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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알아야 마음공부 한다
유식사상연구회 지도법사 고목스님이 말하는 '유식'공부

‘유식(唯識)은 유식(有識)한 사람들이 하는 마음공부가 아니다. 유식은 누구나 일상생활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마음공부법이다.’


고목 스님의 강의를 듣고 있는 유식사상연구회원들. 사진=김철우 기자


제대로 유식을 공부하면,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는 말이다. 달리 말하면, 전혀 ‘교학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어렵다’는 생각부터 앞서는 유식공부가 과연 쉽고 실용적일까?

유식공부는 선수행의 여건을 만드는 수행법이라고 강조하는 고목 스님. 사진=김철우 기자
7년째 ‘유식으로 마음공부하기’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유식사상연구회 지도법사 고목(枯木) 스님(밀양 고목선원장)은 ‘유식은 실용적이다 못해 너무도 구체적인 마음공부법’이라고 말했다. 자기 마음을 알아야 수행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6월 14일, 포항의 한 예식장.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 그리고 그 인식상과 삶의 방식’을 주제로 강의가 진행됐다. 생소한 유식의 용어들이 현대정신과학, 물리학 등의 개념들로 설명됐다. 그러면서도 일상 속의 구체적인 경험들이 곁들여지며 강의의 난이도는 한층 낮아졌다.

“유식을 공부하는 이유는 자기 마음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죠. 그래야 수행법이 바로 서요. 마음도 모르면서 자기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어떻게 알겠어요. 게다가 그것을 진실로 생각한다면, 그건 엄청난 착각이죠.”

고목 스님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의 방식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유식공부는 그런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는 공부법이 된다고 덧붙였다.


고목 스님이 6월 14일 포항 목화예식장 내빈실에서 열린 유식사상연구회 수업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김철우 기자


그럼 유식을 통한 마음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 먼저 스님은 무명(無明)과 번뇌를 갖고 세상을 인식하려는 자신의 마음부터 바로 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포항의 한 예식장을 빌려 매주 화요일에 열리는 유식사상연구회의 공부모습. 사진=김철우 기자
“유식은 진여공(眞如空), 즉 마음의 근본자리인 아뢰야식을 보는 ‘견도(見道)수행’이 핵심이에요. 그래서 무명을 거둬낸 진여를 봄으로써 시시각각 흐르는 마음작용을 알아차리는 거죠.”

고목 스님의 강의가 진행되면서 수강생들의 유식공부 체험담이 이어졌다. 유식사상연구회에서 3년째 강의를 듣고 있는 이성화(43ㆍ무상화)씨가 말문을 열었다.

“마음도 모르는데, 어떻게 선수행을 할 수 있을까요. 자기 속에 일어나는 마음작용을 알아차릴 능력도 없이 이치로만 잘 아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나요. 불교를 막연하게 느끼면서 구체적인 마음의 길을 알지 못한다면, 그건 마음공부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유식공부는 제게 마음에 관한 ‘왜’ ‘어떻게’의 문제를 알게 했어요. 모든 마음작용의 발현이 곧 내 안의 아뢰야식에 있음을 확인하게 된 거죠. 유식공부는 마음의 정체를 명료하게 알게 해요. 막연한 불교를 명확하게, ‘내가 왜 선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 거죠.

가령, 마음이 복잡할 때 올라오는 생각들을 알아차릴 수 있어, 일어나는 번뇌와 마음작용 등의 마음정체를 자세히 알게 돼 일상생활 속에 부딪히는 마음작용들을 스스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죠.”

천주교 신도면서 유식사상연구회의 총무를 맡고 있는 이영숙(45, 세례명 안나)씨는 유식공부를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마음의 흐름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내가 어떤 마음이구나’ 하고 인식상의 오류를 스스로 발견하고, 네 탓만으로 원망하던 마음을 바로 잡게 됐다고 한다.


고목 스님이 강의에서 유식(唯識)은 유식(有識)한 사람들이 하는 마음공부가 아니라 누구나 일상생활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마음공부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종교가 없는 양미란(47)씨는 유식공부를 통해 세상을 보는 그 놈이 바로 나임을 여실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왜 나에게 이런 마음이 일어났나’를 자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종교를 초월해 유식을 통한 마음공부를 하고 있는 유식사상연구회는 7년 전 고목 스님의 주도로 결성됐다. 회원들 대부분 심리학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회는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12시 30분, 오후 2시~4시 30분 두 차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055)353-6142




고목 스님과 일문일답

수행자는 신근(信根)을 강화해 이미 자기 마음이 거짓임을 알아 가차 없이 버릴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고목 스님.
지난 1985년 태고종 前 종정 덕암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스님은 ‘나는 누구인가’를 화두삼아 10년간 부산 기장에서 작은 암자를 짓고 수행했다. 이후 유식사상연구회를 결성, 종교를 초월해 일반인에게 유식사상을 통한 마음공부를 지도하고 있다.

10년 전부터는 광주 명상센터 ‘길’, 울산 동방심리상담연구소 등에서 유식을 강의하고 있으며, 한국화이트헤드학회, 한국동서정신과학회 등에서도 ‘선과 유식’을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다음은 고목 스님과의 일문일답.


▲ 유식은 ‘삼계유심 만법유식(三界唯心 萬法唯識)’의 도리를 담고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실생활로, 또는 선으로 응용할 수 있을까요?

- 마음이 무명의 습기(習氣)에 비롯됨을 알면 돼요. 그 때 신근(信根)이 강화되고, 이미 자기 마음이 거짓임을 알게 돼 가차 없이 버릴 수 있는 힘을 얻게 돼요. 선(禪)을 하는 힘이 강화되는 거죠. 즉 선수행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생겨요. 유식은 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과정을 설명한 것이에요.


▲ 유식은 마음의 원리를 너무 미세하게 설명합니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유식을 어렵게 생각합니다. 여차하면 교학으로 빠져 정작 실생활에 응용하기 어려운데요.

- 유식은 매우 실용적이에요. 유식을 제대로 공부하면, 마음의 심소법(心所法:마음의 미세한 작용)을 일상생활에서 전부 가려낼 수 있게 돼요. 그렇게 되면, 하나하나의 심소를 스스로 알게 돼 자신의 마음흐름을 파악하게 되죠. 그러다보면 생활 속에서 경계에 부딪쳐도 괴로움의 원인을 알게 되면서 ‘지혜의 눈’을 뜨게 돼요.


▲선수행자에게 유식을 통한 마음공부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 유식은 ‘마음의 인수분해’라고도 하죠. 선수행자에게 있어 자기 마음에 의심이 남아 있으면, 수행이 제대로 될 수 없어요. 신근을 튼튼히 해 의심을 제거한 상태에서 선수행을 해야 수행에 힘을 받게 돼요. 유식공부는 이처럼 의심의 원인이 될만할 것을 미리 제거하고, 말끔한 상태에서 선을 할 수 있도록 해요. 유식공부가 초심자에게는 마음공부의 설계도 또는 지도가 되는 셈이죠. 또 초심자의 마음공부를 세밀하게 점검할 수 있게 하지요.


▲ 결국 유식은 제8 아뢰야식을 뒤집어 깨달음을 얻는 것이 수행의 핵심입니다. 이른바 ‘전식득지(轉識得智)’인데요, 그럼 8식이 무너질 때 마음은 어떤 경계가 되고, 어떤 체험을 할 수 있는가요?

- 최초의 한 생각이 제8 아뢰야식이에요. 그 8식의 습력에 의해 우리는 살고 있는 거죠. 그래서 무명에서 파생된 번뇌 등을 정화시키지 않고는 행복한 삶을 얻을 수 없게 되죠. 유식은 자체적으로 정교한 수행법이자 선수행을 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 할 수 있어요. 또 수행방편도 될 수 있어요. 마치 간화선에서 화두가 방편이듯이 유식도 방편이죠. 자기 심소를 자세히 살펴서 무명을 명으로 전환하면, 모든 것이 정화되는 체험을 하게 되죠.
포항=김철우 기자 | in-gan@buddhapia.com
2005-06-15 오후 4:11:00
 
한마디
어떤 차이가 있나요?
(2005-06-17 오후 1:08:50)
41
할 필요업죠? 그래도 좋은 기사입니다. ()
(2005-06-17 오전 10:37:59)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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