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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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여스님 문답진행 '생사 문제와 선 수행'
설선대법회 지상중계<7> - 무여 스님(봉화 축서사 선원장)
봉화 축서사 선원장 무여 스님의 법문을 듣는 사부대중과 법문을 내리는 무여 스님.


선본대찰 범어사와 현대불교신문이 공동주최하는 간화선대중화를 위한 10대선사 초청 설선대법회 7번째 법주 무여 스님을 법문을 듣기 위해 모인 4000여 사부대중는 따스한 봄 햇살을 맞으며 보제루와 대웅전 앞 마당을 가득메웠다.

'생사문제와 선수행’을 주제로 법문한 무여 스님(축서사 선원장)은 “부처님께서는 사람이 태어나고 죽은 것을 저 허공중에 구름이 일어나고 흩어지는 것으로 비유해서 말씀을 하셨다”고 설하고, “육신의 속박에서 벗어난 해탈을 얻기 위해 선수행에 일념으로 매진할것”을 당부했다.
다음은 이날 법문을 마친 무여 스님과 질의법사 영일 스님, 류상영거사, 이정옥 보살의 법담을 정리한 것이다.



질의법사로 나선 영일스님.
질의법사 : 영일스님

통도사강원 강사 역임
20여 년간 제방선원 수선 안거
현 조계종 기본선원 운영위원, 전국선원수좌회 학술분과 위원장

영일 스님 : 화두를 간절하게 참구하면 생사 초탈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듣고 아직도 깊은 선정에 못가본 수좌로서 결단코 화두를 깨쳐서 생사를 자제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되었습니다. 3가지 질문 올리겠습니다.

첫째는 전통불교 생사관과 선에서 바라보는 생사관이 어떻게 다른지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 당시부터 원시불교, 소승불교, 부파불교 그리고 동아시아 대부분의 대승불교를 일컫는 전통불교는 이 세계를 환영의 세계로 보고, 인생을 고해라 여기며, 업보윤회설을 깊이 믿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전통불교 생사관은 염세주의와 그리고 출세간지향주의, 생사윤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선의 생사관이 어떻게 대비 되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무여 스님 : 전통불교의 생사관은 즉, 12인연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기 전 어느날 새벽이 가까워질 무렵 선정에 들어 12인연법을 관합니다. 무엇이 원인이 되어서 늙음과 죽음이 생기는지 그 원인을 파고 들어가다 곧 (태어)남이 있는 까닭에 생사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이것이 전통불교 생사관의 근본이지요.

그런데 선에서는 근본 자성 즉 화두를 잘 참구함으로써 깊은 선정에 들어가서 생사의 무명을 타파한다는 것입니다. 선에서 보는 생사관은 본성을 깨달아, 반야지혜를 깨닫고 생사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흔히 선이 좋다, 좋다 하는 것은 늙음, 죽음, 삶, 유취 등의 12단계를 모두 뛰어 넘었어요. 어쨌든 선은 늙고 죽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궁극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일 스님 : 불교의 궁극적인 관심은 고통의 해탈에 있습니다.
선 수행을 통해서 생사문제가 해결된다면 개인적 고통과 해탈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문제까지 해결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선 수행이 정치적 부패, 지역갈등, 범죄, 기아, 전쟁, 화재,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회적 고통을 어떻게 해결 할 수 있을지 고견을 들려주십시오.



질의응답을 하는 봉화 축서사 선원장 무여 스님.
무여 스님 : 그 사회적인 고통이 어디서 오느냐하면, 탐진치(貪瞋癡), 삼독에서 와요. 마음이 어두워서 분수에 넘치는 탐욕심을 낸다든가, 마음을 잘 못 써서 지나치게 화를 내고, 남을 미워하고 남을 싫어한다든가, 그 어리석은 마음을 내는데서 오게 됩니다. 예를 들면, 요즘 많은 분들이 돈에 과욕을 부려 돈의 노예처럼 돼 돈 버는데 인생을 바치고 있어요. 그러니 세상이 얼마나 괴롭겠어요.

하지만 수행을 해서 선정을 닦으면 그런 어리석은 생각은 다 사라져요. 세상 사람들이 하루 단 10분 만이라도 수행에 힘쓴다면 우리 사회가 반드시 행복하고 살만한 사회가 될 겁니다.

인류가 참으로 행복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더 잘 살 수 있는 길은 수행의 시대, 선의 시대가 도래해야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영일 스님 : 큰 스님 법문을 통해서 생사가 본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지만 정작 죽음이 닥쳐올 순간에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참 막막합니다. 임종을 맞이해서 어떤 정념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무여 스님 : 6~7년전 제가 아는 스님이 돌아가셨는데, 그 스님은 오십에 출가해 20여 년간 오직 ‘나무아미타불’만 불렀던 스님이에요. 아주 어렵게 사시던 분이 돌아가셨다고 해서 제가 그 돌아가신 토굴을 수소문해 찾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시신을 보니 빙긋이 웃고 있어요. 제가 추측하건대 염불이 잘 되서 아주 기분 좋은 상태에서 숨이 멎었던 것 같아요. 사람은 마지막까지 어떻게 애쓰고 노력하는가가 중요합니다. 선을 해서 화두를 하는 것이 최상승이지만, 혹 화두가 어렵다 하는 분들은 염불이나 주력을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애쓰고 노력하는 모습 꼭 가지길 바랍니다.




재가질의자 류상영거사.
재가질의자 : 류상영 거사

세계일보 편집기자, 월간<불교세계> 편집장 역임
현 대한불교청년회 부산지구 제26대 회장, 자비살림 불교생협 준비위원장


류상영 : 요즘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물질적 가치관의 문제 때문에 스스로 생명을 끊는 이가 한 해에도 몇 천 명에 이르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전도된 가치관 속에 저희 재가불자들이 올곧게 정진할 수 있도록 큰 스님께서는 한 말씀 더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무여 스님 : 요즘 우리 사회에서 여러 가지 정신적인 문제나 경제적인 문제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은 경제가 그렇게 어렵다고는 안봐요. 그렇게 어렵지도 않은데 어렵다고 생각하면서 참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자체가 병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합니다. 생명을 죽이는 것은 죄악중의 죄악이다. 그런 인(因)을 심으면 내생에도 그 비슷한 인과를 받기가 쉽습니다. 자살하는 그런 사회적인 병폐를 고치기 위해서는 마음 닦는 분위기가 점점 확산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재가질의자 이정옥
재가질의자 : 이정옥 보살

여성 신행단체 연꽃 모임 창립
(재) 부산 불교 신도회 감사
현 국군 장병 포교 후훤회 회장, 소림사 청심 장학회장


이정옥 : 저는 사실 불교에 귀의한지 오래됐지만 참선을 접해보질 못했습니다. 그동안 기도하고 염불하고 사경하고 경전 공부하는 것으로 신행 생활을 해 왔습니다. ‘참선을 해야지’라는 생각만 가지고 실천을 못했는데 저 같은 이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무여 스님 : 보살님 같은 그런 신앙생활이 일반적인 신도님들의 신앙생활 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몇 십 년을 해도 참으로 진정한 체험을 못해 본 그런 분들이 있다는 거예요. 수행을 하려면 오직 한 방법으로 가야 됩니다. 참선이 수승하지만 참선을 하면 가장 좋고, 참선이 인연이 없으면 염불을 하거나 주력을 하더라도 오직 한 염불, 한 주력만 하세요. 연세가 높을수록, 이런 저런 수행이 좀체 안 되는 분일수록, 오직 한 가지 수행을 택해서 참으로 애쓰시기 바랍니다.



이정옥 : 요즘 위빠사나를 주변에서 하는 걸 많이 보게 되는데 간화선과 무엇이 다른지 쉬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무여 스님 : 위빠사나 수행과 화두 수행은 달라요. 위빠사나 수행은 뭐냐, 마음 챙김의 수행법입니다. 예를 들어 길을 걸을 때, 다리를 든다, 다리가 들린다, 걸어간다, 앞으로 나아간다, 들어간다, 그런 과정을 자세하게 알아 챙기는 그런 수행법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서 집중을 하는 거예요. 화두도 결국 집중하는 방법인데, 어떻게 집중하느냐 그것이 다만 다를 뿐입니다. 하지만 제가 보는 위빠사나는 산만하고 관찰하는 것 자체가 제대로 안돼요. 하지만 화두는 진의가 ‘돈발(頓發)’하면 참으로 집중이 잘 되서 의외로 쉽습니다. 더구나 한국 화두선은 어느 절에 가도 조실 선덕 유나스님 같은 선지식의 지도를 쉽게 받을 수가 있어 공부하기가 쉽지만 위빠사나는 한국에서 지도를 할 수 있는 분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어요.



4월 16일 설선법회에는 4000여 대중이 운집했다.


끝으로 한 가지만 당부를 드리고 마칠까 합니다.
앞서 수차에 걸쳐 매일 조금이라도 수행하는 시간을 갖기를 부탁드렸습니다. 물론 여기 오신 신도님들은 매일 수행하는 시간을 가지겠지만 혹시라도 못 하시는 분들에게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저녁에 주무시기 전에 그날을 결산하는 시간을 꼭 가지세요. 가게를 보는 분도 그날의 결산을 하고, 공장을 경영하는 분도 꼭 결산을 해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결산은 안해요. 반성이라고 해도 좋고, 자기 점검이라고 해도 좋고, 주무시기 직전 늘 자기를 결산하는 시간을 꼭 가지세요.

사람은 분명 어제보다는 오늘 잘 살아야 되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좋아야 돼요.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가 자라는 모습이 훤히 보여야 됩니다. 즉, 자기라는 작품을 만들듯이 노력하고 애를 써야 됩니다.
다만 몇 분간이나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자기 마음을 닦는 시간을 가지면 자신이 점점 자라고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을 겁니다. 그런 다음 꼭 축원을 하세요. 내가 일생 이것은 꼭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인생의 희망을 향해 꾸준히 노력하고 애를 쓰는 거예요.

늘 수행하고, 자신의 하루를 결산하는 습관을 들여 매일 더 좋은 날, 새로운 날이 되도록 애쓰고 애쓰십시오.
정리=조용수 기자ㆍ사진=고영배 기자 | pressphoto1@hanmail.net
2005-04-21 오후 4: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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