한줄기 빛이 들어가 다이아몬드를 비추게 되고 그러면 나와 세상을 두루 비추고 남을 빛으로 충만하게 됩니다.”

원효학당 1기생들은 무명이라는 어두운 굉도에서 공파 스님이 치켜든 횃불을 따라 가며 진여자성의 실체를 확인해 가고 있었다. 원효 스님의 절절한 풀이와 공파 스님의 시대감각이 살아 있는 언어가 ‘생사윤회의 긴 잠에서 깨어나라’고 수강생들을 일깨우는 것이다.

한문 경전 속으로 파고들어갈 듯 열중하고 있는 수강생 중에 스님 5-6명이 눈에 띈다. 모두 강원과 동국대학교를 마쳤고 선원에서 수년간 수행 정진한 스님들로 강의를 해도 손색이 없을 법하다. 재가자들의 면면도 예사롭지 않다. 원효학당이 생기기전인 5-6년 전부터 공파 스님의 경전 강의를 찾아서 들은 이도 있고, 기독교, 천주교를 두루 섭렵하다 공파 스님의 강의를 듣고 불법의 방대함에 매료돼 불교 공부를 시작한 이도 있다.

공파 스님의 강의에 집중하고 있는 1기생들의 모습
대승기신론소 1기생 강의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 벌써 1년 4개월째로 접어들었다. 한 논장으로 이렇게 알뜰하고 끈기 있게 강의를 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원효 스님의 해동소를 배우는 곳은 더더욱 드물다. 강원에서도 접하기 어려운 강의로 한국 제일의 경전 공부 도량을 자부하는 원효학당에서는 공짜 법문에 익숙한 풍토에서 제법 비싼 강의료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한번 강의를 들은 사람들에게 그 강의료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파 스님의 주옥같은 경전 해설이 수강생들의 내면을 흔들어 깨우기 때문이다. 이미 강원에서 대승기신론소를 배운 스님들까지 다시 들을 만큼 공파 스님의 강의는 경전이나 논장이 결코 어렵거나 난해한 것이 아니라 아름답고 매혹적인 언어들로 진리의 길을 확연히 드러내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30여 년을 경전 연구와 번역으로 이미 <부처님의 유언> <극락세계 ⅠⅡⅢ> <천수경의 원본경전> 등 여러 권의 경전 번역서를 펴냈고 부처님 말씀에 충실한 남방불교 수행도 두루 경험한 공파 스님의 경전 이해가 남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6년 전부터 공파 스님의 강의를 듣고 있는 권미정(30.의사) 씨는 “경전에 근거를 두고 있으니까 정확하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게 된다. 불교에 대한 체계적인 기초를 잡을 수 있어 보다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바른 수행, 바른 삶을 영위하게 된다.”고 했다.

“경전 하나를 제대로 본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는 물음을 제기한 김대광(40.자영업) 씨는 “불교에 대해 잘못 알고 있던 것을 경이나 논을 통해 바로 잡아 나가게 된다”며 “바른 수행의 길이 수행심신분에 나온다니 다가올 강의를 기다리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성낙석(40. 금융업) 씨도 “원효 스님이 전개하는 우리의 마음은 어릴 때 밤새워 읽었던 중국 무협지보다 더 스릴 있고 더 스펙타클하다”고 탄복했다.

1년을 훌쩍 넘긴 대승기신론소 강의를 통해 수강생들에게 생긴 변화는 ‘믿음’이다. 무명을 걷어내고 한줄기 빛을 놓으면 본래 그곳에 있던 다이아몬드가 영롱히 빛을 발하며 나와 세상을 환하게 밝히게 된다는 믿음이 논장을 읽고 새기는 동안 절절하게 와 닿은 것이다.

공파 스님은 말한다. “경전은 머리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그래서 스님은 남들이 해석해 놓은 경전을 훑고 지나가는 것을 경계한다. 스스로 뜻을 새기고 경전 원문을 해석하며 가슴에 삭이고 삭여 부처님 말씀을 내 것으로 만들라는 것이다.

이어 스님은 “불자라면 누구나 일년에 한 경전 읽기를 실천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제대로 알지 못해서 스스로 갖추고 있는 불성을 외면하고 거지처럼 바깥을 향해 구걸하며 살아야 한다면 그것은 불제자의 길이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사장돼 있는 부처님 가르침을 되살려 내 것으로 만들 때 비로소 참다운 불제자의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대승기신론소 카페(cafe.daum.net/kongpaam)를 통한 온라인 공부 점검도 진행 중인 아미타도량 원효학당은 대승기신론소 강의를 마무리하는 대로 원효 스님이 무척이나 즐겨 인용했던 능가경의 핵심을 두 달 동안 공부하고 대승기신론소의 대미를 장식할 계획이다. 051)611-3808



천미희 기자 | gongsil@korea.com
2005-07-11 오전 9: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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