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 김외숙 교수(방송통신대학 가정관리학)
▤주제 : 불자가족의 가정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
▤법회 동영상 서비스 http://news.buddhapia.com
‘욕구충족의 무한성’은 가정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자원은 유한한데, 만족은 끝이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관리’다. 가족이란 집단이 가진 욕구의 합리적 해소가 가정관리의 핵심이다. 가족구성원의 공동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모든 활동이 가정관리인 셈이다. 그럼, 불교는 이 같은 속성을 지닌 가정에 어떤 메시지를 던져줄까. 또 과연 이들간 소통은 가능할까?
| ||||
‘불자로서 가정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6월 26일, 안성 도피안사(주지 송암)와 본사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가정의 가치, 불교에 묻는다-구국구세대법회’ 아홉 번째 법회에서 방송통신대 김외숙 교수(가정관리학)는 불자가정관리의 가장 큰 자원이 ‘모든 존재에게는 불성(佛性)이 있다는 믿음’에 있다고 강조했다.
# 왜 ‘불자가정관리’인가?
결국, ‘선택’의 문제다. 가족의 목표는 욕구에 기본을 두고 만들어진다. 때문에 한정된 자원으로 어떤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킬 것인가가 가정관리의 핵심이다. 불교는 여기에 원만한 욕구해결의 길을 제시한다.
| ||||
김 교수는 이와 관련, “심리학자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과 비교한다면, 중도는 마지막 단계인 자아실현과 비슷한 개념”이라며 “가정을 수행터전이고 가족을 수행의 길을 함께 가는 도반이라고 볼 때, 가정관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해탈, 견성, 인격완성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일상생활을 하는 재가신도의 경우, 이 목표와 더불어 장단기적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럼, 불교는 자원사용을 통해 최대한의 만족을 얻기 위해, 자원의 총공급을 어떻게 확대시킬 것인가? 김 교수는 ‘바로 모든 인간이 불성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가족구성원 모두가 부처님이고, 나아가 모든 사람이 부처님이라 여기는 인간에 대한 절대 긍정이 가장 긍정적인 태도라는 것이다. 즉 불교의 ‘일체실유불성(一切悉有佛性)’이 가족의 전인격적 발달을 도모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불성’을 태양과 구름에 비유해 말했다.
“불광사 광덕 스님은 ‘아무리 구름이 뒤덮고 있어도 그 위로 햇빛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며 불성을 태양에 비유했었습니다. 제가 비행기에서 구름 위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햇빛을 보면서 ‘아! 바로 이것을 말한 거구나’하고 시각적으로 확인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김 교수는 가족 목표와의 관계 속에서 자원을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목표달성의 욕구에 따라 자원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가령 부모의 부유함이 자녀에게 장애가 될 수 있고, 도움도 된다고 말했다. 자원의 유효성은 어떤 목표를 세우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의미다.
# 불교가 가정에게 주는 가치는?
김 교수는 행복한 불자가정을 만들기 위한 불교 가치를 이렇게 제시했다. 저출산, 고령화, 이혼 증가, 가구 수 변화 등으로 대변되는 오늘날의 가정에 대해, 김 교수는 “산업화이후 가족과 직장이 급속히 분리되면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이에 김 교수는 “불교가 이런 변화의 원인, 그 속에서의 가족구성원 목표와 방향성 설정에 해답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즉 불교는 가정이 ‘수행공동체’로서의 기능과 함께 ‘자아실현의 장’을 마련해준다는 것이다. 일생에 늘 쫓기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잠시라도 돌이켜보게 하는 여유를 준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무딘 도끼로 나무를 벨 것이 아니라. 우선 도끼날을 세워 나무를 베야 한다’는 비유를 들며, 하루 5분이라도 가족 구성원 모두가 자신을 점검하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도 혈연중심의 가족관을 ‘연기관(緣起觀)’으로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간의 생존방식 자체가 ‘나와 남이 별개가 아니다’라는 연기관이야 말로, 혈연중심의 편협한 가정관을 깰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의 이 같은 연기적 관점은 ‘큰 나’로서 자신을 보게 해, 사회적 연대의 확대와 공동체적 삶을 실천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즉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다’는 연기적 인식은, 가족구성원이 시공을 초월해 모든 생명체에 공경과 감사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연기적 가르침은 지속가능한 가정의 소비생활법도 제시해줍니다. 이 세상의 모든 자원들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오만심을 없애주는 것이 제일 큰 효과입니다. 즉 타인과 자연 등 모든 관계 속에서 자원을 사용하게 해 ,다음 세대의 욕구 충족도 생각하게 만들어 줍니다.”
# 불자가정관리를 위한 조언
김 교수는 불자로서의 가정관리를 위한 조언으로 ▲남성의 가정 내 역할 증대 ▲가족여가 활동 강화 등을 제안했다. 우선, 남성의 가정 내 역할 기여도가 중요하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여성의 취업노동이 증가하는 만큼 남성의 가사노동은 증가하고 있다고 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가족구성원은 자원을 필요로 하지만, 여성은 자기 욕구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채 종속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성역할 과정에서 오는 남녀 갈등이 가정 내 불화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를 극복하는 길이 바로 불교의 평등사상입니다. 물론 불교교리와 무관한 남성중심적 가부장적 문화가 불교에 적지 않게 담겨있지만, 사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양성평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불자가정관리의 핵심 키워드로 ‘즐겁게’ ‘재밌게’를 제시했다. 이는 가족구성원 모두가 여가생활을 위한 동반자가 돼야 한다는 주장으로, 가족구성원은 함께 ‘노는 상대’라는 것이다.
▤ 질의 응답
▲ 김 교수님이 앞서 말씀하신, 매스로우의 욕구단계설에서 최상위가 자아실현이라고 했습니다. 자아실현은 결국, 자기 목표의 달성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불교적 입장에서 보면, 자아의식의 발달은 제7말라식의 발달이라고 합니다. 이는 번뇌와 망상의 초월을 의미합니다. 그런 점에서 매스로우의 자아실현과는 조금 다르지 이해될 수 있을 턴데요?
-매스로우의 욕구단계설에서 최상위가 자아실현입니다. 그 바로 밑 단계가 자아존중입니다.
서양심리학자의 이론에서 정말 부처님이 말씀하신 무아 경지의 자아실현을 염두해 두었을 정도의 수준이었는가에 대해서는 자신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이론의 발생배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자아실현’을 궁극의 목표라 한다면, 자아존중은 아집이 있고, 나란 존재를 고집해 자기를 높게 보려는 단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이 박사님이 말씀하신 제7 말라식은 매스로우의 ‘자아존중’ 단계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
서울대학교 가정대학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가정학 석사를, ‘도시기혼여성의 여가활동참여와 여가장애’를 주제로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방송통신대학 가정관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가정생활개선진흥회,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 불교여성개발원 자문위원, 한국가정관리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지난 1973년 서울대 입학과 동시에 불교학생회 활동을 시작했던 김 교수는 불교법조인 모임인 서초반야회에서 총무를 맡았던 박홍우 대구고법 부장판사와 서울 불광사에서 30년 넘게 신행생활을 해오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가족정책의 이해> <가정생활과 관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