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경 수행을 계속하다 보니 집안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아이들도 모두 잘 자라주었다. 3형제 모두 지금, 마음씨 고운 색시를 맞이하였다. 모두 부처님을 믿는 아름다운 인연들이다. 아마도 ‘저를 아는 모든 이들에게도 부처님의 자비가 충만하도록 해 주소서!’ 하는 발원을 생활화한 덕분인 것 같다. 이후 난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의 경험을 들려주며 부처님 말씀을 정성으로 사경을 하고 전법을 할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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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수행자의 자세를 돼새겼다. ‘이제는 시간도 있고 하니 다시 초발심으로 돌아가도록 하자’ 하며 스스로 채찍질을 했다. 새롭게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난 대구불교대학에 입학을 했다. 2년간의 교리 공부는 내게 많은 교훈을 주었다. ‘부처님께서는 아주 귀한 인연을 만나게 해 주셨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내 삶의 최고의 인연인 한국사경연구회장 김경호 선생님을 만난 것이다. 그간 부처님 말씀이 좋아 무조건 사경하고 외우고 전법을 하면서 방향을 잡지 못하였는데 이제야 바른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이다.
사경의 첫 수업, 김경호 선생님의 좌태에서 빛이 났다. 사경실이 맑은 향기로 그득했다. "사경은 육근을 모두 이용하는 수행법입니다. 눈으로는 보고 코로는 호흡을 가다듬고 입으로는 읽고 귀로 들으며 손으로 쓰면서, 마음에 부처님의 진리의 말씀을 새기는 수행법이기 때문입니다. 또 사경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수행자가 스스로의 마음자리를 즉각적으로 확인하고 점검해 나갈 수 있는 수행법입니다. 순간순간 일어나는 탐진치를 부처님의 법으로 말끔히 걷어내는 수행법이 바로 사경인 것입니다."
모든 사경수행자들이 선생님의 말씀에 도취되어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또 관세음보살 42수진언으로부터 시작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말 좋았다. 내가 처음 절에 갔을 때, 스님께서 주신 책이 〈관세음보살 42수진언>이었는데, 진언들 속에 관세음보살님의 무한 자비가 배어 있어서 내가 힘들 때마다 외운 이 진언은 사경의 재미를 무한대로 이끌었다. 즉 한문과 한글, 그림, 선 등 모든 배워야 할 내용이 복합적으로 내재되어 있어서 초학자가 배움에 가장 적합한 것 같았다. 정말 열심히 했다.
하지만 "법신사리를 조성하는 수행법인 만큼 굳센 신심을 지니고 바른 자세로 꼿꼿이 세워진 붓끝에 마음을 모을 수 있어야만 진정한 의미의 사경이라고 할 수 있다"는 김 선생님의 말은 내 마음같이 쉽게 되질 않았다.
난 부처님께 발원을 했다. ‘부처님, 열심히 사경을 하고자 하오니 붓 끝에 마음이 오롯이 모이도록 도와주소서!’ 그러니 사경을 시작하기에 앞서 관세음보살님을 관하고 호흡을 조절하며 마음을 모아 사경을 하다 보니 관세음보살님과 대화를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하기를 2개월, 사경반 회장을 선출한다고 했다.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앞에 계시는 보살님이 나를 추천했다. 처음에는 못 들은 척 했는데 또 다른 보살님이 추천을 했다. 난 ‘부처님 제가 맡아야 합니까?’ 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 순간 ‘네가 맡아라. 맡아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라’란 부처님의 음성이 들렸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