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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불수행은 이렇듯 괴로움에 대한 바른 인식과 그것의 원인을 관찰해내게 했다.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삶을 진지하게 살아가는 길을 내게 제시했다. 사불수행이 나를 그렇게 만든 셈이다. 부처님이 좋아서 부처님을 그리겠다는 일념하나로 시작한 일이 이제는 내 수행의 전부가 돼버린 것이다.
그렇게 부처님을 그리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른다. 자정을 넘기는 것은 기본이고,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운 적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많았다. 내가 원하는 불보살님을 관하고, 그 불보살님의 기운이 내 몸속으로 전해지는 것을 체험하면 피로감은 눈 녹듯 사라졌다. 또 일을 하다가 잠깐 호흡만 멈춰도 몸속에서는 벌써 반응이 생겨 여의주의 불꽃이 빙글빙글 도는 현상을 느낄 수 있었다.
사불수행은 그렇게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을 관하게 만들었다. 지난날에는 관을 해도 잠만 오고 번뇌만 쌓였는데, 지금은 감이 확실히 온다. ‘당신이 부처님을 그리라고 시켜놓고서 몸을 아프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또 ‘병을 만드는 것도 당신이고 병을 고치는 것도 당신이니 다 해결해달라’고 발원하면서 그림을 그려 나가고 있다.
그러면서 난 모든 일은 마음을 떠나서는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화려하고 우아한 자태의 관세음보살을 그릴 때였다. 눈을 감아도 천장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관세음보살의 영락이 맴돌았다. 아침에 관세음보살로 시작을 해서 잠을 잘 때까지 보살님을 떠나지 않는 생활을 하면서 힘이 드는 것은 마음자리에 맡기고, 열심히 마음의 수행을 쌓아갔다. 그러니 내 마음자리에 신비로운 체험을 하게 됐다. 두통으로 시달렸던 병도 어느 날부터인지 치유가 돼 약에 의존하지 않고 살아가게 됐다.
그렇게 불보살님 한 분 한 분의 그림을 완성가면서 난 늘 가슴이 벅차고 기뻤다. 세상을 기쁜 마음으로 보니 모든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동안 짜증내고 집안일을 소홀히 했던 날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난 번뇌 망상을 소멸하는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늘 곁에서 지켜봐주신 남편과 우리의 든든한 울타리가 돼준 3형제들에게도 감사의 맘을 전하고 나를 지도해 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의 맘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제가 그린 부처님 상호를 죄지은 사람이 보면 죄의식을 느껴서 참회하게 해주시고 미소 짓는 입을 보면서 자비를 느끼게 해주소서’ 라고 발원했다. 그리고 난 모든 수행단계가 자신들의 근기에 맞는 기도방법만 달랐지, 결국에는 마음자리인 주인공을 찾기 위해서 행했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게 됐다.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사불수행은 답답하던 마음이 청량한 음료수의 맛을 느끼는 것과 같다고 말하고 싶다. 사불수행에서 얻은 환희심을 이 글을 통해 여러 불자님께 전해드리고 싶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