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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영어 배워 세계화에 한 몫 해야죠"
청도 운문사 승가대학 학인들의 영어수업 현장



운문사 학인들의 영어수업 현장.


21세기 한국불교의 과제인 ‘세계화.’ 동시대를 사는 불자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한국불교 최대의 ‘화두’일 것이다. 지금 한국불교는 한반도란 좁은 울타리를 넘어, 지구촌이 함께 맞이할 ‘세계화’ 시대에 동참해야 한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비구니 스님들의 외국어 공부 열기가 뜨겁다. 5월 22일 개원하는 합천 해인사 ‘외국어 학림’은 비구니 스님들이 24시간 합숙하며 영어를 배우는 최초의 전문 교육기관이다. 최소한 영어권 고등학생 수준의 언어구사 능력을 키운다는 야무진 목표를 세우고 있다.

비구니 강원들의 외국어 교육도 강화되고 있다. 운문사 동학사 청암사 봉녕사 승가대학 등 비구니 강원들은 20여 년 전부터 일본어, 중국어, 영어 등을 외전 과목으로 도입해 가르치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을 강사로 초빙한 강의를 실시하는 추세도 늘고 있다. 지난해 잇따라 개최된 세계여성불교대회 등 비구니 관련 국제학술회의도 외국어 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비구니·사미니 강원인 운문사 역시 호주인 미쉘 한나씨를 강사로 초청, 영어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영어삼매’에 빠진 학인들

미쉘: “When I get married, I have…(내가 결혼하면 누가 생기죠)?”

학인들: “Husband(남편)!”

미쉘: “Then, Who do you get married with(그럼 여러분은 누구랑 결혼을 하죠)?”

학인들: “Man(남자)!”

미쉘: “Can you get married(여러분도 결혼할 수 있나요)?”

모두 함께: “…(웃음)….”

4월 2일 기자가 찾은 300여 비구니와 학인들의 수행처인 운문사 승가대학(학장 명성) 영어수업 현장이다. 강사인 미쉘 한나 씨는 학인 스님을 통해 한국 비구니란 존재를 배우가고 있었고 학인들도 서양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단초를 마련하고 있었다. 미쉘 씨의 농담을 듣고 학인들이 이구동성으로 “Surprise(대단해요)!"를 외친다. 높을 것만 같았던 언어장벽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것 같았다.


영어로 나누는 대화가 점점 익숙해지면서 학인 스님과 강사 미쉘씨 사이에 웃음꽃이 핀다.


운문사는 1985년 일본어와 영어 강좌를 처음 열었고, 최근에는 호주인 미쉘 씨가 직접 진행하는 영어 강의를 실시하고 있다. 매주 1회 100분 정도 진행되는 수업은 치문 사집 사교 대집 등 모든 학년에 개방되며 학인들은 강사가 직접 제작한 유인물을 이용한 문답식 교육, 테이프 청취 등을 통해 외국어 실력을 양성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방문이 잦아지는 요즘, 운문사 사중들은 외국어 교육이 효율적인 포교, 한국불교 알리기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더욱 절감하고 있다. 그들이 ‘한국불교 세계화’의 주역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생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문(佛門)’에 들어선 학인들이 ‘영어삼매’에 빠져든 셈이다. 이날 영어 수업에 참가한 학인들의 눈빛에서도 뜨거운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의 수업을 발판으로 ‘언어장벽’을 극복하는 것은 어쩌면 화두처럼 평생 품고 가야할 숙제이기 때문이다. 힘들어도 반드시 해 내야 하는 일이다. 그것은 불가(佛家)의 지상과제인 ‘깨달음’과 이를 함께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방편을 갖추는 문제로 요약될 것이다. 학인들도 이런 사실을 아는 지 칠판에 적힌 영어단어들을 한자씩 정성스럽게 공책에 받아 적는다.




외국어 교육을 받는 이유는?

“산사에서 수행을 한다고 세상을 등지고 살 수는 없죠. 얼마 전 미국 조지아대 학생들이 운문사를 찾아왔을 때 할 이야기는 많았지만 나는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었어요. 수행만 해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불교의 가르침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외국어 공부가 꼭 필요합니다.”(우경ㆍ대교반)

“한국불교도 일본이나 티베트처럼 너무나 귀중한 ‘보석’을 가지고 있어요. 그것을 전달할 수 없어서 묻혀가는 것이 안타까워요. 스님들의 외국어 공부는 세간 속으로 더 깊숙이 가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운성ㆍ대교반)

학인 스님들의 뼈저린 각오를 느낄 수 있다. 바로 한국불교의 미래는 불교의 세계화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세계화된 세상에 인종과 지역, 국가의 벽은 더 이상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그 세계는 개인과 문화, 사회는 물론 종교까지도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불교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중국 일본 미얀마 스리랑카 티베트 불교와 어깨를 함께 하기 위해서는 언어적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운문사 강사 세등 스님은 “일주일에 한번 실시하는 수업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는 없다”며 “자격을 갖춘 외국어 선생을 초청하고 외국어교육 기반시설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운문사 영어 강사 미쉘씨

“말하는 능력 넘어 학문적 표현 가능 해야죠”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열성적으로 배우려는 학구열에 놀랐어요.”

호주인 미쉘 한나 씨가
운문사 영어 강사 미쉘 한나 씨.
5개월 동안 운문사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느낀 소감이다. 미쉘 씨는 2004년 11월부터 운문사에서 한국 비구니 승가를 연구하며 영어 지도를 하고 있다. 미쉘 씨는 외국어 교육을 위한 여러 가지 기초 시설과 프로그램이 부족하지만 학인들의 헌신적인 동참으로 예상 밖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쉘 씨는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해 외국어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고 조언했다. “한국불교에 대한 참고자료가 너무 적어요. 그 이유는 스님들이 어학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단순히 말하는 능력이 아니라 학문적 표현을 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춰야 해요.” 그녀는 호주인들이 티베트 불교를 쉽게 접하는 이유도 티베트 스님들이 좋은 외국어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호주 멜버른 대학 인류학 박사과정인 미쉘 씨는 2004년 6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여성불교대회에 참석했으며 여기에서 한국 비구니 승가에 대한 큰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녀는 지금 티베트와 한국 비구니의 계보에 대한 비교연구를 박사논문으로 준비하는 중이다.


운문사=강유신 기자ㆍ사진=박재완 기자 |
2005-04-09 오후 12: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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