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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째 문 없는 문이 열렸다. 선찰대본산 부산 범어사와 현대불교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간화선 대중화를 위한 10대 선사 초청 범어사 설선대법회’ 8번째 법회가 4월 23일 범어사 보제루에서 봉행됐다.
특히 이날 법회는 대중법회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원융 스님(해인총림 수좌)이 법문을 하고, 이에 대해 비구니 흥수 스님(조계종 기본선원 비구니 선감)이 질의를 해 관심을 모았다.
4000여 사부대중이 참석한 법회에서 원융 스님은 은사인 성철 스님(전 조계종 종정) 이야기로 법회 첫머리를 풀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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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스님이 기차를 타고 가다 용성 스님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용성 스님이 성철 스님에게 자꾸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그래서 성철 스님이 이유를 묻자 용성 스님은 ‘한 소식을 하고 보니 아만심이 생겨 사람을 얕보게 돼, 하심하기 위해 스님이나 재가자나 모두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존댓말을 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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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원융 스님은 법회 주제인 ‘화두는 조사공안이다’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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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문관은 힘이나 쇠망치로 열리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부처님 법을 깨달은 자만이 통과할 수 있다”고 설명한 스님은 ‘화두 없이 참선하면 병사가 소총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이라고 비유하며 “1700공안 중 딱 한가지만 들어 본참공안으로 삼고 죽기살기로 매달려 해결하면 다른 공안 또한 모두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공부에는 시절인연이 있다”며 시절인연이 오면 그 뜻을 저절로 알게 된다고 이야기했지만 “그러나 빨리빨리 공부에 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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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흥수 스님이 ‘간화선을 최상승선이라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원융 스님은 T.S 엘리어트의 ‘전통은 안으로 흐른다’는 말을 인용하며 “형식은 달라졌을지 몰라도 간화선 전통 이념은 계승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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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이 또 간화선이라는 화두 참구법이 유행하기 이전 참선 수행법에 대해 묻자 스님은 “한결같지는 않지만 여래청정선이다”라며 “여래선이 곧 조사선이고 조사선이 곧 여래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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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난 원융 스님은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1972년 해인사에서 성철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74년 범어사 석암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고, 지금까지 30년 넘게 해인사 선방에서 참선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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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까지 7년간 조계종 기본선원의 교선사(현 운영위원)를 맡았으며, <서장> 강의로 유명하다. 현재 해인총림의 수좌(총림에서 방장 다음으로 가장 윗자리에 앉는 어른)로 해인사 선방을 이끌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