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이 최근 발표한 ‘2004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 설문결과에서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법회에 참석하는 불자들은 3.5%에 불과했다. 1년에 한두번 법회에 참석하는 사람도 불자라 할 수 있을까?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만난 A씨. 정기적으로 다니는 원찰이 없고 수계도 받지 않았지만, A씨는 마음 속으로 늘 사찰과 불교를 좋아한다. A씨는 과연 불자일까 아니면 불자가 아닐까. 답은 ‘무늬만 불자’다. 진짜 불자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참불자의 요건은 무엇일까. 불교계에서는 수계, 정기법회 참석 등을 불자의 기본요건으로 꼽는다.
# 수계-지계 필수
자신이 불교신자라고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오계를 받는 일은 불자가 갖춰야할 첫째 요건으로 꼽힌다. 수계는 불·법·승 삼보를 진실로 믿고 따르겠다는 다짐이요 서약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계를 받는 시점이야말로 불교에 들어서는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계를 받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지계다. 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수계의 참 뜻이기 때문이다.
대구 파계사 영산율원장 철우 스님은 “수계의 의미는 그동안의 모든 죄업을 씻어내는 참회와 부처님처럼 살겠다는 발원으로 요약된다”며 “계를 받아 지니고 지키는 일이야말로 불자의 첫째 요건”이라고 강조한다.
# 원찰 갖고 법회 참석해야
바른 믿음을 갖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행을 점검하고 인도해 줄 사찰과 스님이 있어야 한다.
믿음은 있으나 믿음의 행위가 없다면 불자라 하기 어렵다. 믿음의 행위를 구체화하는 것이 신행이고 이를 실현하는 공간이 사찰이다. 또한 사찰은 삼보에 귀의하는 의지처이자 법을 구하는 귀의처다. 원찰(原刹)을 갖고 정기법회에 참석해 스님의 법문을 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찰은 불자에게 신행의 뿌리와 같은 존재이다. 공부하는 이에게 스승이 있어야 하듯이 불자에게는 신행지도를 받을 사찰과 스님이 있어야 한다. 정해진 원찰이 없이 이절 저절을 다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신도의무 다하라
신도는 승단을 구성하는 기본요건. 여기에는 신도의 역할이 요구되기 마련이다. 불교를 믿는 신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책임과 의무가 주어지며, 불자는 기꺼이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 가운데 소속 사찰이나 종단에 신도의무금을 납부하는 일은 신자로서의 책임감을 느끼는 중요한 요소일 뿐만 아니라 사찰과 종단에 대한 소속의지와 참여의지를 키우는 밑거름이 된다. 불교의 실천은 보시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불자들은 신도의무금을 내는 일을 비롯해 신도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 기본교육 받아라
올바른 신심을 갖고 신행활동을 펼치는 일은 신도의 기본요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교를 바르게 이해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신도기본교육은 이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건이다.
일반적으로 사찰에 신자접수를 하게 되면 기본교육을 받도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시스템에 따라 교육을 이수한 뒤 계를 받는 것이 좋다. 그러나 소규모 사찰일 경우에는 기간을 두고 한꺼번에 기본교육을 실시하므로 수계를 먼저 받을 수도 있다.
체계적인 절차에 따라 입문하지 않으면 불교를 취미로 생각하거나 임의적으로 이해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 이타행 실천하라
자리이타(自리利他)를 실천하는 일은 불자들의 의무다. 따라서 불자들은 자신의 생활 속에서 이타행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저 알음알이에 머문다면 참다운 불자라 말하기 어렵다. 이타행이야말로 불교의 근본사상이기 때문이다.
이타행은 자신이 가진 것을 남에게 베푸는 보시로부터 시작된다. 이것이 구체적으로 행으로 나타날 때 바른 믿음을 가진 불자라 할 수 있다.
가평 백련사 주지 승원 스님은 “어쩌다가 가고 싶을 때나 절에 간다든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희생시키는 이를 불자라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원찰을 갖고 기본교육과 계를 받아 바른 믿음을 키우고 실천하는 이야말로 참불자”라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