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하루는 어김없이 새벽 3시에 시작됐다. 여느 때 같으면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이제 막 잠들기 시작할 무렵이다.
잠이 덜 깬 얼굴로 새벽 예불을 마친 참가자들이 넘어야 할 산은 ‘자신을 위한 108배’. 묘운 스님의 죽비소리에 맞춰 한 배 한 배 절을 올린다.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해 절을 해 본 기억이 있던가? 부모님이나 배우자가 나를 위해 숱하게 했을지 모르는 108배를 이제 나 자신을 위해 한다.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사랑이자 용서다.
땀으로 젖은 몸을 이끌고 컴컴한 새벽 숲길을 걷는다. 자동차를 타고 지나갈 땐 볼 수 없었던 고사리며 반딧불이며 머루를 눈에 담으며, 어슴푸레 밝아오는 길을 되짚어 온다. 한 치의 거짓 없는 자연처럼, 내 마음도 순수해 질 수 있을까?
처음으로 발우공양으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자, ‘가족 긍정 명상’과 ‘맨발로 등산하기’가 이어졌다. 가장 가까운 사이기에 더 깊은 상처를 내는 가족의 모습을 떠올리며 모두가 눈시울을 붉힌다.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그들은 가족을 떠나서야 가족의 소중함을 더 깊이 느끼고 있었다.
저녁 공양 후, 이제 드디어 내 상처와 마주할 때가 됐다. ‘용서하기, 놓기, 자유로워지기’ 프로그램. ‘나를 버린다’는 말은 단지 내 욕심과 자만과 아집을 내려놓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이 자신에게 세워 놓은 잣대와 가치관을 타인의 시선에 상관없이 내려놓아 보는 것이 오늘의 과제다. 4개 조로 나누어 노래에 맞춰 온갖 몸짓을 선보여야하는 참가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져 갔다.
이 밖에도 20분에 죽음을 맞이한다는 가정 하에 유서를 쓰고 서로 읽어주기, 유서 태워 보내기, 살아 있는 동안 꼭 해 볼 3가지를 정하고 서로 다짐하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될수록 참가자들의 상처는 눈물과 함께 흘러가고 있었다. 마지막 밤을 남겨 놓은 지음, 참가자들의 상처는 얼마나 아물어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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