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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2001년의 집중수행에 들면서 위빠사나 수행에 대한 확신을 생겼다. 그 때의 체험담을 써놓은 당시의 수행일기를 보고 적어 보기로 한다.
첫째 날 수행에 들어가기 전, 난 스님께 “수행의 목표를 무엇으로 삼아야 합니까?” 하고 여쭈어 보았다. 스님은 “알아차림(사티)을 놓치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둘째 날, 새벽 3시에 깨어 법당에 가니 벌써 많은 사람이 나와 수행하고 있었다. 잠과 싸우는데 잠이 올 때는 모르고 있다가 고개를 끄떡거린 후에야 잠이 온 것을 알았다. 계속 잡념이 들어오는데 잡념을 싫어하지 않고 단지 생각으로만 알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 됐다.
셋째 날은 새벽 2시에 일어나서 법당으로 갔다. 전날 잠자기 전에 팽창, 수축, 누움, 닿음의 명칭을 붙이면서 몸의 움직임을 챙겼고 아침에 일어나서도 법당까지 가면서 몸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경행할 때 발바닥이 부드러워지면서 발바닥의 느낌이 잘 보였다. 좌선할 때에는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연속하여 2시간을 앉아 있었더니 몸과 마음이 굉장히 안정됐다. 그 후 경행을 하니 그 전에 5분 만에 왔다 갔다 하던 거리를 저절로 가장 느린 속도로 25분 걸려서 이동했다. 마음이 그만큼 세밀해진 것이다.
하지만 오전에 수행이 잘 되면 오후에는 집중이 잘 안 됐다. 특히 식사 후에는 집중이 잘 안 됐다. 오후 4시 무렵 좌선 할 때 고요한 호흡이 다시 찾아왔다. 그 전 같으면 대단히 좋아했을 터이지만, 이제는 고요함도 알아차림의 대상이 됐다. 좌선시 가려운 곳을 나도 모르게 긁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알아차림(사티)이 약하다고 느꼈다.
넷째 날. 새벽 2시 30분에 잠이 깨니 몸의 피곤함이 많이 느껴졌다. 몸의 불편함도 알아차림의 대상이었다. 불편할 때 이에 대해 내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아야 했다. 그리고 몸의 불편함은 몸의 느낌으로 알아차려야 했다. 몸이 피곤하니 점심식사를 하면 잠에 떨어질까 봐 점심을 굶기로 하고 방에 갔다. 스님이 어떻게 아셨는지 방문 앞에 오렌지 주스를 한잔 가져다주셨다.
방에 들어오니 갑자기 큰 울음이 나왔다. 엉엉 소리 내어 울고 싶은데 소리는 못 내고, 수건으로 입을 막으며 울었다. 종전의 울음과는 강도가 달랐다. 가슴속에서부터 울음이 나왔다. 그래도 알아차림을 두려고 노력했다. 나의 모든 것을 수행에 맡기고 오직 수행만을 하리라고 다짐했다. 오후에는 마음이 약간 흥분돼 있는 것을 보았다. 밤에도 자지 않고 수행에 매달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