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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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송> 읽고나면 가차없이 불살라버려라”
봉선사 조실 월운 스님에게 듣는 '선문염송' 공부법


<염송>을 읽고나면 가차 없이 불살라버리라고 강조하는 월운 스님.
8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선문염송ㆍ염송설화(禪門拈頌ㆍ拈頌說話)>를 총 10권으로 완역한 동국역경원장 월운 스님은 “상세한 공안 해설이 오히려 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강조했다. <선문염송>을 수행의 한 방편쯤으로 여겨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만 수행자가 대분심을 제대로 일으킬 수 있고, 문자선(文字禪)과 해오선(解悟禪)의 선병에 빠지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스님은 극단적으로 “읽고나면 가차 없이 불살라버리라”고 강조했다.

그럼 스님은 왜 원고지 4만매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선문염송>을 번역했을까? 선가의 필독서로 수많은 납자들의 눈을 밝혀온 <선문염송>. 핵심내용과 마음공부에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월운 스님에게 들어봤다.



‘염송(拈頌)’이란 용어의 뜻은 무엇입니까?

- 염송은 어떤 한 상황을 놓고 역대조사들이 깨달음의 경계를 내보이는 방식이다. 가령 ‘부처님이 길가의 시체를 보고 우셨다’고 할 때, 그 상황을 놓고 후인들이 선가적인 입장에서 시나 게송 등으로 읊은 것을 염송이란 한다. 여기서 염(拈)은 ‘어떤 상황을 들어 올린다’는 뜻으로, 요즘 말로 ‘픽업(pick up)’이란 말이다. 송(頌)은 어떤 한 사건을 올려놓고 여기에 대한 소감을 읊은 것이다. 이를 합쳐 염송이라 한다.


<선문염송ㆍ염송설화>이 초심자들에게 어려윤 이유는 무엇입니까?

- 선과 교, 현교와 밀교는 물론, 심지어 물(物)에 초연(超然)하라는 노장사상, 수당대에 발전된 시가도 담겨있다. 그래서 초심자들이 이해하기 힘들다. <선문염송>은 교학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불교사상을 언제 어떻게 기록ㆍ기억하며 형식을 취하겠는가’ 하는 반성 끝에 만들어졌다. 즉 ‘한 생각에 딱 깨치는 법은 없는가’ 하는 공부법으로 채택한 선(禪)을, 쉽게 설명한 것이 <선문염송>이다. 지엽적인 것을 추려내고 핵심만 모아 선을 풀이한 것이다.


선문염송의 제2칙 주행 공안을 써주고 있는 월운 스님. 사진=김철우 기자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키워드는 무엇인지요?

- 가령 불을 쓴다고 하자. 불은 필요한 만큼 쓰고 해가 되는 쪽으로 쓰면 안 된다. <선문염송ㆍ염송설화>의 핵심은 이런 ‘불조심’을 체질화ㆍ생활화해야 한다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불을 제대로 쓰는 방법을 스스로 체험하기까지의 과정을 알려주는 것이다. 즉 수행자가 그런 과정을 통해 화두로써 수행의 목표치로 삼으라는 것이다. <선문염송>의 핵심키워드는 바로 ‘성성착(惺惺着)’이다. ‘정신 차려라. 깨어있어라’는 뜻이 이 책의 핵심키워드다. 이 말은 상황에 맞춰 마음가짐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 일러준다.



<선문염송ㆍ염송설화> 중, 한 칙을 통해 핵심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줍시오.

- 칙(則)은 부처님의 생애, 불멸 후 조사들이 수행하면서 한 대화, 후대에 와서 선방에 있었던 이야기들 중에 교훈이 될 만한 한 상황을 공안 형식으로 만든 것이다.
1463칙 중, 제2칙 염송칙명 ‘주행(周行)’은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다. 이 자체가 칙이자 화두다. 그걸 놓고 어떤 사람은 ‘어두운 광야에 등불이 나타났도나’ 하고 시를 읊었고, 어떤 사람은 ‘웃긴다. 그때 내가 부처님을 봤으면, 떼려 잡아 개에게 실컷 먹게 했을 걸’ 하고 게송을 읊기도 한다. 전자는 현실론에, 후자는 본질론에 입각한 입장이다.

후자는 ‘석가모니가 태어났든 상관없이 본래 모두가 부처라는 진리가 그대로인데, 왜 요란스럽게 하는가’ 라는 입장이다. 즉 ‘중생들이 보이는 부처에게 매달리게 해, 도리어 본래 자신이 부처임을 못 보게 하니, 떼려 죽여 차라리 천하를 대평하게 했어야 했다’라는 설명이다. 결국 이 칙은 부처이전의 부처를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선문염송>은 한 상황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월운 스님이 8년간 원고지 4만매 분량으로 번역한 선문염송 염송설화 총 10권.
공안에 대한 상세한 해설이 오히려 수행에 방해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 사실 선의 개념으로서는 <선문염송ㆍ염송설화>를 이용할 것이 아니라, 불 질러 버려야 한다. 왜냐하면 선을 다루는 사람들은 기존 공안 해설에만 집착을 한다. 때문에 읽고나면 가차 없이 불살라버려야 한다. 염송은 선을 다루는 하나의 방법으로써 이해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돈 잘 버는 법을 안다고 해도 돈을 직접 벌어봐야 한다.

또 공안의 상세한 설명은 대분심(大墳心)을 일으키지 못하게 한다. 대분심은 마치 높은 산에 오를 체질이나 훈련이 쌓여졌는가를 되돌아보게 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산에 오를 자질이나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 상세한 공안 해설은 독약이 되기로 하고, 자질이 되는 사람에게는 높은 산을 올라가게 하는 지도가 된다. 산 밑에서 오르지 못하고 빙빙 돌기만 하는 사람의 마음가짐도 고쳐먹게 한다.


<선문염송 염송설화>로 마음공부 하는데 주의할 점은 뭡니까?

- 책만 보고 선을 이해하면 안 된다. 무임편승하는 것과 같다. 또 선수행의 자질이 있는 사람이 <선문염송>을 보지 않고, ‘혼자도 수행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내면 안 된다. 즉 보물을 퇴비장에 묻어놓고 안 찾는 것과 같다. 특히, 좀 앞서 간다고 지적 받은 사람은 겸허한 마음으로 읽어야 되고, 자기 공부에 용맹심이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용맹심을 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 책을 한 권씩 읽어나가면서, 수행자는 ‘내가 지금 생각하는 것이 치우쳤구나’, ‘내가 너무 풀어놓고 살았구나’ 하고 자신을 늘 반성해야 한다.


요즘 들어 선어록 공부를 통해 선에 대한 안목을 넓히고 있습니다.

- 선문의 틀에는 두 가지 있다. 어록과 염송다. 어록은 조사들의 법문한 것을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다. 그 사람의 사상이 현실을 부정하는지 인정하는지 시각이 어떤지 알 수 있다. 반면 염송은 어록의 복잡한 형태를 거부한다.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내용을 담고 있다. 즉 몽둥이로 때리고 칼 들고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바늘 끝으로 숨통에 꽂으면 그만 이라는 것이다. 긴 말이 필요하지 않다는 소리다. 맥을 꼭 찌르면 된다는 뜻이다.


간경수행 차원에서 <선문염송ㆍ염송설화> 읽기는 가능하지요?

- 간경은 경전의 소중한 가치에 호감을 가지는 것 자체가 무량공덕이 된다. 그럼 <선문염송>을 읽으면 공덕이 될까? 그렇지 한다. 한 구절 알고 읽으면서 그 뜻을 음미해야 한다. 이해되지 않는다고 내버리거나, 또 조금 내용이 눈에 보인다고 까불면 안 된다. 내용을 모르면 ‘그 말에 뜻이 있을 턴데’ 하고 자꾸 참구하는 자세라 한다면 공덕이 된다.

<선문염송ㆍ염송설화>는 어떤 책?

간단히 말하면, <선문염
송>은 ‘화두 종합교과서’고, <염송설화>는 <염송>의 참고서다.
<선문염송>은 고려시대 진각국사 혜심(1178~1234) 스님이 선가의 여러 선사들의 어록 등을 일일이 열람해 편찬한 것으로, 선가의 1463 고칙(古則)과 이에 대한 선지식들의 징(徵:화두에 있는 사건을 예로 들어 문답하는 형식)ㆍ염(拈:한 사건을 예로 화두의 제시와 풀이)ㆍ대(代:화두 속에서 답을 못하는 자를 대신해 한 마디 하는 것)ㆍ별(別:화두 속에서 문답의 주인을 달리해 대답)ㆍ송(頌: 화두 속의 사건을 시로 낭송)ㆍ가(歌:송이 긴 것) 등을 선별해 집대성한 책이다. 또 <염송설화>는 혜심 스님의 제자 각운 스님이 <선문염송> 각각의 옛 화두에 대한 배경, 용어 설명, 일화 등 상세한 주석을 붙여 30권 5책으로 펴낸 책이다.

김철우 기자 | in-gan@buddhapia.com
2005-04-27 오후 5: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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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19 오후 7: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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