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는 속에 동백 목련 등이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범어사에 자비 지혜 법문의 꽃이 활짝 피었다.
4000여 불자들이 모인 가운데 4월 2일 오후 2시 열린 ‘간화선 대중화를 위한 10대선사 초청 범어사 설선대법회’가 다섯 번째 법석을 펼쳤다. 따뜻해진 날씨에 가족이 다함께 법문을 들으러 온 참가자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이날 ‘자비의 지혜를 조화롭게 닦는 선수행’을 주제로 현산 스님(화엄사 선등선원장)은 “몸뚱아리는 하찮은 욕망덩어리여서 축생이나 다름없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부처님 제자고 사람이라면(주장자 치고) 이 도를 위해서 생명을 바쳐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라고 법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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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선대법회 장에 운집한 4천여 부산 불자들. 사진 고영배 기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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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무한지혜 있어 참으로 죽는 것이 영원한 행복의 길입니다. 크게 보는 사람은 하찮은 일로 싸우고 다툴 까닭이 없습니다. 큰 원력을 가지고 크게 보고 아 내가 지금까지 못하고 나를 미혹하고 고통을 받으며 살아왔던가하고 되돌아보세요"라고 말씀했다.
현산 스님은 극진한 마음을 가져야만 선수행을 할 수 있다며 "이 법을 만났을 때 내가 깨달아야지 하는 간절한 마음을 내고 또 내야 가정 사회가 평안해지고 국가가 부강해지고 온 세계가 평화로와진다”고 수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산 스님의 법문이 끝난 후에는 질의법사 종대 스님(前 태안사 선원장)과 재가질의자 박근호 수석 부단장(조계종 부산경남 포교사단)의 질문이 이어졌다.
먼저 질의에 나선 종대 스님이 “우리가 수행수행하는데 수행의 요체는 무엇입니까?"라고 질문하자 현산 스님은 "옷입고 밥먹는 것이 옷입고 밥을 먹되 생각이 없는 경지의 옷입고 밥먹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 종대 스님이 "천생도 전할 수 없는 도리는 어떤 것입니까?"라고 질문하자 "어려운 질문인데 그대가 묻고 대답하는 이것입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박근호 포교사단이 “의단독로(疑團獨露)가 무엇이며 의단독로가 안될 때에는 어떤 공부를 해야 합니까?”라고 질문했다.
현산 스님은 아주 요긴한 질문이라며 “참선인이라면 의단독로를 바라고 있고 한꺼번에 의단독로 되면 좋겠지만 잘 되지 않는 경지이다. 의단독로는 의심덩어리가 홀로 드러나는 것인데 공부가 잘 안되다가 샘에서 물이 졸졸 흘러 나오듯이 의심이 졸졸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그 의심덩어리가 심의식과 하나가 되어 하늘을 봐도 땅을 봐도 오직 의심덩어리가 되는, 가도 간바를 모르고 밥을 먹어도 앉아도 오직 의심 덩어리가 되는 경지이다. 안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간절한 생각으로 잘 참구해 나가면 의단독로 되는 시절이 반드시 온다”라고 응답했다.
법회가 끝나자 참가자들은 저녁 7시부터 이어질 참선 실수를 위해 자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