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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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생불멸하는 나의 진성(眞性)이 무엇인가 ?"
범어사ㆍ본사 주최 설선법회 9번째 정광선사 법문


선찰대본산 범어사 경내를 가득 메운 4천여 사부대중이 법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고영배 기자.
간화선 대중화를 위한 설선대법회 아홉 번째 법회가 열렸던 4월 30일, 선찰대본산 범어사(주지 대성)를 둘러싼 푸른 숲을 하얀 운무가 휘감아 돌고 있었다. 대중들의 옷깃을 흔적 없이 적시는 안개비처럼, 이날 ‘선수행의 단계’라는 주제로 법문에 나선 법주 정광 스님의 법문이 대중들의 심중에 스며들었다.

봉암사 태고선원장 정광 스님은 1시간 30여분 동안 이어진 법문을 통해 조사어록에 수록된 내용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본래면목, 진여자성, 평상심을 설명하고 선수행의 단계를 요약해 설법했다.

“황벽 스님의 전심법요에 이르되 모든 부처님과 일체중생이 오 직 한 마음이요, 다시 별다른 법이 없다. 이 마음은 무시이래(無始以來)로 일찍이 난적도 없고, 없어진 적도 없으며 푸르지도 않고 누렇지도 않고 있고 없음에도 속하지 아니하며…(중략)…상대됨을 뛰어넘어 바로 이 몸 이대로 일 뿐이라 생각을 움직이면 곧 어긋나 버리니 마치 허공이 끝이 없어 재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설선법회에서 불생불멸하는 진여자성을 직지하는 정광 스님. 사진=고영배 기자.
정광 스님은 마음에 대한 설명으로 법문을 시작하여 한생각 일으키기 이전의 본분사에 대해 법문한 후, 한생각 일으킨 후에는 어떻게 하여야 본분사와 어긋되지 아니하고 합치될 것인지를 살펴나갔다.

정광 스님은 “간화선은 화두를 보아 각자가 지닌 본래 성품 자리인 진여자성(眞如自性)을 철견(徹見)하고 성불하는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하는 조사선 수행법”이라며 “화두선 공부를 지어갈때는 반드시 모기가 무쇠로 된 소등에 앉아 있는 것과 같이 하여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지 말고 입부리를 내릴 수 없는 곳에 목숨을 버리고 한번 뚫어 볼 것 같으면 몸뚱이까지 쑥 들어갈 때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광스님의 법문에 이목을 집중한 사부대중. 사진=고영배 기자.
이어 스님은 “화두 참구는 반드시 근본을 여의지 않고 공부를 지어감이 중요하므로 사람마다 원만히 갖추어진 진여자성을 깨달아 증득함에 의심을 일으켜야 하며 이것이 첫 번째 단계의 요점”이라며 “두번째는 부처님의 가르치심과 조사 스님들의 이심전심한 조사선과 간화선의 수행법이 근본자리에서는 조금도 다름이 없는 본래성불을 주창한 것이어서 마음이다 부처다 중생이다 하는 말은 호칭만 다를 뿐 조금도 차별이 없다”고 법문했다.

스님은 그 다음 단계로 “본래 부처님일 것 같으면 무엇 때문에 닦아야 하나하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며 “이 물음에는 본래 부처님이기 때문에 항상 닦아야 하고 닦지 않을때는 털끗만큼도 없다고 함이 정답”이라며 이 내용을 잘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또한 “무사인 곧 깨달은 사람은 바르지 못한 수행을 끝마치고 진실한 수행만을 실행하시는 분이라고 이해하면 된다”며 “각자가 본래 부처임을 명확하게 스스로 깨달아 부지런히 정진하며 수행하는 길만이 궁극의 행복한 길로 나아가는 삶이며 이런 사람이야말로 인천(人天)의 복전(福田)이 됨을 의심치 말라”고 말했다.

특히 스님은 수행의 실천을 강조했다.
“어찌 바쁘고 시간 내기 어렵다는 핑계로 내 생명과 삶의 근원을 망각하고 성실히 돌보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불생불멸하는 나의 진성은 무엇인가하는 화두를 들고 참구함에 있어 반드시 화두를 들면서 참구해야 하며 의심을 지어가되 지어감이 없이 지어가야 하고 의심을 억지로 지어가지 아니하되 끊임없이 지어가면서 짓지 아니해야 하는 것이 공부의 요점”이라고 법문했다.

이어 스님은 “평소 나누는 인사법인 성불합시다라는 말 대신에 우리는 누구나 부처님입니다, 바르게 생각하고 생활하여 청정한 불국토를 이룩합시다로 대신하자”며 “우리 불자님들이 어떻게 마음을 쓰느냐에 따라 불법의 흥망이 결정됨을 깊이 명심하시고 일상에 간화선을 열심히 닦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스님의 법문은 미리 준비한 자료집에 따라 평소보다 30분여분이 길어진 1시간 30여 분간 계속됐으며 4시경 질의가 이어졌다.

질의법사인 범어사 포교국장 무관 스님. 사진=고영배 기자.
질의에 나선 범어사 포교국장 무관 스님은 “화두 참구에 있어 대신심, 대분심, 대의심이 전제돼야 한다고 하는데 이러한 마음이 다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가”하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정광 스님은 “대신심, 대분심, 대의심은 솥의 세발과도 같다.불교 공부를 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신심이 결여되면 이 사바에서 걸어가고 살아갈 수 있는 자신이 없다는 말과 같으므로 우리 모두 부처님과 다름이 없이 완벽하게 지혜덕상을 갖추고 있음을 믿는 신심이 도의 어머니”라고 강조했다.

“법거량으로 질문자의 견처나 수행의 깊이를 측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굳이 스님의 법력이 아니라도 일상생활 중에서 사람을 대하면서도 말로서 이것저것을 둘러대면 누구든 즉석에서 알 수 있다”며 “실지로 참구해서 공부를 지으면서 자기의 본래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외에 딴 것에는 마음을 두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스님은 이어 “신심을 갖춘 연후에는 뜻을 견고하게 하여 일체시비분별, 이것이다 저것이다하는 마음을 버리고 허공과 같아져서 화두를 들어야 한다”고 법문했다.

질문하는 최익두 부산광역시 공무원불자회 회장. 사진=고영배 기자.
재가 질의자로 나선 최익두 부산광역시 공무원 불자회 회장은 “실상에서는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니지만 현법계에서는 부처와 중생이 둘 아님이 아니니 그렇다면 중생을 일러 무어라고 할 수 있는가”를 질문했다.

스님은 “깨달으면 부처고 미하면 중생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본래는 다름이 없다. 이 공부는 자기의 부질없는 망염 여의고 보이는 현재의 경계에 집착하는 마음을 버리면 행하는 바가 무위이며 마치 허공같이 비어서 아무것도 없지만 삼라만상 그대로가 그 안에서 드러나는 것과같다. 궁극적으로 부처와 중생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지만 산은 산 물은 물이어서 중생은 중생이고 부처는 부처다. 이처럼 천차만별로 나눠지지만 근본은 차별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본래무일불 전에는 무엇이 있었나”고 질문하자 “본래의 모습을 알게 될 것 같으면 이런 의문도 없다”고 전제하고 “본래는 시작도 끝도 없고 이름과 형상을 여의는 자리임을 분명히 아시고 저러쿵 저러쿵하는 조금의 의심도 갖지 마시길 바란다”며 대답했다.

법문이 끝난 후 대중들은 저녁 참선 실수를 위해 자리를 옮겼다. 간화선 대중화를 위한 마지막 법회가 열리는 5월 7일에는 동화사 조실인 진제 스님이 법주로 나서 회향법어를 하며 이날 법회는 무차선 법회로 진행될 예정이다. 아홉 번째 법회를 마친 대중들은 무차선 법회형식으로 진행될 마지막 법회에서 어떠한 법거량이 오갈지에 벌써부터 기대감을 나타냈다.
부산=천미희 기자 |
2005-04-30 오후 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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