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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은 전생의 빚쟁이? 그럴수록…
고성혜 교수 구국구세 7번째 법회서 건강한 부모-자녀관계 강의

흔히 부모와 자식은 8천겁의 인연이 쌓여 만나는 관계라고 한다. 또 과거세 인연은 대개 은혜를 보답하기 위한 인연이거나 빚쟁이가 되어 서로 빚을 받으러 온 인연이라고 한다. 앞의 경우는 존경과 자비심이고, 뒤의 경우는 불화와 증오심이다.

이생에서 육바라밀의 보살행을 통해서 인연의 사슬을 모두 풀게 하려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부모 자식간의 노력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일깨워 준다. 중요한 것은 은인이든 빚쟁이든 간에 금생이 모두 청산을 하고 다음 생까지는 연장하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세구국 7번째 법회는 부모와 자식의 건강한 관계를 주제로 열렸다


안성 도피안사(주지 송암)와 본사가 공동 주최하는 구국구세대법회 ‘가정의 가치를 불교에 묻는다’ 일곱 번째 강사로 나선 고성혜 교수(경희대 아동가족학부)는 청소년 자녀와 부모와의 어긋난 경우 청소년들이 무기력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꿈을 키워가며 지낼 수 있도록 부모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열강을 펼쳤다.


# 청소년은 부모의 그림자

고 교수는 강의에 앞서 자신이 6년 동안 서울중앙지검에서 비행청소년의 상담지도를 통해 만나온 여러 청소년들과의 만남을 소개했다.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문제아’라는 딱지를 달고 상담실을 찾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부모의 올바른 자녀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절감한다며 자신의 최근 경험담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상담실을 찾아온 18살 고3 아이는 죄명이 특수절도였습니다.
180cm가 넘는 키에 산만한 덩치의 이 아이는 살벌한 죄목과는 어울리지 않게 두꺼운 안경에 너무나 순수한 얼굴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한참을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꺼내 놨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너무나 흔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아이는 초등학교를 마칠 무렵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면서 첫 번째 시련을 겪었습니다. 아직 세상의 고통을 감당하기 힘든 나이였지만 부모는 아이의 입장을 고려 할만 한 형편이 못되었습니다.

생활에 쫓겨 아빠는 서울로, 엄마는 대구로 각자의 생활전선에 정신없이 뛰어들었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와 생활하던 아이에게 두 번째 시련이 찾아 왔습니다. 엄마의 재혼이 문제였습니다. 결혼을 앞둔 엄마는 결혼식 당일 아이에게 절대로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고 아이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노라고 했습니다.

엄마의 재혼 이후 아이는 서울에 있던 아버지에게로 보내졌습니다. 그렇게 아빠와 사는 동안 다시 세 번째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아빠 역시 재혼을 하게 된 것입니다. 결혼식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을 무렵 아빠는 아이에게 결혼식 당일 절대로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답니다. 아이는 말을 맺지 못하고 그 온몸을 부르르 떨며 대성통곡을 하더군요. 설마설마 엄마에게서 들었던 그 말을 고등학생이 된 자신이 아빠에게서 또다시 듣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생각 못했었다며 울부짖었습니다.

아이는 충격에 무작정 집을 나와 길거리를 헤매 다녔습니다. 어느날 밤 너무나 배고 고픈 나머지 조그맣고 허술한 가게 문을 쇠꼬챙이로 따고 들어가 ‘마가레트’ 과자 4봉지를 훔치다 주인과 마주쳤답니다. 당황한 아이는 주인을 밀치고 달아나려 했지만 결국 붙잡혔고, 특수절도라는 엄청난 죄명으로 검찰청 상담실에서 나와 마주앉게 된 겁니다. 목이 멨지만 나 자신도 무슨 말을 해 주어야 할지 몰라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습니다.

60~70년대 어렵고 가난했던 시절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도 현실에서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고 박사는 “부모의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이 훗날 올바른 성인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심리학자들의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녀 미래와 인격 형성에 안정된 가정과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부모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없는 아이가 성장 후 올바른 사회구성원으로써 주변과 정상적인 관계를 맺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 청소년기 자녀들의 특성

유교적 전통이 몸에 밴 한국부모들은 자녀와의 상호존중과 의사소통보다는 가족간 결속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아이들은 효도관이 약하고 이기적이며 버릇없다며 나무라기만 하는 부모들 태도는 자녀와의 관계를 오히려 악화시키기만 할 뿐이다. 고 교수가 청소년들에게 부모와 대화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거의 대부분이 “언제나 뻔한 얘기만 하는 엄마 아빠와는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고 교수는 “청소년 자녀와 부모와 대화가 단절되고 어긋나기 시작한 경우 그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는 극약 처방은 없다”고 단언한다. 다만 “더 나빠지지 않게 할 방법을 한시바삐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부모가 먼저 요즘 청소년들의 특성을 알아 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청소년기 아이들은 꿈과 이상을 찾고 싶어 하면서 또래끼리의 공감대 형성을 추구하지만, 때때로 폭발직전의 감성을 표출하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고 교수는 “청소년기 자기표현이 분명하고 삶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와 유행에 민감한 시기다. 하지만 이러한 측면은 때로는 충동적이고 부족한 인내심으로 인해 자신의 욕구를 즉시 실현하려는 경향을 드러내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자기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인식하지 못하고 함부로 행동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자신을 찾아오는 문제청소년들의 상당수는 오토바이 절도 같은 즉흥적이고 우발적인 사건일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단지 길에 서있는 오토바이가 타고 싶어 잠깐 타고 돌려주겠다는 안이한 생각의 결과가 어이없게도 절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 부모노릇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떤 부모도 자신이 자녀에게 좌절을 안겨주는 대상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주위에서 흔히 지나친 간섭과 통제로 자녀를 힘들게 하거나 무관심과 학대로 자녀를 방치하는 것을 경험한다. 양변의 극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의 경계를 지키기 어려운 것이 부모의 속성이라고는 하지만 부모는 여유를 갖고, 자녀의 행동을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고 교수의 주장이다.

고 교수는 “자녀를 부모의 울타리 안에만 가두어 두려는 한국부모들은 자녀를 ‘공부하는 기계’로 전락시키는 경우가 흔하다”고 지적하고 “자녀들도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역할과 책임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수의 부모들은 너무하다 싶을 만큼 자녀를 위해 희생적으로 살고 있지만 이렇게 완전함을 추구하는 부모는 아이를 망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어떻게 청소년의 행동을 이해하며,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가 어떻게 자녀 인생의 길잡이 노릇을 해야 하나 늘 걱정하지만 부모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는 것을 시급히 깨달아야 하기 때문이다.

“고 3을 마치고 대학에 들어간 큰딸아이가 어느 날 엄마가 내게 공부하라는 말보다 아무 말 없이 뒤에서 지켜봐주기만 한 것이 너무나 고마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는 고 교수는 부모는 자녀들이 자신의 앞길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녀를 위해 부모가 기억하고 행동해야 할 것들을 제안했다.

△ 자녀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의식의 가치를 인식시키고 자기 통제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나와 마찬가지로 남도 똑같은 욕구가 있다는 것을 이해시키며,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기준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 구체적인 생활교육을 하고 청소년 자녀의 가족생활에의 참여도를 높이도록 한다. 가족내 자신의 역할을 인식시킬 수 있도록 가족공동의 대화의 장을 만들고, 생활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 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현실적인 기대를 하도록 한다. 부모가 갖고 있는 왜곡된 생각, 절대적 사고에 얽매여 자신의 기준에 맞추어 자녀의 행동을 평가하고 이를 문제 삼지 말아야 한다.

△ 부모 역시 인간이므로 완벽할 수 없고, 때로는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성숙한 부모라면, 자신의 잘못에 대해 자녀에게 사과할 수 있으며, 자녀에게 말로만 바르게 살라고 할 것이 아니라 부모 스스로 언행일치되는 행동을 하도록 노력해야한다.

고 교수는 “부모가 때로는 자식의 감정을 도닥여주고, 때로는 아이의 고민에 대해 어른다운 대안을 제시해줘야 한다”며 성장하는 자녀를 대하는 부모의 건강한 역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강의를 끝내기 전 고 교수는 자녀들에게 잘 대해주고 싶지만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할 때 늘 경전을 외듯이 되뇌는 구절이라며 법회참석자들도 따라 할 것을 권했다.



자녀가 부모에게 드리는 조언

나를 너무 귀하게 여겨 버릇없이 기르지 마십시오.
내가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나는 오직 부모님을 한번 시험해보고 있을 뿐입니다.

나에게 엄격하게 대하는 것을 두려워 마십시오.
나도 그것을 좋아합니다. 그것은 나에게 오히려 안전한 느낌을 줍니다.

효과 있는 꾸중을 하시려면 남몰래 조용히 말씀해 주세요.
그러면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답니다.

나에게 사과하는 것을 부모님의 수치나 실패로 여기지 마십시오.
정직한 사과는 나에게 따뜻함을 줍니다.
부모는 완전무결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나의 실수가 죄악이라고 느끼게 하지 마십시오.
그러면 나의 가치관이 왜곡될 수 있습니다.

나의 정직을 너무 강조하지 마십시오.
그러면 위협에 질려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성가시도록 많은 말을 하지 마십시오.
귀먹은 체 하면서 딴 청을 하게 됩니다.

갑작스럽고 깊은 생각도 없이 약속을 하지 마십시오.
만약 그 약속을 어기게 되면 낙심하게 됩니다.

나는 이해있는 사랑을 받아야 올바로 자랄 수 있음을 잊지 마세요.
그러나 이것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부모님이 먼저 아시니까요.



강사로 나선 고성혜 경희대 아동가족학부 겸임교수
고성혜 교수(49)는 서울대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아동학대 문제를 전공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경희대 아동가족학부 겸임교수면서, 2000년부터 총리실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 서울시 ‘자녀안심운동 서울협의회’에서 연구사업본부장 등을 맡고 있다.

불교계단체의 강연 의뢰는 처음이라는 고 교수는 1999년부터 서울중앙지검 6년 넘게 비행청소년에 대한 상담을 통해 얻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폭력과 아동학대, 부모관계 등 우리사회 청소년문제 전반을 고민하고 정부정책에 반영하기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 학교, 기관, 종교단체 등을 찾아 활발한 강연활동도 펼쳐왔다. 대불련 출신의 신심 깊은 남편과 함께 대학생 큰 딸, 중학생 아들을 키우고 있다.
조용수 기자 | pressphoto1@hanmail.net
2005-06-17 오후 5: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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