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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신앙의 소의경전 <무량수경(無量壽經)>. 연천 오봉사 효란 스님은 이 경전으로 염불수행을 하는 까닭을 이렇게 설명했다. 아미타불의 근본서원을 믿고, 모든 것을 내맡겨야 비로소 염불수행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그럼 ‘믿음’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어떻게 믿어야 할까? 6월 23일, 서울 내자동 삼보제자경전강좌 강의실에서 <무량수경>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효란 스님에게 이 경전의 핵심 가르침이 무엇인지, 선과 관계는 어떤지를 여쭸다. (011)9868-2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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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수경>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무량수경>은 <관무량수경> <아미타경>과 함께 정토삼부경으로 불리는 경전입니다. <관무량수경>은 범부중생의 근기를 설한 경전이고, <아미타경>은 부처님과 중생이 화합해 부처님이 중생을 정토로 인도, 성불시키고자한 그 뜻을 성취했음을 담은 경전이지요.
그럼 <무량수경>은 어떤 경전일까요? 법신불이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근본서원을 세우고, 직접 오겁이란 긴 세월 동안 중생을 대신해 수행하고 쌓은 공덕을 중생들에게 회향하겠다는 것이 <무량수경>의 내용입니다. 부처님이 이 세상에 나온 목적을 이야기한 것이 바로 <무량수경>의 핵심이지요. 때문에 <무량수경>은 이미 중생들이 구제돼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다시 쉽게 설명해주십시오.
-사실 다른 경전은 ‘여시아문(如是我聞)’으로 시작합니다. 즉 ‘부처님의 말씀을 믿고 나는 들었다’는 의미죠. 반면 <무량수경>은 ‘아시여문(我是如聞)’으로 출발한다. ‘듣고 보니 부처님 말씀을 알았다’는 뜻입니다. 이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세상에 오신 근본 목적을 말한 것이지요. 부처님이 누구인지를 알려주고, 부처와 중생의 관계를 설명한 경전이 <무량수경>이란 말입니다. 그래서 법신불이 중생구제의 원을 세우고, 그것을 실천에 옮겨 모든 중생구제의 준비를 완료했다는 내용을 <무량수경>은 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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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염불만하면 됐지, 소의경전은 볼 필요가 없다는 말도 있습니다. 왜 염불하면서 정토사상의 소의경전인 <무량수경>을 공부해야 하나요?
-원래 팔만사천 경전 모두는 서로 통하게 돼 있습니다. 대표적인 대승경전인 <금강경> <화엄경> 등의 마지막 부분은 늘 나무아미타불로 회향하게 돼 있지요. 달리 말하면, <무량수경>을 이해하면 <금강경> <법화경> 등의 뜻을 알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왜 그럴까요? 부처님의 마음자리를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불교의 기본원리는 하심(下心)에 있습니다. 어느 경전을 읽든 행보다 믿음을 확고히 해야 해요. 모든 불교사상은 결국 이미타로 회향시키려고 하는 것에 그 목적을 두고 있지요. 이 때문에 정토사상의 소의경전인 <무량수경>을 공부해야 합니다.
▶정토와 선은 자칫 배치되는 수행법으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그럼, 정토 즉 염불과 선은 둘입니까, 하나입니까?
-참선이든 염불이든 ‘믿음’ 없이는 안 됩니다. 믿음이 있다면 하나입니다. 종교는 믿음을 생명으로 하지요? 믿음으로부터 행이 나옵니다. 불교에서 믿음은 하나지 둘이 아닙니다. 그래서 선이든 염불이든 그 행은 같습니다. 믿음은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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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믿음이 중요합니까?
-믿음은 부처님의 모든 가르침을 따르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근본서원인 본원을 믿는 것이지요. 이것을 신근(信根), 즉 ‘믿음의 뿌리’라고 해요. ‘모든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부처님의 서원이 굳기 때문에 여기에서 확고한 믿음이 생겨나오게 돼요.
▶그럼 어떻게 믿어야 합니까?
-아미타 부처님의 법문을 믿어야 해요. 그 믿음을 의심하지 마십시오. 순수한 아기의 마음처럼 아미타불을 믿고 자신의 마음을 열어, 그 부처님을 받아들이면 돼요. ‘내가 부처님 품안에 살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 비로소 믿음이 생기고 모든 존재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들게 되는 것이지요.
▶염불의 종류에는 칭명염불과 실상염불이 있습니다. 이 염불수행법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칭명염불이든 실상염불이든 이것들을 구별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이런 구분은 역대 조사들이 한 것이지, 부처님이 한 것이 아닙니다. ‘같다 안 같다’ 등으로 나눌 필요가 없습니다. 마치 인간들이 자신의 ‘인격의 자’를 갖고, 부처님을 재는 것과 똑같습니다. 부처님의 자를 갖고 재야지, 조사들의 말로 재는 자는 믿을 것이 못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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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의 목적은 성불이라고 합니다. 모든 수행법들이 성불을 하기 위한 방편이 됩니다.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길만 다를 뿐인데요, 염불은 깨달음을 성취하는데 어떤 길을 가는가요?
-믿음에 따라 달라요. 믿고 행하는 것과 믿지 않고 행하는 것은 다르다는 의미죠. 육조 혜능 선사의 제자들이 염불수행을 하던 선도라는 대사를 보고, 육조 선사에게 “스님, 우리들은 죽도록 참선만 하는데, 저들은 염불만 하니 무슨 이익이 있어서 하는 겁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육조 혜능 선사는 “일구미타무변염(一句彌陀無變念 : 일념으로 믿고 나무아미타불을 한 번 염불하면) 불로탄지도서방(不勞탄指到西方: 손가락 튕기는 힘도 들일 것 없이 서방정토에 태어난다)”라 말했지요.
왜 참선했던 육조 혜능 선사가 이런 말을 했을까요? 수행자의 인연에 따라 수행법이 다르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즉 성불에 이르는 방편이 다를 뿐이고, 행법의 우위는 없다는 말이지요. 다만 혜능 선사는 염불이 성불하기 위한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을 제시한다는 것을 일러준 것입니다.
▤87세 노구에도 <무량수경>을 열강하는 효란 스님은?
‘믿음이 확고해야 수행도 확고해진다’는 확신으로, 정토신앙 관련 법문을 30년 넘게 해온 스님은 올해 87세의 고령에도 일반인들에게 <무량수경>을 강의하고 있다. 이번에 하늘북 출판사가 6월 2일부터 6개월간의 일정으로 마련한 <무량수경> 강좌에서도 스님은 식지 않는 열정을 출ㆍ재가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KBS 사장을 역임한 태고종 지현 스님, 서울대 교수들을 비롯해 적지 않은 지식인들이 강의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아직은 강의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 참석자는 많지 않지만, 스님은 마지막 강의라는 생각으로 열강을 해 수강생들이 감동을 받고 있다. 정토경에 대한 관심은 둘째치더라도, “강의하다 죽고 싶다”는 노스님의 원력이 대단할 뿐이다.
1919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난 스님은 31년 수덕사에서 만공 스님을 은사로 득도했다. 이후 조선독립운동을 이유로 일본에서 3년3개월 옥고를 치르고, 43년 일본 와세다대학 문학부 졸업했다.
46~65년 경성제대 법문학부 및 보성전문학교 등에서 문화사 강의했으며, 68년 동헌스님을 은사로 건당을 했다. 78~83년 조계종 반야회 회장, 83~84년 군법사단 후원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고대 한일불교문화교류협 창립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관무량수경 의역과 해설><불교의 전통신앙> 등이 있다.
▤‘무량수경’은 어떤 경전?
<무량수경(無量壽經)>은 중생들을 대신해 수행, 아미타부처님이 된 법장보살이 모든 중생의 구제가 보장됐다는 것을 담고 있는 경전이다. 즉 부처님의 능력인 불법력(佛法力)을 설한 것이 <무량수경>이고, 범부중생의 근기를 설한 것이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 부처님과 중생이 화합해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뜻이 성취됨을 설한 것이 <아미타경(阿彌陀經)>이다. 흔히들 이들 세 경전을 일러 ‘정토삼부경(淨土三部經)’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