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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8일 오후 3시, 서울 개포동에 위치한 금강선원(원장 혜거)에 한자공부 열기가 더운 여름날 만큼이나 뜨겁다. 30여 금강선원 신자들이 임시 강의실로 바뀐 법당에서 강수경(51·명선행)씨의 강의를 듣고 있었다.
한문어문학회 주최로 11월 열리는 한자능력 검정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은 주부, 직업과 관계없이 일주일에 한번씩 학생이 된다. 벌써 3개월째. 한자능력검정 1급 자격자이기도한 강씨도 1년전 똑같이 학생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3급반 강의를 맡고부터 3시간 수업을 위해 10시간을 준비한 뒤 강단에 섰다.
“오늘은 쪽지시험 보는 날인거 아시죠?” “어~!”
학생들의 탄성이 쏟아지는 것은 나이는 들었지만 학창시절과 다를 것이 없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 동안 진행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책가방을 싸들고 법당 문을 나섰다.
금강선원에서 이렇게 운영되는 한자공부반은 총 4개. 1~3급, 통감반으로 나누어 각각 운영되고 있다. 2001년 12월 첫 공부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1급 자격을 받은 인원만도 1백여명에 달한다. 이들 중에는 지역 복지관 등지에서 한자를 가르치는 교사로 봉사활동을 하는 이까지 생겨났다. 1~3급반 강사들도 이 과정을 모두 거치고 1급 자격을 얻은 신도들이다. 올해에는 1급반 20명, 2급반 25명, 3급반 30명, 통감반 20명 등 1백여명이 한자공부에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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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선원 신도들은 3급으로부터 1급에 이르기까지 걸린 1년 6개월 동안의 시간이 많은 변화가 생긴 점에 주목한다. 무엇보다 해냈다는 강한 성취감과 아울러 모든 일에 있어서 늘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 품었던 반신반의의 마음이 결국 해냈다는 뿌듯함으로 바뀐 것이다. 한자능력검정 급수에 연연하지 않고 신도들의 자기계발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3년 1급 자격증을 딴 서혜선(47·환희장)씨는 “자격검정 시험을 앞두고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본 가족들은 나를 다시 보게 된다”며 “공부가 힘들어서 때로는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가족으로부터 인정받는 아내, 엄마가 되는 즐거움을 결코 버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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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선원장 혜거 스님은 “부처님 말씀을 보고 직접 이해하면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것 보다 감응이 커서 공부하는데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수행불교를 뿌리내리는데 좋은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3급에서 2급, 1급을 거쳐 지금은 문장 이해를 위한 통감반을 가르치고 있는 오순옥(56·법희행)씨는 신행의 목표를 세우지 못한 불자들에게 금강선원의 한자공부에 참여할 것을 권유한다. 시도는 어렵지만 막상 해보면 신행의 길잡이가 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수많은 불자들이 절에 다니면서도 왜 다니는지, 또 어떻게 달라져야 할 지 모릅니다. 한자공부와 같은 프로그램은 지식을 쌓는 것 외에도 신심을 키우고 신행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이런 프로그램이 더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