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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속에 엄격함 배어있는 길상사 시민선원
【탐방】‘도심수행도량을 찾아서④’ 서울 길상사 시민선원

재가불자들이 4월 15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 시민선원에서 참선 정진을 하고 있다. 사진=김철우 기자
처음과 끝을 알리는 죽비. 서울 성북동 길상사 시민선원은 죽비를 치지 않는다. 선방 벽에 걸린 자그마한 자명시계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매시간 정각에 울리는 시계 종소리가 재가선객들의 방선 시간을 일러준다. 때문에 길상사 시민선원은 죽비가 필요 없다. 매일 새벽 5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재가불자들이 선방 문지방을 닳도록 드나들어도 수행분위기는 좀처럼 흐트러짐이 없다.
자율 속에 엄격함이 배어있는 길상사 시민선원. 그럼 선원의 이 같은 가풍은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입승스님이 있든 없든 스스로 ‘알아서’ 가부좌를 트는 길상사 시민선원 속으로 4월 15일 들어가 봤다.


#자율, 그리고 엄격함



“땡~땡~땡~”
오후 3시. 자명종이 3번 울리자 50분 정진이 끝난다. 곧바로 포행이 이뤄진다. 12명의 재가선객들이 선방 안을 조용히 걷기도 하고, 선원 앞 작은 꽃밭을 돌기도 한다. 물론 말은 없다. 묵언이다. 양손도 단전에 가지런히 포갰다. 차수(叉手)다. 스스로 묶은 말과 몸. 하지만 화두 하나만은 온몸으로 끌어안은 눈치다.

매시간 정시를 기준으로 10분간 갖는 포행이 끝나자, 자기 좌복에 앉는다. 다시 참선정진에 들어간다. 오후 3시 10분부터 50분간, 자기 내면과의 치열한 싸움이 시작된다. ‘이∽뭣고, 이∽뭣고.’

길상사 시민선원의 이런 ‘자율수행’ 가풍은 선방 문에 붙은 ‘선원 청규’에서 확인된다. ‘출입시간은 매시간 정각으로부터 10분 사이. 늦게 도착하면 기다렸다가 다음 정시에 맞춰 입실한다’라는 청규가 선원의 엄격한 수행분위기를 짐작케 한다.
뒤늦게 선원에 도착해 다음 시간을 기다리는 이성희(48ㆍ애향심)씨에게 물었다.

“시민선원인데, 왜 이렇게 청규가 엄격합니까?”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대중이 함께 수행하는데 방해되면 안 되잖아요” 우문(愚問)에 현답(賢答)이다. ‘50분 정진시간에는 들어오지도 나오지도 못한다’는 선원의 규칙. 길상사 시민선원이 지난 1998년 개원한 이후 7년간 고집스레 지켜온 전통이다.

때문에 길상사 시민선원은 방부 들이는 조건을 까다롭게 한다. 입방 자격을 참선 유경험자들로 제한한다. 그리고 철저한 인터뷰를 통해 지원자가 자신의 몸을 잘 통제하고 있는지 자세는 바른지 호흡이 거칠지 등을 면밀히 살펴 최종적으로 방부를 준다. 현재 방부를 들인 20여 명의 불자들 대부분이 수십년 넘게 실참을 해온 베테랑 수행자들이다.


#일상을 화두참구로 ‘여여하게'…'수행의 참맛’ 알게 돼



재가불자들의 참선 열기가 뜨겁다.
포행 시간에 맞춰 선원 대중들에게 법담 시간을 갖자고 조심스럽게 양해를 구했다. 선원에서 참선정진하면서 겪은 수행담을 듣기 위해서였다. 교육계 원로인 김종서(82ㆍ원성) 서울대 명예교수가 대중들에게 의견을 묻는다. 그러자 대중들이 합장으로 동의를 표한다.

먼저 이곳 선원에 방부를 들인 지 4년째인 김임현(51ㆍ법륜원)씨가 말문을 연다.

“화두에 몰입하다보면, 잡념이 없어지는 것을 경험했어요. 화두일념이 되면 주변의 생각이 잘 들어오지 않아요. 잡념은 잡념대로 흘러 보내고 오직 화두와 하나가 되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지요. 그때 마다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껴요.”

이어 38년간 항공조종사를 지낸 최영정(74ㆍ벽파)씨가 말을 받는다.

“맞아요. 그간 동적인 운동을 즐겨오다 좌복에 앉다보니 급한 성격이 누그러졌어요. 치성한 번뇌 망상을 참선정진으로 거둬낼 때면 ‘이것이 수행의 참맛이구나’하고 환희심이 절로 나요.”

법담은 자연스럽게 일상 속 수행 이야기로 옮겨진다. 문교부 편수국장을 역임한 김해인(81ㆍ영산) 씨는 참선정진을 통해 마음속에 ‘참나’를 찾고 있다고 말한다.

“참선은 그간 가졌던 일상의 알음알이들을 뿌리 채 뽑아내는 힘을 줘요. 그러면서 참선은 나와 진리가 하나 되는 길을 알려주지요. ‘내 마음 속 나 찾기’란 제 화두가 성성하게 살아있게 만들면서요.”

#매주 선어록 강의로 안목 키워


길상사 시민선원의 특징은 매주 월요일 오후 2시에 열리는 선어록 강의에 있다. 30분씩 소참(小參)법문 형식으로 진행되는 선어록 강의는 그간 <전등록> <몽산법어> <선가귀감> 등으로 불자들에게 선에 대한 안목을 넓혀주고 있다.

특히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수시로 법문하는 소참법문을 통한 선어록 강의는 대중들이 분발심을 일으켜 마음공부 진작에 도움이 되고 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강석진(64)씨는 “선어록 공부는 마치 선지식을 옆에서 친견하는 것처럼 마음공부에 도움이 된다”며 “마음이 태만하거나 느슨해질 때면 스스로 정신을 차리게 하는 보약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길상사 시민선원의 선어록 강의는 재가불자들에게 실참실수의 기회를 마련하자는 차원에서 진행된다.

길상사 주지 덕조 스님은 “선어록은 막연히 갖는 선에 대한 내면적인 생각들을 역대 선사들의 말을 통해 확인하는 공부법”이라며 “재가불자들이 이를 통해 자신의 마음공부 됨됨이를 스스로 관조하고 더욱 용맹정진할 수 있는 자극이 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길상사 시민선원은 또 집중수행 수련회를 개최해 재가불자들 수행의 밀도를 높이고 있다. 개원 이후 지금까지 매달 첫째 주 토요일 오후 2시~일요일 오후 6시에 주말 선 수련회를 열고 있다. (02)3672-5945
김철우 기자 | in-gan@buddhapia.com
2005-04-19 오후 4:44:00
 
한마디
덧 붙여, 운동 부족인 현대인들을 위해서 불무도(선무도)도 절 마당에서 하면 참 좋을듯 합니다.
(2005-04-19 오후 1: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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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 수행 뿐만 아니라 근기에 따라 염불 수행이나 오체투지 수행과 부처님 가르침 글로 쓰기 등 기타 수행법도 각 사찰에서 방마다 나누어 행하여 졌으면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염불과 동시에 오체투지 수행할 때가 행복하고 수월하게 잘 할 수 있는것 같습니다.
(2005-04-19 오후 1: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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