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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사찰에서 봉축 행사 준비가 한창인 요즈음, ‘과연 부처님 오신 참뜻을 올곧게 잇는 길은 무엇인가’ 하는 깊은 물음에 직면한다. 그것은 ‘부처는 누구이며 부처는 어떻게 수행해 깨달음을 이뤘나’ 하는 의문과 다르지 않다. 살아있는 부처님을 만나 직접 그 의문을 풀고 싶은 바람에 비례하듯, 부처님 당시의 수행법과 부처님의 생생한 말씀을 토대로 한 초기불교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빨리어 삼장의 한글 완역을 추진하고 있는 초기불전연구원(원장 대림) 주최로 4월 13일부터 6월 29일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12회에 걸쳐 열리는 각묵 스님의 ‘초기불교 및 아비담마 특강법회’가 관심을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4월 20일 울산불교교육대학 강의실. ‘초기불교의 수행-8정도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각묵 스님의 2회째 특강 현장을 찾았다.
“과연 무엇이 진리입니까? 도는 무엇입니까? 이러한 물음에 대해 부처님께서는 단 하나만의 답을 말씀하지 않았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에는 ‘이것만이 최고다’하는 고정관념이 성립될 수 없습니다. 초기불교의 요체인 사성제, 팔정도를 중심으로 한 초기불교의 수행은 극단으로 치우치는 것을 자연스럽게 막아줍니다. 이처럼 초기불교의 가르침은 열린 마음으로 인생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유, 고뇌를 가능하게 하고 불교적인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결론을 끌어냅니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경전을 통해 불교적인 삶은 팔정도를 실천하고 구현하는 삶이라 했습니다. 팔정도를 실천하는 사람이야 말로 진정한 수행자이며 팔정도는 불교 수행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각묵 스님은 강의가 시작되자마자 맹목적인 믿음의 신념체계로서의 불교가 아닌 실천 체계로서의 불교를 강조했다. 이어 각묵 스님은 경전속의 내용을 인용해 팔정도의 중요성과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해나갔다.
“‘비구들이여, 그러면 무엇이 괴로움의 소멸로 인도하는 도 닦음의 성스러운 진리인가? 그것은 바로 성스러운 여덟 가지로 된 도이니 즉 바른 견해(正見), 바른 사유(正思惟), 바른 말(正語), 바른 행위(正業), 바른 생계(正命), 바른 마음챙김(正念), 바른 삼매(正定)이다. 대념처경, 우빳다 경, 대반열반경, 초전법륜경 등에서 팔정도가 괴로움의 소멸을 향한 도닦음의 성스러운 진리라고 설하고 있습니다. 해탈열반을 실현하는 구체적 방법인 도는 사성제에 대한 바른 이해에서 출발합니다. 정견이 출발점입니다. 고의 발생구조와 소멸 구조를 설명하는 연기를 바로 아는 것이 정견이며 감각적인 욕망에서 비롯되는 생각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사무량심을 갖는 것이 정사유입니다. 거짓말 하지 않고 중상모략을 금하고 잡담을 금하는 것은 정어이며 살생을 금하고 도둑질을 금하고 삿된 음행을 금하는 것이 정업이며 그릇된 생계를 제거하고 바른 생계로 생명을 영위하는 것은 정명입니다. 이처럼 팔정도는 지극히 상식적인 실천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팔정도는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노력이며 수행방법입니다. 팔정도는 바로 지금 여기에서 깨어서 살펴보고 점검해보면서 ‘내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지 않은지’ 끊임없이 되묻게 합니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하루 24시간이 수행으로 이어지게 해 줍니다.”
팔정도에 대한 설명이 시작되면서 각묵 스님은 지난주에 배웠던 초기불교 수행의 요체인 사성제를 다시 언급했다. 사성제는 곧 팔정도를 품고 있으며 팔정도는 다시 사성제를 품고 있는 중층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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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견해는 사성제에 대한 바른 이해라고 했습니다. 또한 고집멸도 사성제에 대한 설명은 곧 12연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사성제 중에서 고(苦)와 집(集)은 고의 생성구조를 멸(滅)과 도(道)는 고의 소멸구조를 말하고 있는 것이죠.”
각묵 스님은 “괴로움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과정을 바로 이해하고 실상을 바로 보면 곧 열반을 성취하게 된다”고 요약하면서 “열반은 죽어서 이르는 어떤 경지가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서 고통의 원인이 되는 갈애와 무명이 해소되고 탐진치 삼독이 해소된 경지를 말한다”고 분명히 했다.
마지막으로 각묵 스님은 팔정도에서 더욱 구체적인 수행방법에 해당되는 것이 정념이라며 정념 즉, 마음챙김은 대상을 분명히 할 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몸, 느낌, 마음, 심리현상 등 마음 챙김의 대상을 분명히 해서 정밀하게 관찰하면 무상성, 고, 무아성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17년 초기불교 해서 얻은 결론이 바로 대상을 분명히 해서 정밀한 관찰을 하면 도는 매 순간 지금 여기에 있지 특정한 장소나 테크닉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강의가 끝난 이후에도 불법을 바르게 이해하고 실천하려는 이들의 진지한 고민은 질문으로 이어졌다. 울산, 부산, 진주 등지에서 특강을 듣기 위해 찾은 30여 명의 참가자들의 열기는 늦은 밤을 밝히고 있었다. 약사, 의사,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김철수 거사를 비롯 참가자들은 “관념적인 불교가 아닌 부처님의 생생한 가르침을 통해 나를 바로 알고, 불교 수행을 바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초기불전연구원 원장 대림 스님은 “이번 특강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로 이해하고 그것을 토대로 실천적인 수행의 길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이번 특강 개최의 의의를 전했다. 울산=천미희 기자
■ 각묵 스님이 말하는 초기불교의 핵심
“부처님 제자라면 대승불교다 선불교다 하기 이전에 초기불교가 모든 불교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불교에 초기불교 가르침에 위배되는 것이 있다면 고쳐야 하고 수행에 대한 고민이 있는 사람이라면 살불살조의 정신으로 이것만이 최고다 하는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부처님의 근본정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각묵 스님(사진)의 의지는 확고했다. 초기불교든 한국불교든 부처님 정신에 입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행은 앉아서 하는 참선만이 강조되어선 안 되며 신비적인 어떤 것도 아닙니다. 마음을 비롯한 제법은 찰나생 찰나멸하고 있음을 바로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모든 법이 무상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실상을 본다 했습니다. 찰나생 찰나멸하는 법의 무상함을 관찰하면 영원한 실체가 없는 연기의 실상을 보는 것입니다.”
“불변하는 실상이 있는 줄 알면 불교가 아니다”고 단정한 스님은 이어 초기불교가 곧 위빠사나인 것처럼 잘못 이해되고 있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기불교에서 정념을 강조하긴 하지만 이것 또한 팔정도의 큰 틀 안에서 이해되고 강조되어야 할뿐 하나만을 내세우면 또 다른 집착과 갈등의 원인이 된다”며 “사성제, 팔정도 12연기에 대한 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실천으로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초기불교의 가르침”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아비담마란?
‘법(담마)에 대하여(아비)’라는 뜻으로 부처님께서 평생 설하신 가르침을 체계적으로 핵심만을 골라서 이해하려는 제자들의 노력이 정착된 것이다. 아비담마의 주제는 ‘내 안에서’ 벌어지는 물ㆍ심의 현상이다. 이것이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법(dhamma)이며 내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현상(dhamma)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관찰하고 사유하여 무상ㆍ고ㆍ무아인 법의 특상을 여실히 알아서 괴로움을 끝내고 열반을 실현하려는 것이 아비담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