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불자모임인 불이회 활동을 하고 있지만 평소 다니는 원찰이 없는 안구용씨(은행국 안정분석팀). 그는 2002년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된 이후 주말이면 평소 가보고 싶었던 사찰을 참배하거나 복지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느라 거의 해보지 못했던 일들이다. 결국 주5일 근무제가 신행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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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7월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한 금융업계의 경우 직장신행단체의 활동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법회 등 직장단체의 활동이 평일에 집중돼 있어 주5일 근무제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다. 대신 주말을 이용하는 성지순례, 봉사활동 등은 가족과 함께 참여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주5일 근무제가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1000인 미만이 근무하는 사업장과 공공기관으로 확대 시행됨에 따라 직장인불자들의 신행패턴이 어떻게 바뀔지 비상한 관심을 끈다. 특히 이번 확대대상에는 직장신행단체의 큰 축을 형성하고 있는 공무원불자들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주5일 근무제에 대비한 프로그램을 마련한 직장 신행단체들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250여 단체가 활동하고 있는 공무원불자회는 불자회별 자율적인 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대전시청 공무원불자회의 경우 휴일을 이용한 봉사활동과 수련회를 준비하고 있지만, 사실상 회원들의 자율적인 시간 활용에 맡기고 있다.
전형진 대전시청 불자회 총무는 “직장불자회가 휴일을 중요시하는 직장인불자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거의 없다. 복지시설 봉사, 원찰내 신행활동 등 회원의 개인적인 신행활동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직장인들의 근무패턴 변화는 불자들의 신행패턴의 변화로 이어지고, 이는 신행·포교의 일선이라 할 수 있는 사찰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로 인해 직장인을 끌어들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꾸준히 형성돼 왔다. 산중사찰을 중심으로 주5일 근무제가 부분적으로 시행된 2002년부터 템플스테이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휴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직장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신도조직 활용시스템 구축 등이 선행돼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마곡사 포교국장 마가 스님은 “주5일 근무제가 완전 시행되는 2008년까지 도심사찰과 산중사찰, 가족과 개인 등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이 많아져야 한다”며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사찰을 찾는 것처럼 사람들의 발길을 사찰로 향하도록 하는 일은 결국 불교 내에 그 해답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