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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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관법 수행은 ‘해를 발에 싣고 다니듯이’
【탐방】‘도심수행도량을 찾아서③’ 서울 우곡선원
우곡선원 불자들이 4월 4일 서울 서초동 선원에서 자유토론을 통해 마음공부 경계를 서로 점검하고 있다. 사진=노병철 기자


'선(禪)은 일상(日常)이다.’ 서울 우곡선원이 주창하는 ‘생활선’ 모토다. 일체 법에 걸림 없는 부처의 마음과 일치하려는 일상 속의 수행은 우곡선원이 실천하는 참선 공부법의 핵심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깨달음에는 출ㆍ재가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수행의 확신도 우곡선원의 가풍 중 하나다.

1996년 선원 개원 이후, 생활선으로 무상의 도리를 깨치고 있는 우곡선원.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한 빌딩에 자리 잡은 우곡선원을 찾았다.


생활선 핵심은 ‘경청’과 ‘경책’

4월 4일 저녁 9시, ‘선의 일상화’를 주제로 강의를 막 끝낸 선원 법사단원 송운석 교수(단국대 행정학과)가 “욕심을 내세우지 말고 수행을 앞세워 삶을 재구성하는 지혜를 갖고 살아가자”며 도반들에게 강조한다.

법문이 끝나자 불자들이 동그랗게 둘러앉는다. 자유토론인 ‘야단법석’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상석에 장명화 선원장이 좌정하고, 30여 명의 불자들이 그 주위로 원을 그린다. 그리고 이어진 죽비 3성, 모두가 합장인사로 예를 표한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없어집니다. 무슨 일이든 다 되는 것 같더군요. 그런데 가끔 멍한 느낌을 경험합니다. 왜 그런가요?”(김동철ㆍ40)


깨달음의 세계에는 출재가가 따로 없다고 강조하는 장명화 원장. 사진=노병철 기자


“‘잘 된다, 안 된다’는 상(相)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그런 생각조차 내면 안 돼요. 의도를 가지면 상이 붙어 마음공부가 어그러져요. 아집을 멸해야만 그대로 부처가 될 수 있습니다.”(선원장)

선원장과 신도, 그리고 신도들 사이에서 문답이 격의 없이 오간다. 그럼 이렇게 문답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로의 문제점들을 듣고 해결하기 위해서다. 문자와 형상, 의식 속에서 잠자는 욕망과 갈등을 서로 해결해주는데 그 목적이 있다. 때문에 야단법석은 ‘경청’과 ‘경책’이 핵심을 이룬다. 경청은 신도들이 서로의 일상수행담을 들어주면서 스스로 허물을 드러내 반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 경책은 선원장이 신도들의 공부과정에 나타나는 문제점을 점검하면서 잘못을 일일이 바로잡아준다.



‘실상관법(實像觀法)’ 통한 마음공부

우곡선원의 또 다른 특징은 <불설관무량수경>을 바탕으로 한 실상관법(實像觀法)을 닦는 점이다. 우곡선원에서는 ‘존재의 참 모습을 있는 그대로 관하는 것’을 실상관법이라 한다. 즉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默動靜) 간에 끊어짐 없는 선정(禪定)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심신수행법이란 설명이다.

실상관법을 막 시작한 김효선(35) 씨는 초보 단계인 일상관(日想觀) 수행을 ‘해를 발에 싣고 다니듯이’ 한다고 말한다. 즉 붉은 해를 지혜로 관(觀)해 늘 마음속에 담고 산다는 것이다. 전업주부인 김 씨는 일상에서 부딪치는 장애들과 자신의 업을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에 녹여 자비광명으로 바꾸는 일상관을 틈틈이 실천한다. 그럴 때마다 마음공부에 한 경계 한 경계를 넘어서는 환희심을 경험한다고 소감을 피력한다.


경청과 경책을 중심으로 한 야단법석에서 신도들이 자신의 경계를 내보이고 있다.


우곡선원 신도회장 홍석교 교수(아주대 전자공학부)도 마찬가지다. 일상관 수행은 중생심을 녹이는 펄펄 끓는 용광로와 같다고 한다. 덕분에 홍 교수는 일상생활에서 여유를 갖고 삶을 주체적으로 살 수 있게 됐다고 강조한다.

실상관법은 이렇듯 붉은 해를 관하는 일상관(日想觀), 한 방울 물에서 반사되는 영롱한 빛을 관하는 수상관(水想觀), 삶의 토대인 땅 기운을 관하는 지상관(地想觀) 등을 통해 탐진치 삼독심을 제거한다고 선원 신도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때문에 장명화 원장은 실상관법이 일상 속에서 번뇌를 즉시 멸할 수 있기에 생활 속의 참선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선원장 장명화 원장은 “일심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서쪽을 향해 곧게 앉아 저물어 가는 해를 관(觀)하면, 고착화된 나의 관념이 충분하게 녹아드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며 “내 안에 대우주를 다 퍼 담아도 부족하거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마음을 얻어 평정에 이르게 된다”고 말한다.



매달 한 차례 만행 정진

우곡
우곡선원 장명화 원장.
선원의 수행 프로그램의 특징은 ‘어록공부+만행정진’에 있다. 어록공부는 실상관법을 중심으로 인성 정립, 수행 실천, 이치 섭렵, 지혜로운 삶 등 크게 4단계로 나눈 참선수행과 교육 과정을 통해 불법의 안목을 키운다. 지금까지 <금강경> <반야심경> <달마혈맥론> <무심론> <육조단경> <관심론> <돈오입도요문론> <참선곡> 등을 토대로 토론을 기본으로 한 참선교육과 수행을 병행해오고 있다. 또 매주 월요일 오후 7시에 열리는 참선법회와 매일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자율적인 108 참회정진과 좌선실수로 수행력이 끊어지지 않도록 한다.

우곡선원의 특징은 무엇보다 만행정진에 있다. 매달 한 차례 떠나는 만행은 지난 96년 선원의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80여회나 진행됐다. 만행정진은 산행을 하면서 선원장과 도반들이 1:1로 대화를 통해 마음공부의 됨됨이를 점검하는 등 법당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실전(實戰)’ 수행을 한다.

특히 우곡선원은 국제교육진흥원의 위탁을 받아 지난 2001년 4월부터 3차에 걸쳐 30개국 200여명의 외국인 학생에게 참선교육을 시키는 등 선의 세계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www.zenkorea.org 서울선원=(02)2055-3111, 부산선원=(051)740-6288~9
김철우 기자 | in-gan@buddhapia.com
2005-04-08 오후 5: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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