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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신불(法身佛) 진언,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 조계종 前 종정 성철 스님이 108배 예불대참회, 능엄주력, 화두참구 등과 함께 불자들에게 강조한 아비라 기도다. 수행자 자신이 법신임을 이 진언으로 깨쳐야 한다는 것이 이 기도의 핵심이다.
아비라 기도는 참선수행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기도동참에 앞서 품었던 의문이었다. 타력과 자력, 수행난이도 등 그 행법의 성격과 방편이 다른데 그 관계는 어떤지 궁금했다. 특히 성철 스님이 ‘108배 예불대참회→법신진언→능엄주력’ 등의 순서로 진행되는 이 기도를 강조한 까닭을 알아내는 것이 기도동참의 주목적이었다.
5월 20일, 이 같은 의심을 갖고 해인사 백련암 분원 의왕시 정림사(주지 일행)에서 아비라 기도정진에 들어갔다.
# 참 기도는 철저한 ‘자기 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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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스님의 손상좌인 정림사 주지 일행 스님은 ‘철저한 자기 정진’에 그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자기가 지은 악업을 자신의 노력으로 참회하고 삼업(三業, 身ㆍ口ㆍ意)이 맑아질 때, 비로소 과보가 바뀐다는 것이다. 즉 요행이나 사행심으로 기도하는 것은 업장만 쌓이게 할뿐, 올바른 기도가 아니라는 의미다.
“모든 기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그 기도를 통해 내 정신을 얼마나 집중시켜 내면의 세계로 몰입할 수 있게 하느냐 입니다. 이런 점에서 아비라 기도는 짧은 기간에 이를 극대화시키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아비라 기도의 특징이자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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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8배 참회와 법신진언’, 업장 녹이는 기초단계
‘대자비로 중생들을 불쌍히 여겨 큰 보시(대희사:大喜捨)를 베푸시어 제도하시고….’
기도는 <예불대참회문(禮佛大懺悔文)> 독경에 맞춰 108배로 시작됐다. ‘시방의 여러 부처님께 절을 올리며 업장을 참회하고 그 예불공덕을 일체 중생에 회향하겠다’는 <예불대참회문>을 읽어 내려갔다. 칭명염불을 하듯 큰 소리로 대중과 함께 부처님의 이름을 부르고, 한 번 절하고…. 여기까지는 여느 기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108배를 끝내자 20여 불자들이 자세를 고쳤다. 장궤합장이었다. 양손을 합장한 채 어깨 넓이만큼 무릎을 벌려 바닥에 붙이고 허리를 곧추 세웠다. 흔히 계를 받을 때 취하는 합장법이다. 그리고 곧장 생경한 진언소리가 이어졌다.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 법신진언기도였다. 들숨에 ‘옴 아비라 훔’이, 날숨에 ‘캄 스바하’가 연속적으로 흘러나왔다. 일제히 합송되는 진언이 대중들의 입에 착착 감겼다. 음률을 타면서 경쾌함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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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신진언(法身眞言)? 무슨 뜻일까, 왜 이 진언을 외는 걸까. 기도 입제에 앞서 입승을 맡은 임옥희(53ㆍ묘공월) 보살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우선 ‘옴’은 모든 법음의 으뜸이 된다고 했다. 우주 생성원리를 의미하며 진언의 머리에 둬, 법신을 뜻하는 ‘아비라 훔 캄’을 이끌고, ‘스바하’는 회향의 의미다. 한 마디로 하면, ‘우주 삼라만상의 모든 일이 바라는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란 뜻으로 풀이된다. 즉 이 진언을 지극히 염송해 무심삼매(無心三昧)를 얻어 법신으로 들어가라는 메시지다.
# 통증에 의심은 달아나고…진언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법신진언은 쉽게 입에 익지 않았다. 아니 연신 입속에서 응얼거릴 뿐이었다. 진언을 외자니 진언의 뜻이 도망가고, 뜻을 마음에 새기자니 어느새 진언은 입에서 떠나있었다. 몸에 익지 않은 장궤합장도 문제였다. 벌이 날아와 얼굴을 쏘아도 움직이지 말고 계속해야 한다는 입승 보살의 말이 꼼지락대는 몸짓을 힘겹게 가뒀다.
20분이 지났을까. 이제는 무릎에서 통증이 서서히 오기 시작했다. 허리도 마찬가지였다. 말할 수 없는 고통에 처음 가졌던 의심들이 달아나고, 생각을 지배하는 건 저린 무릎과 끊어질 것 같은 허리만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진언소리는 빨라졌다. 통증과의 치열한 싸움은 30분이 가까워지면서 극에 달했다. 그 순간, 염송하는 진언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토해내는 진언소리는 두터운 업장만큼 크게 느껴졌다. 또 무릎과 허리가 아픈 만큼 진언은 간절해졌다. 잠시 후, 죽비소리가 들려왔다. 30분간 꼼짝하지 않아서인지 허리가 굽혀지질 않고 자세 풀기가 어려웠다. 삼배를 하고 나서야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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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엄주 1편 독송 후, 1시간 기도 마무리
곧이어 불자들이 일제히 앉아 한목소리로 ‘대불정능엄신주(大佛頂楞嚴神呪)’라 부르면서 능엄주를 빠르게 외기 시작했다. ‘스타타가 토스니삼 시타타파트람 아파라지탐 프라튱기람 다라니~’ 순식간에 법당이 진언소리로 가득했다. 마치 밀물과 썰물이 오가듯 능엄주를 능수능란하게 외다보니, 능엄주를 따라 읽기는커녕 아예 포기하고 듣기만 했다.
도대체 능엄주를 외는 이유가 뭘까. 궁금증이 밀려왔다. 인터넷 정림사랑방(cafe.daum.net/jeonglimsarang)에서 읽었던 글귀가 머리를 스쳐갔다.
능엄주는 ‘부처님의 정수리에서 나온 진언’이란 뜻이라는 것과, 이 진언을 몸과 마음으로 외면 온갖 죄업이 소멸되고 청정한 본래의 자기로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순간 무릎을 딱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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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분 정도 흐르자 독송 1편이 끝났다. 이렇게 해서 1시간 남짓한 기도의 한 회가 마무리 됐다. 휴식은 20분. 기도는 입제일 5회, 둘째 셋째 날에는 8회씩, 회향일엔 3회, 총 24회가 진행됐다. 횟수가 거듭되면서 변화는 조금씩 이뤄졌다. 통증과 고통에 익숙해지고, 법신진언도 음률에 맞춰 외게 됐다. 그래도 능엄주 만큼은 여전히 입에서 맴돌았다.
동참한 다른 불자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비라 기도를 3년째 정림사에서 해온 이미옥(45ㆍ자능선)씨는 “하루에 5~8시간씩 기도를 하다보면 인내에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지만, 그 한계를 극복하는 자신의 모습에 감사하는 마음까지 든다”며 “마치 마음의 대청소를 한 것처럼 일상생활을 평상심으로 살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031)426 -4004.
▤ 아비라 기도 수행처
수행처 지역 연락처
정안사 서울 (02)523-8088
정수사 부산 (051)241-4026
정혜사 대구 (053)624-9852
정심사 경기 하남 (031)791-7732
정림사 경기 의왕 (031)426-4004
해인사 백련암 경남 합천 (055)932-7300
길상선사 경남 산청 (055)973-6861
정인사 마산 (055)256-5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