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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진언수행은 불공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았다. 단순히 복을 비는 것이 아니라, 진언을 통해 ‘나 자신을 가꾸어 나가는 것’이란 믿음으로 전환시켰다.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말을 하고, 좋은 행동을 하도록 노력하게 했고, 그 결과로 좋은 인을 지어서 좋은 연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이처럼 진언수행을 통한 삼밀관행은 내 몸 구석구석이 바로 부처임을 보게 만들었다. 흔히 이를 육자관(六字觀)이라 부르는데, 이 육자관은 ‘옴마니반메훔’의 여섯 글자를 수행자의 신체와 연결시키는 관법이다. 즉 육자진언을 한 자 한 자 염송할 때, 자신의 몸이 법신인 다섯 부처님과 금강보살이라는 것을 체득하는 것이다.
먼저 난 호흡법을 통해 진언을 외웠다. ‘옴’자를 욀 때는 날숨에 맞춰 배꼽에 포자(布子씨를 뿌리듯 심는다는 뜻)된 비로자나불을 관했고, ‘훔’자는 인후에 포자된 금강보살을 보면서 들숨으로 호흡을 거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난 일정 시간을 정하고 반복했다. 그러면서 본래 자신이 자성불(自性佛)임을 깨달아 들어갔다.
진언을 이렇게 외면서, 난 일상생활 속에서 과연 진언수행이 어떻게 적용이 되는지 내증해보았다. 우선 가장 먼저 다가온 변화는 모든 일의 원인을 남의 탓에서 찾기 쉬운 미혹한 생각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해줬다. 진언수행은 주변에 대한 원망의 시선을 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선으로 바꾸게 해줬다.
이런 일이 있었다. 사랑하는 친구에게 배신을 당하고 무척 화가 난 적이 있다. 처음엔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서 진언을 외웠다. 어느 정도 화가 가라앉게 돼 그 일을 다시 반추해본 나는 그 친구가 그렇게 행동한 일이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럴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 시각의 변화는 급기야 그 친구의 행복과 그 친구가 더 이상 나쁜 인연에 휘말리지 않기를 바라며 불공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만들어줬다. 원망심만 가지고 평생을 사는 것은 나 자신에게도 행복한 일이 아니다. 시각을 바꾸면 삶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 미연의 복을 심고(좋은 인을 짓고) 미맹의 화를 끊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시간이 흐른 후에도 난 진언수행을 통해 나를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마음을 비우고 나의 아상을 태우는 과정으로 진언수행을 하고 있다. 진각종 교리를 집약한 <진각교전(眞覺敎典)>에서는 육자진언이 부처와 모든 보살, 중생들의 본심(本心)이라고 설한다. 또 육자진언을 자신 마음에 새겨있는 ‘불심인(佛心印)’으로 설명한다. 삼밀관행으로써 자심(自心)에 항상 불심인을 아로새겨 자신이 ‘자성법신(自性法身)’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메시지다.
난 이 말처럼 늘 본심진언 옴마니반메훔을 오나가나 항상 외고 하루 열 번 이상 참회하고 있다. 또 이를 통해 탐진치 삼독심이 물러가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진언 염송은 내 마음이 곧 참부처의 마음이란 것을 깨닫게 하는 수행법이란 확신을 가지면서 말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