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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禪)은 지혜의 보배칼을 완성해 단칼에 다생의 무명초를 베어 없애는 것이다.”
동화사 조실 진제 스님은 5월 7일 3백여 전국 선원 수좌와 사부대중 8천여 명이 동참한 가운데 부산 범어사 보제루에서 열린 ‘간화서 대중화를 위한 10대 선사 초청 설선대법회’를 회향하는 무차선 법회에서 이 같이 법문했다.
진제 스님은 이날 법어에서 “나고 날 적마다 출세와 복락을 누리고자 한진대, 만인에게 앞서는 지혜의 보배 칼을 잘 연마해서 뭇 성인의 대열에 들어가 지혜의 보검을 잘 써야 한다”고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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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스님은 혜월 선사가 만나는 거지들에게 주저 없이 입던 법복을 보시했던는 일화를 들며 “조금이라도 부끄러움이 있고 ‘나’라는 상(相)이 있으면 이렇게 할 수 없다”며 “바로 이런 행이 천진한 어린 아이의 행, 즉 무심도인(無心道人)의 행”이라고 법문했다.
스님은 특히 혜월 선사의 무심도인 삶을 통해 수행자들이 선 수행을 해 지혜의 보검을 잘 연마하면 선사와 같이 멋지게 보검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또 재가자로서 온 가족이 견성을 얻은 중국의 방 거사의 수행일화를 소개하며 “방 거사의 일가족이 멋지고 자유자재하게 살다간 모습을 잘 봐야 한다”며 “수행자는 참선수행을 해서 바른 진리의 눈을 열어, 모든 도인과 더불어 지혜의 보검을 자재하게 쓰는 저력을 가져야 한다”고 법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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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50분간의 법문을 끝내자 곧장 무차선 법회를 진행했다. 스님은 용성 선사와 운봉 선사 사이에서 이뤄진 법거량을 제시하며 "답처를 알면 주장자를 주겠다"고 말했다,
스님은 “지금으로부터 한 80년 전, 경기도 양주 망월사 조실이었던 용성 대선사, 입승 운봉 선사가 있었다. 하루는 결제 중 반살림이 도래해 조실 용성 대선사께서 법상에 올라 법문 하시기를, ‘나의 참모습은 삼세(三世), 과거ㆍ현재ㆍ미래의 모든 부처님도 보지 못함이요, 역대의 무수 도인들도 보지 못함이어니 여기 모인 모든 대중은 어느 곳에서 산승의 참모습을 보려는고?’하니, 운봉 선사가 일어나서 ‘유리 독 속에 몸을 감췄다’하고 멋진 답을 했다. 만약 산승이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빗장 관자(關字) ‘관(關)’이라고 답했을 것이다. 당시에 운봉 선사가 ‘유리 독 속에 몸을 감췄다’라고 답을 하자, 조실 용성 선사는 아무 말 없이 법상을 내려와 조실 방으로 돌아가셨다. 여기에 모인 모든 대중들은 세 분의 답처를 바로 볼지어다”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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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이어 대중들에게 “‘유리 독 속에 몸을 감췄다’ 함은 어떤 뜻이며, 빗장 관자 ‘관’ 함은 어떤 뜻인가? 또 법상을 내려와 말없이 조실 방으로 돌아간 것은 어떤 뜻인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스님의 질문이 끝나자 잠시 정적을 흘렸고, 한 거사가 나와 답했다.
“조실 스님을 따라가겠습니다.”
“답을 하라니 나를 따라 간다고. 그 뜻이 무엇인고?”
“…(삼배 올리고 물러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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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자, 스님은 40분간 출재가들에게 선수행을 하면서 궁금했던 점을 질문 받고 대답했다.
한편 이날 설선대법회 회향식에는 동화사 조실 진제 스님을 비롯해 금어선원 유나 인각 스님, 범어사 주지 대성 스님, 부산광역시 허남식 시장, 현대불교신문사 김광삼 사장 등이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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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 스님은 회향사를 통해 “이번 법회를 통해 21세기에 살아있는 선의 종지를 불자들이 직접 맛보는 법석이었다”며 “앞으로도 참된 선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법석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불교신문사 김광삼 사장은 “불자들이 설선법회를 통해 더 향상된 마음공부를 하길 바란다”며 “이후에도 세세생생 여러분들의 마음에 보리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인사말을 했다.
허남식 부산광역시장도 축사에서 “현대인들은 오늘날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정작 갈등과 어리석음 등의 고통을 받다”며 “이 같은 괴로움을 극복하는 설선법회를 통해 배워나가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