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 신행 > 수행
"생로병사의 근본의단을 화두삼아 정진"
【탐방】‘도심수행도량을 찾아서⑤’ 서울 법수선원
‘소수정예’ 회원제로 운영, 초심자 위한 ‘염불선’ 수행 프로그램도 운영
‘근성있는 새끼사자’ 키우는 성수스님, 매달 한번 선법문…선수행 안목키워




【전문】간화선 수행의 핵심인 ‘화두’. 서울 법수선원은 화두를 주지도 받지도 않는다. 수행자 스스로가 품은 생로병사의 근본 의심을 화두로 삼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정 화두를 참구하지 않는다.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란 근원적인 의심만이 오롯이 수행자의 화두가 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나라와 인류를 구원할 근기 있는 ‘새끼 사자’를 키워야 한다는 조실 성수 스님(조계종 원로의원)의 원력도 선원 가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스님은 “승속을 막론하고 수행자는 선수행을 간절히 해, 오도독 씹히는 불교의 참맛을 느껴야 한다”고 가르친다.



#‘소수정예’ 회원제로 운영


나라와 인류를 구원할 새끼사자를 길러야 한다고 강조하는 성수 스님.
도심에서는 연등축제로 분주한 5월 8일 오전. 법수선원은 정진 열기로 뜨거웠다.

“참선수행을 통해 나를 깊이 참구해보겠다는 사람만 방부를 들입니다.”

선원장 영주 스님은 단호했다. 30명 ‘소수정예’ 회원제로 선원을 운영한다는 것, 한달에 참선 정진 8시간을 못 지키는 사람은 가차 없이 퇴방 조치시킨다는 스님의 말에서 법수선원의 엄격한 수행가풍을 읽을 수 있었다.

선방 회원들도 이 같은 선원 청규에 이론을 달지 않았다. 중소기업을 운영한다는 윤신효(59ㆍ용담) 씨는 “최소한의 정진 시간인 8시간은 깨달음을 위한 위대한 구속”이라며 “타율이 아닌 자율로써 참선수행의 깊이를 더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 법수선원이 이처럼 선방을 운영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 1973년 성수 스님이 이곳에 선원을 개원한 이후 지금까지 고집스레 지켜온 청규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바로 ‘선을 하겠다는 목적의식이 분명한 사람만 입방을 허락한다’는 규칙. 이는 대중들이 주변의 장애 없이 자연스럽게 정진 분위기에 젖어 들 수 있게 할뿐만 아니라 법수선원만의 자발적인 수행풍토를 조성했다.
때문에 법수선원은 방부 들이는 조건이 까다롭다. 참선 유경험자들로 입방 자격을 제한한다.

특히 선원장 스님의 상담을 통해 지원자가 용맹정진을 하겠다는 신심을 확실히 냈는지 의심에 대한 분심이 일어났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 최종적으로 방부를 부여한다. 현재 방부를 들인 19명의 불자들 대부분이 수십년 넘게 실참을 해온 구참 수행자들이다.



#화두를 주지도 받지도 않는다


재가선객들이 선원 보림도량에서 참선정진을 하고 있다. 사진=김철우 기자
법수선원의 수행 특징은 화두를 주지도 받지도 않는다는 점에 있다. 일방적인 화두 제시가 오히려 수행자 자신에게 절실한 신심과 분심을 일으키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화두를 주지 않는다. 대신 ‘죽고 사는’ 근본적인 문제, 즉 생사 그 자체가 화두가 된다는 것을 일상생활 속에서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30년 넘게 수행해온 김희중(72ㆍ대비심) 씨가 자연의 무상(無常)함을 통해 화두를 들게 됐다는 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봄이 되면 푸른 잎이 돋고, 가을에는 낙엽이 돼 떨어지죠. 보잘 것 없는 풀도 마찬가지예요. 비바람에 짓밟혀도 어느새 봄이 되면 싹을 틔우죠. 어느 날, 문득 내 앞에 놓인 풀이 방긋 웃으며 나를 보더군요. 그 순간 무릎을 딱 쳤죠. ‘미물인 풀도 생생하게 내게 무상을 일러주는데….’ 부끄러운 마음에 눈물을 흘렸죠. 그때 이후 지금까지 참선하면서 미처 깨닫지 못한 나를 꾸짖으며 그것을 화두 삼아 정진하고 있어요.”

이원호(71ㆍ보현성) 씨도 일상에서 얻은 경험에서 화두를 들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20년전 인가요. 버스를 타고 있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나도 없어지고 버스도 없어지고 다 없어지는 경험을 하게 됐죠. 버스에서 내려야 했는데, 내리질 못했죠. 내가 있고 버스가 있어야 내리죠. 순간, ‘여기가 극락이구나. 이것이 생명이구나. 나고 죽지 않는 생명체구나’ 생각했죠. 그 때 느낀 경험이 바로 제게 화두가 됐습니다.”

선원은 이처럼 수행자가 일상사에서 직접 겪은 경험 하나하나를 상담을 통해 참구할 화두로 연결시켜준다. 의심 형성이 미비한 사람에게 특정 화두를 툭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수행자가 자발적으로 찾은 화두를 통해 올바른 마음공부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일일이 짚어준다. 때문에 선원은 수행자에게 화두를 주지 않고, 수행자는 화두를 받지 않는다.



#선수행 초심자 위한 ‘염불선’ 수행 프로그램도 운영


백발이 성성한 노보살의 참선 열기가 뜨겁다.
법수선원은 올 3월부터 ‘염불선’ 수행법을 정식 수행 프로그램으로 도입했다. 선수행 초심자를 위해 마련된 염불선 수행은 매달 한 번 불교기초교리 강좌와 함께 진행되고 있어 선원 신도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일반 시민선원에서는 드물게 염불선 수행을 제안한 신도회 김상규(64ㆍ만산) 회장은 “일반신도들이 염불선 정근으로 수행의 맛을 보고 난 뒤, 부담 없이 선방에 들어갈 수 있도록 염불선 수행을 도입하게 됐다”며 “무엇보다도 선수행으로 연결시켜주려는 의도에서 염불선 수행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법수선원은 또 매달 음력 초하루 오전 11시에 선법회를 열고 있다. 성수 스님의 선법문, 질의응답으로 진행되는 선법회는 선원 신도들의 선수행 안목을 틔워주는 것은 물론, 공부점검의 장도 되고 있다.

이외에도 신도들의 선어록 공부를 위해 선원장 영주 스님이 매일 홈페이지(www.bssw.or.kr)에 역대 조사들의 주옥같은 어록을 간추려 올리고 있다. ‘오늘의 일구’란 이름으로 게재되는 이곳에는 진각국사 어록, <선문염송> 등 선수행에 필요한 어록이 소개되고 있다. (02)3411-1139
김철우 기자 | in-gan@buddhapia.com
2005-05-18 오전 8:13: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