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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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선(無遮禪) 법회, 그것이 궁금하다
무차선회, 전통 조사선 확립이 목적…법회 백미는 ‘법거량’


【전문】인가(認可)를 중시하는 선종. 무차선 법회는 화두참구로
지난 2000년 백양사에서 열린 제2회 무차선법회에서 당시 고불총림 방장 서옹 스님이 한 수좌와 법거량을 하고 있다.
깨달음을 얻는 간화선 수행전통에서 중요한 공부점검 마당이 된다. 수행자의 화두타파 유무, 깨달음의 증득 여부 등을 법거량으로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거량은 무차선 법회에서 핵심이 된다.

그럼, 무차선 법회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단연 선문답을 통한 자기 공부됨됨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자칫 법거량이 깨달은 사람만 알 수 있는 것처럼 여길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알쏭달쏭한 법거량이 수행자 스스로에게 ‘공부 길’ 점검을, 깨달음의 기연을 준다. 무차선 법회의 의의, 법거량은 왜 하는지, 또 최근 봉행됐던 무차선 법회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살펴본다.


▥무차선 법회의 유래, 그리고 하는 까닭은?

‘무차’는 범어 ‘Panca-parisad’ 또는 ‘Panca-varsika-parisad’라 한다. 즉 승속ㆍ남녀노소ㆍ귀천의 차별 없이 일반대중들이 평등하게 법문을 듣고, 잔치를 열어 물건을 베푸는 일종의 법회의식이다. 원래는 인도에서 널리 행해졌는데, 아쇼카왕(BC. 268~232)과 같은 유력한 국왕들이 선지식들을 모시고 재법(財法)을 보시하는 자리에서 비롯됐다. 이런 자리에서는 자연스레 법의 차별 없는 논의가 이뤄져 ‘바른 법을 세우기 위한 대화의 장’으로 여겨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에 ‘무차회’를 열었다고 전해진다. 주로 이 법회를 통해 백성들의 어려움을 달래주고 민심을 수습하려는 의도에서 국가가 시주가 되어 베풀었다. <고려사>에 따르면, 940년(태조 23)의 신흥사 공신당(功臣堂)을 신축할 때 무차대회가 있었고, 1165년(의종 19)의 궁중 무차대회, 1216년(고종 3) 10월 미륵사 공신전 중수 후 무차대회가 열린 기록이 보인다. 근대에 들어서는 개최된 무차대회로는 스님의 도성출입이 해제된 1896년, 한국과 일본 스님들이 경성에서 수일에 걸쳐 열었다고 <조선불교통사>는 전하고 있다.



▥최근 열린 한국의 무차선 법회는?


백양사 고불총림이 1998년, 2000년, 그리고 부산 해운정사가 2002년에 조사선(祖師禪) 수행 풍토의 선양과 승속의 구별 없이 깨달음을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무차선법회를 봉행했다. 특히 고불총림 방장 서옹 스님이 1998년에 봉행한 무차선법회는 지난 1912년 오대산 상원사의 한암 스님이 금강산 건봉사에서 연 이후 77년 만에 개최한 것으로, 사라진 무차선 법회를 복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의 조사선 전통의 재확립’을 주제로 열린 1998년 고불총림 백양사의 제1회 무차선 법회는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서옹 스님이 주창한 ‘참사람운동’에서 비롯됐다. 이 운동은 정신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조사선에 있고, 이를 통해 혼란과 갈등을 치유하자는 계기로 수좌들은 물론 수좌들과 세계 석학들도 다수 참가했다.


* 고불총림 백양사 무차선법회

1998년 8월 백양사 고불총림이 마련했던 ‘제1회 국제무차선회에서는 물질문명의 극대화로 인류가 겪고 있는 위기에 한국불교가 어떻게 빛을 던져줄 것인가를 집중 논의했다. 법회는 한국고승대법회, 5개국 15명의 불교석학이 참가한 국제학술대회 등 다양한 행사들로 진행됐다.

특히 한국고승대법회에서는 전국 선원의 수좌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서옹, 전 조계종 종정 혜암, 해운정사 진제 스님 등이 법문을 해 한국 조사선 전통의 복원을 선언했다. 또 조사선 전통과 불성, 불교적 깨우침 등에 대해 조명하고 첨단과학시대에 있어 선불교의 현대적 의미를 논의한 ‘선’주제 학술회의는 인터넷으로 생중계돼 세계에 한국선불교의 우수성을 알렸다.

2000년 8월에 열린 제2회 무차선법회 때도 조계종 원로의원 도원, 조계총림 방장 보성 스님 등 사부대중 6천여 명이 동참한 가운데 성황리에 거행됐다. ‘참사람 결사의 새로운 세계’를 주제로 봉행된 이날 법회에서는 조사선 정신으로 남북통일과 세계평화, 대자연의 조화 등을 설파하는 서옹, 진제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다.


* 해운정사의 ‘한ㆍ중ㆍ일 국제 무차선법회’

백양사 ‘참사람 무차대법회’를 계승ㆍ발전시킨 부산 해운정사의 ‘한ㆍ중ㆍ일 국제 무차선법회’는 부처님의 심인법(心印法)인 조사선 전통을 확립하는 법석이었다. 서옹, 진제 스님을 비롯해 중국 백림선사 방장 정혜 스님, 일본 임제종 묘심사파 대보리사 관장 종현 스님 등이 법주로 나선 법회에서는 전국선원주좌회, 전국선원비구니선문회 등이 공동 주최해 명실상부한 설선의 장으로 기대를 모았다.

‘21세기 선으로써 참나를 찾자’를 주제로 열린 무차선법회는 무엇보다도 선의 대중화로 인류 정신문명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선불교 역사상 동양 3국의 불교계 거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무차선 법회를 연 것 자체가 처음인데다, 3국의 깨달음의 수준을 점검하는 기회였다는 점 때문이었다.


▥ 무차선 법회가 주는 가르침

무차선 법회의 핵심은 법거량에 있다. 법거량은 일반적으로 스승과 제자 사이에 이뤄지는 것으로, 제자는 자신의 깨달음의 경계를 드러내고 스승은 제자의 공부됨됨이를 점검한다. 법거량은 또 이미 깨달음을 얻은 선사들은 깨친 법을 서로 확인하기도 한다. 그래서 법거량을 일반적으로 ‘선문답’이라고 한다.

법거량의 방식은 ‘즉문즉답’으로 진행된다. 한 치의 양보도, 알음알이도 끼어들 틈 없이 치열하다. ‘할’(喝깨우쳐주기 위해 ‘억!’하고 큰 소리를 지름)과 ‘방’(방죽비나 손으로 일격을 가해 깨우침을 주는 행위)까지 날린다.

법거량의 이 같은 ‘파격성’은 ‘응병여약(응病與藥)’의 원리에 있다. 즉 말, 행동, 소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행자가 앓고 있는 병(의심)에 맞춰 약(점검)을 주는 것이다. 상대방의 근기에 따라 직지인심의 기연을 제자에게 만들어 주는 법거량은 이 때문에 무차선 법회의 핵심이 된다.

무차선 법회는 무엇보다도 수행자에게 화두참구의 필수 조건인 3심(의심, 신심, 발심)을 일으킨다. 스승이 제자에게 발심의 기회, 신심 증대, 의심 해소 등의 기폭제를 준다. 이를 통해 공부의 진척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 같은 무차선 법회가 주는 가르침은 중국 황벽 선사가 백장 선사의 뺨을 후려진 ‘백장야호(百丈野狐)’ 공안에서도 엿볼 수 있다. 대중들에게 무차 법회를 한 백장 선사가 여우가 된 한 노인에게 “저는 과거 오백생 전에 어느 학인이 ‘수행인은 인과에 떨어지는가, 그렇지 않는가’를 묻는 질문에 ‘안 떨어진다’고 답해 여우가 됐다. 다시 물으니 ‘수행인은 인과에 떨어지는가 안 떨어지는가’”란 질문을 받는다. 이에 백장 선사는 “인과에 어둡지 않느리라(不昧因果)”라고 말하자, 노인은 그 말끝에 깨달음을 얻었다. 저녁이 돼 백장 선사가 이 인연을 말하자 황벽 스님이 “옛 사람이 잘못 대답해 오백생 동안 여우의 몸이 됐는데, 만약 잘못 대답하지 않았다면 무엇이 됐을까”하고 묻자, 백장 선사가 “앞으로 가까이 오라. 그대를 위해 가르쳐 주겠다”고 답했다. 황벽 선사가 가까이 나아가서 백장 선사의 뺨을 한 대 후려쳤다. 그러자 백장 선사는 박수를 치며 “과연 그렇구나, 오랑캐의 수염은 붉다더니 붉은 수염오랑캐가 있구나”라고 했다.

백장 선사의 이 법거량은 황벽 선사에게 강한 신심을 불러일으켜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차선 법회에서 알 듯 말 듯한 법거량이 주는 강렬한 메시지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철우 기자 | in-gan@buddhapia.com
2005-05-08 오후 1:39:00
 
한마디
큰스님들 자기들이 한 얘기가 뭔 소린지 알고나 하는지 몰라.
(2005-05-14 오전 6:00:29)
62
중되지 못한 한이로다.
(2005-05-09 오후 4:30:38)
56
우리나라는 사람들은 워낙 특이한 것을 좋아해서 그런가 무차선법회도 승속간에 엄청난 차별이 있더만!!! 유차선법회라고 하는 것이 딱 맞겠더만!!! 할할할~.~
(2005-05-06 오전 10:58:14)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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