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유인으로 살다간 백봉 김기추 거사
‘선생님은 무식한 도깨비였다.’ 지난 1970년, 백봉 거사를 6개월간 시봉했던 성태용 건국대 교수(53)는 자신의 스승을 이렇게 술회했다. 젊은 시절, 백봉 거사는 불교의 ‘불’자도 몰랐다고 한다. 55세 늦깎이로 불문에 들어선 백봉 거사는 스물 살 청년이었던 성 교수에게 생소한 불교용어에 대해 늘 물었다. “성군! 이게 무슨 소리고?”
백봉 거사의 수행은 치열했다. 왜 그랬을까. 출가자가 아닌 재가자로서 끝끝내 남았을까? 백봉 거사는 자신이 거사로서 하나의 표범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나처럼 무식한 놈도 선수행을 하는데…” 라고 백봉 거사는 항상 제자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백봉 거사는 1908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1923년 부산 제2상업학교에 입학, 뒤늦게 설립된 일본계 학교를 ‘부산 제1상업학교’라 하는데 반발해 동맹휴학을 주도하다 퇴학당했다. 이후 20세 때, 부산청년동맹 3대 위원장직을 맡아 독립운동을 하다 1931년 형무소에 수감된 후, 만주로 망명했다. 당시 백봉 거사는 불자가 아니었지만, 사방의 벽을 관세음보살로 빼곡할 정도로 그 명호를 쓰고 염송을 했다. 이것이 불교와의 인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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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림회원들이 서울 정릉 보림선원에서 토요철야참선정진을 하고 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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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과 일제 탄압으로 점철된 청장년 시기를 보낸 백봉 거사는 1963년 6월, 그의 나이 56세 때 충남 심우사에서 우연히 ‘무자(無字)’ 화두를 접한 뒤 본격적으로 용맹정진을 하게 됐다. 그러던 중 다음해 <무문관>의 ‘비심비불(非心非佛)’이란 글귀를 보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이후 재가수행단체인 보림회를 결성, <금강경> <유마경>을 중심으로 재가불자에게 선수행을 지도했다. 20여년간 재가자들을 지도했던 백봉 거사는 1985년 9월 16일 열반했다. 저서로는 <유마경대강론> <선문염송요론> <도솔천에서 만납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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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문관 책을 들어보이는 선도회 2대 지도법사 박영재 서강대 교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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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실점검에 혼신 다한 종달 이희익 거사
재가선의 세계에서는 선도회 1대 지도법사로 알려진 종달 이희익 거사. 일상의 삶 속에서 불법의 대의를 체득한 백봉 거사와 달리 종달 거사는 불교계 제도권에서 수행의 길을 걸어온 재가선사다. 1905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난 종달 거사는 함흥 제일공립보통학교를 졸업, 일본 유학 길에 올라 일본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인텔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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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도회 서강모임이 서울 서강대 성당 기도실에서 참선정진을 하고 있는 모습.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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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달 거사는 불문에 입문한 것은 귀국한 뒤 <조선불교> 잡지의 편집을 맡게 되면서부터다. 불교에 문외한이었던 종달 거사는 당시 나까무라라는 일본인 선객에 이끌려 일본 임제종으로 출가한다. 그의 나이 26세였다. 처음 받은 화두는 ‘무자(無字)’. 자나깨나 ‘무자!’ ‘무자!’ 하고 열심히 공부를 했던 종달 거사는 임제종의 입실지도를 받으면서 결국 무자 화두를 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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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도회의 대표적인 수행가풍인 입실점검. 선도회원이 박영재 법사에게 수행을 지도받고 있는 모습.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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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종달 거사는 1965년 지금의 선도회를 조직하고 당시 조계종 종정이었던 효봉 선사에게 ‘조계종 포교사’로 임명받아 본격적으로 일반인을 위한 참선 지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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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경 도림사 주지 시절 모습의 종달 이희익 거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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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회 2대 지도법사 박영재(50) 서강대 교수는 종달 거사의 치열하고 섬세한 수행지도 열정을 ‘화장실 입실점검’ 일화로 소개한다. 1983년 서울 화신백화점 근처에 시민선방을 맡게 된 종달 거사는 입실점검할 공간이 따로 없자, 화장실의 변기통에 걸터앉아 사람을 하나씩 불러 들여 공부점검을 해줬다. 정말로 입실점검이 공부의 생명으로 여겼던 종달 거사는 이처럼 철저히 입실점검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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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로구 원각회 참선법회 후 참가자와 함께 한 종달 거사(왼쪽에서 네번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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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0년 입적 수 년전에 서울 목동 동신아파트 자택에서의 종달 거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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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로는 <무문관> <생활속의 선> <선종사상사> <좌선> <인생의 계단>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