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에서 유일하게 약사들로 구성된 불자약사보리회. 올해로 8년을 맞은 불자약사보리회는 왕성한 무료투약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 가운데 하나다. 12명의 회원으로 시작된 불자약사보리회가 120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견실한 단체로 성장하기까지는 총무를 맡고 있는 류남녕(45·사진) 약사의 노력이 주춧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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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약사보리회를 창립하고도 운영비가 없어서 활동을 못하고 있을때 류총무는 자신의 약국에서 6백만원 상당의 약품을 내놓았다. 약국에서 벌어들인 돈은 모두 빚 갚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불자약사보리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찾아간 이들은 서울 종로 탑골공원을 배회하던 어르신들.
불자약사보리회의 봉사활동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을지로 지하철역에서는 노숙자에게 컵라면과 무료약품을 제공했고, 외국인노동자들이 모이는 파주와 안산, 김포 등지를 찾아 무료투약과 상담활동을 펼쳤다.
“관세음보살보문품을 3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독송하고 100일 기도 다니기를 여러차례 해보았지만 봉사현장에서 흘리는 눈물만큼 값진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을지로에서 하던 봉사활동을 회향할 때 였어요. 한국인들에게 사기 당해 노숙자가 됐던 중국교포가 한국에 이렇게 고마운 분들이 있는 것도 알게 됐다며 우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야말로 불자들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류총무는 1985년 서울불교청년회 활동 이후 줄곧 불교개혁운동에 동참해 왔다. 지식인들이 깨어나야 불교가 산다는 신념에서다. 불자약사보리회를 창립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8년동안 불자약사보리회는 80만명에게 혜택을 제공했다. 당초 1천명에게 무료투약하겠다던 류총무는 목표치를 훨씬 넘었지만 그만두지 못했다.
불자약사보리회의 활동영역은 외국에까지 미치고 있다. 3년째 인도 다람살라에 있는 티베트 망명정부에 3천명분의 약을 보내주고 있고, 지난해부터는 인도 휴다베스트 기원정사에도 3천명분을 보낸다.
“후원금을 보내주는 수많은 회원 중에는 배워야 할 분이 참 많아요. 한 보살님은 매일 108배를 해서 동전을 모아 남편 제사비용을 우리에게 가져다줍니다. 큰 돈 들여 천도재 올리는 우리의 현실과 너무 대조 되더군요. 큰 돈은 아니지만 살아있는 방생을 가르쳐 준 보살님이었지요.”
충주 창룡사에 다니는 류총무는 불심이 매우 돈독하다. 집과 약국에 불단을 마련해놓고 하루종일 능엄신주를 욀 정도다. 그런 류총무가 불교병원과 선방을 건립하겠다는 원을 세웠다. 나이가 들어 오갈데 없는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이 삶을 회향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약국을 개원할 때 같이 세웠던 원이에요. 절에 다니면서 문중이 없어 쫓겨나는 스님을 보고 난 뒤였지요. 불교가 구태에서 벗어나 중생 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불자들이 더 정진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