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사(주지 진각스님)와 현대불교가 공동주최 하는 ‘마곡사 여름 자비명상 템플스테이’가 7월 1일 제1차 ‘치유명상’ 입제를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장맛비가 전국을 적셨던 1일, 마곡사에서는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템플스테이를 신청한 28명의 참가자들이 모여들었다. 제각기 안고 있는 상처는 다르지만, ‘불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은 하나였다.
이날 일정은 1시간에 걸친 사찰 안내와 간단한 입제식, 불교상담개발원 이근후 고문(이근후신경정신과의원 원장)의 강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근후 박사는 “템플스테이란 말이 없었을 시절부터 사찰은 몸과 마음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의 훌륭한 안식처였다”며 “이곳에 모인 분들은 제각각 상처를 안고 있겠지만, 그 상처가 훗날 자기 성장의 큰 밑거름이자 기쁨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의에 이어 열린 ‘마음열기’는 마가 스님(마곡사 포교국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스님은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에 아직 익숙해지지 못한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지어보도록 함으로써 마음열기의 첫 발을 내디뎠다. ‘물망초’ ‘무념무상’ ‘허공’ ‘초야’ 등 나름의 사연과 서원이 담긴 애칭을 적은 이름표를 달자, 마치 전혀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난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문이 열렸다. 서로의 장점 말해주기, 서로 엇갈리게 잡은 손 풀어보기, 바닥에 앉아 손과 발을 맞대고 서로 일으켜주기, 자신의 장점과 긍정적인 면 50가지를 적어 보는 ‘자기긍정 명상’ 등을 거치며 조금씩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익숙해져 갔다.
저녁 공양과 예불 후 다시 법당에 마주 앉은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상처 드러내기 보듬어 안아주기’. 아직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기에는 낯선 서로이기에, 마가 스님은 ‘김밥말기’를 먼저 제안했다. 2열로 나누어 누운 후 한쪽 끝부터 차례로 상대방의 몸 위를 굴러 넘어가는 것이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 몸 위를 구른다고?” 스님의 시작 사인이 떨어진 후에도 한 동안 아무도 움직이지 못한다. 한참을 머뭇거리다 누군가 용기를 내 시작하자 그 뒤론 일사천리. 남자ㆍ여자도, 어른ㆍ아이도, 천주교 신자나 불교신자의 구분도 없다. 다만 너와 내가, 서로 서로를 의지해야 할 우리가 있을 뿐이다.
‘김밥말기’로 친숙감을 더한 후에야 본격적인 마음 나눔이 시작됐다. 두 명씩 짝 지어 서로의 손을 잡고 계곡을 따라 걸어갔다 오는 것. 단, 한 사람은 눈을 감고 상대에게 의지한 채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규칙이다. 나를 누군가에게 온전히 의지해 본 경험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계곡의 물소리와 나무들의 부대낌이 만들어내는 바람소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자신을 드러내는 촉매가 되어준다.
1시간에 걸친 ‘산책’이 끝나자 첫째 날 프로그램이 끝났다. 이제 남은 이틀간 나의 상처를 어떻게 드러내고 치유할 수 있을 것인가? 기대와 설렘을 안은 채 그렇게 첫째 날이 저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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