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삶을 주제로 법문하는 인각스님 사진=박재완 기자

구모당중제옥마 龜毛堂中啼玉馬 하고
토각교상주철우 兎角橋上走鐵牛 라.
석인수미타금고 石人須彌打金鼓 하고
목녀해저취무가 木女海底醉舞歌 로다.

옥마는 거북털로 만든 집에서 울부짖고
철로 만든 소는 토끼뿔로 만든 다리위로 달아나네.
돌로 만든 사람은 수미산에서 금으로 만든 북을 치고
바다 밑 목녀는 술에 취해 춤추고 노래하더라.


이 게송을 바로 알고 바로 볼 것 같으면 오늘 법문은 이것으로 마쳐도 되겠습니다. 혹여나 이 법문을 숙지하지 못한 분들이 계실까 싶어서 사족을 좀 달아보겠습니다.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게송은 참 깊고 오묘합니다. 분명히 알 것 같으면 불조로 더불어 꼭 같이 수용(受用)할 것입니다. 여기에는 일체 티끌이 없어서 극락세계 상적광토(常寂光土)와 조금도 다름이 없더라. 또한 생사(生死)마저도 초월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이 몸이 없어지면 죽었다고 슬퍼하고 이 세상에 태어나면 왔다고 즐거워합니까. 오고 감이 있고 나고 죽음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명(無明)이 중생의 눈을 가려서 본래 생멸(生滅)이 없는 경계를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마음의 눈이 가려지면 중생의 가지가지 번뇌가 수없이 일어나는데, 여기에서 그야말로 신심과 대용맹심을 내어서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를 하여 자기 마음을 확실히 알아차릴 것 같으면, 청정진여(淸淨眞如)의 진불(眞佛)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다시는 생멸이 있는 경계를 볼래야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만약 깨닫지 못하면 백천만겁에 고통을 받고 또 생사를 받아서 육도윤회의 세계를 돌고 돌게 마련입니다. 옛 스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참선을 하는 이는 모름지기 조사관을 뚫어야 하느니라. 이 조사관을 뚫게 되면 모든 대지와 시방세계가 모두가 거북의 털이요 토끼의 뿔이거늘 어찌 세계가 있고 생사가 있겠는가 했습니다.

중생은 무시이래로 금일에 이르기까지 오고 가고 가고 오며 한없이 윤회를 합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오는 것은 과거에 지은 바를 기억하고 있는 제 8식을 인으로 해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 근본무명을 없애야만 해결이 됩니다.
근본무명을 없애지 못하면 나기 싫어도 나와야만 하고 나고 싶어도 뜻과 같이 나지 못하며 지옥, 아귀, 축생 등의 육도를 돌고 또 돌며 윤회를 거듭합니다. 곧 일념착오로 인해 생사속을 윤회하면서 여러 가지 몸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참선은 만법의 근원을 찾는 것이니 근원만 찾으면 지엽은 저절로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우리가 요즘 참선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선(禪)이라고 하는 것은 남이 가르쳐 줄 수 없는 것입니다. 스스로 음식을 먹어야 내가 배부르듯이 이 공부도 자기가 열심히 해서 이루어야 합니다.
우리 인생살이도 혼자오고 혼자 가지 누구도 동행하지 못합니다. 혼자 가는 이 길목에서 스스로 꿈을 깨지 않고는 그저 외롭고 고통스럽습니다. 우리는 잠깐 꿈속에서 살다 가는 것이며 우리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은 잠시 보이는 환(幻)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바른 이치의 꿈을 깰 때 시방세계의 모든 우주가 나요, 내 몸과 둘이 아닌 진리를 발견할 것입니다. 오직 이 꿈을 깨서 불조와 더불어 나란히 어깨동무 할 수 있는 그런 대 불사를 해야 되겠습니다.

	법문을 경청하는 대중

어떤 사람들은 요즘 법(法)이 많이 쇠하지 않느냐 이런 얘기들을 합니다. 그러나 이 진리는 성쇠(盛衰)가 없어요. 사람들이 참된 진리를 받아들일때 그 진리에 불교가 빛나는 것이고 그것을 등질 때는 진리의 혜택을 받지 못할 뿐입니다.
또한 사람 사는 것이 복잡해지고 착잡하고 어지럽다고 하지만 그 주인공, 영원한 불성자리는 변함이 없습니다.

부처님이 성도하셔서 ‘일체중생(一切衆生)이 개유불성(皆有佛性)이다’ 했습니다. 깨닫고 못 깨닫고의 차이일 뿐 본래 불성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한 것이죠. 그 불성은, 그 주인공은 절대 어지럽지 않고 복잡하지 않고 항상 한가하고 또 한가합니다. 이처럼 일체 경계에 흔들리지 않는 주인공, 참된 자기를 발견해서 사는 것이 해탈의 세계입니다. 참선을 잘하면 모든 경계에 흔들림이 없어 자기 인생을 살아 갈 수 있는 큰 힘이 생깁니다.

우리의 마음은 빛깔도 없고 모양도 없어 일체가 끊어진 자리입니다. 그 자리는 해치고 파괴할 수도 없는 또한 취하고 버릴 수도 없으며 마치 허공과 같이 끝도 한계도 모양도 없고 칼로 베어도 상처가 없고 불로 태워도 끄슬리지 않으며, 한계가 없으니 그릇에 담겨질 수도 없습니다.
물이 있기 때문에 파도가 일어나는 것처럼 마음이 있기 때문에 온갖 기멸심이 일어납니다. 참선이라는 것은 희로애락(喜怒哀樂)의 파도가 치지 않도록 고요하고 평정하게 안정된 마음 즉, 마음의 기멸(起滅)이 없는 터를 닦는 것입니다.
무명에 가려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착각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본래 청정한 우리 마음에 천하대지가 벌어지고 육도만행이 있는 것이지, 그 마음자리란 분명해서 언제 어디서든지 누구나 열심히 참구한다면 만법을 포용하는 자기 생명을 회복해서 참삶을 살 수 있어요. 요즘 웰빙, 웰빙 하는데 참선을 해서 자기 마음, 자기 주인공을 깨달아서 꿈을 깨는 이것이 참다운 웰빙이 아닌가 합니다.

불교는 원래 모든 종교를 초월해서 인간 본래의 참모습을 밝혀서 인생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종교입니다. 그런데 깊은 불교의 근원을 역사상 가장 철저하게 실천해 온 것이 바로 이 선불교입니다.
그러므로 선은 불교의 종교적 생명체라고 할 수 있고 교를 초월해서 그 근원에서 자유자재한 진인의 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의 큰 뜻은 망식((妄識)을 탈각(脫却)하고 참된 자아를 스스로 깨닫는 데 있습니다. 우리가 나라고 생각하는 자아는 참나가 아닌 망식으로 고통스럽고 허망하며 분열과 불안을 가져오는 아집입니다. 그러므로 이 한정된 자아의 무명을 깨트리고 참다운 인간상을 구현해야 할 것입니다. 참선이라고 하면 모두 어렵고 특별한 종교수행으로 알고 있는데 욕망과 아집으로 뭉쳐진 삶을 근원적으로 비판하고 탈각하고 진실하고 자비롭게 살자는 그러한 법입니다.

선법은 이율배반적인 인간이 진실한 자기 진인(眞人)으로 돌연히 전환함으로써 무명번뇌를 일단일체단(一斷一切斷)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은 과학적, 지성과 생의 충돌까지도 보편적이고 자주적인 정의를 지시해서 적극적인 대기대용(大機大用)의 역사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참선은 맹목적으로 따르라는 교조주의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실제로 해봐서 확철히 깨달아야만 합니다.

그럼 참선 공부를 바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화두를 간절히 참구해야 하는데 화두를 참구한다는 것은 자신의 전 생명체가 지적인 의식을 초월해야 합니다. 화두를 참구하는 의단에 자신의 전 존재가 통일되고 또 긴장되어서 몸과 마음이 한 생명체가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화두를 참구하여 더욱 순일하게 정진하면 의식분별이 끊어진 은산철벽의 상태가 됩니다.
그리고 화두가 분명하면서도 더욱 명백히 드러나면 의식의 기멸이 없어져 버립니다. 의식의 기멸이 없어진 상태지만 혼침(昏沈)에 떨어지지 않고 소소영령(昭昭靈靈)하게 화두와 의단이 일체가 돼 무의식의 차원까지도 뚫고 나가게 됩니다.

	4천여 불자가 운집한 범어사

한번 확철히 깨달음을 얻으면 변하지 않는 참된 자아(自我) 즉, 임제(臨濟)가 말한 무위진인(無位眞人)을 깨닫게 됩니다. 또한 참된 자아는 새로이 생긴 것이 아니라, 사실은 옛부터 있었던 것인데, 다만 스스로 깨닫지 못했을 뿐입니다.
바다와 산이 아무리 바뀌어도 간화선 수행을 통해 얻은 참된 자아는 변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늙지도 않고 죽지도 병들지도 않는 불로인(不老人), 즉 참된 삶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참선 수행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 이 불로인(不老人)을 찾지 못하거나 찾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며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누릴 수가 없는 것입니다. 화두에 생명을 걸고 수행해본다면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행복해지고 참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자기 스스로가 바로 지금 여기에서 꿈을 깨 행복한 삶을 영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참된 가치, 참된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곧 간화선법입니다. 그래서 최상승법이라고 했습니다. 참선은 자기에 대한 물음이고, 또한 인생에 대한 물음표입니다. 참된 나라고 하는 존재에 대한 물음부호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서 커다란 의심을 가지고 참구하는 것이 간화선입니다. 어떻게 해야만 자기의 자성(自性)을 올바로 알 것인가? 무엇이 과연 내 참마음인가? 인생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와 같음을 항상 궁구(窮究)하는 것이 간화선 수행의 시작입니다.
불자 여러분, 참으로 꿈을 깨고 참된 삶을 살기 위해서 오늘 이 시간부터 언제 어디서든지 간절한 마음으로 수행하는데 투자를 해서 참삶을 사는 불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 스님께 묻습니다

	질의를 하는 효암스님

효암 스님: 부처님께서도 다섯 가지 장애에 대해서 언급하셨듯이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가 혼침과 산란심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신심과 의정이 돈발해 간절함이 생긴다면 이러한 장애가 일어나지 않겠지만 일반적으로 그렇지 못하기에 혼침과 산란심이 큰 장애가 됩니다. 참선을 하면서 이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인각 스님: 혼침과 산란 수마와 도거(掉擧) 등 이름은 여러 가지지만 이러한 것들이 본래는 없습니다.
출가를 하면 맨먼저 <초발심자경문>을 배웁니다. <초발심자경문>에 ‘광겁장도(曠劫障道)에 수마막대(睡魔莫大)’라는 말이 있습니다. 광겁이라고 하면 얼마나 긴 세월입니까? 그 세월 동안에 도를 가장 장애하는 것이 수마라고 말씀해 놓으셨습니다.
내 경험으로는 처음에는 수마보다는 산란심이 더 문제가 되었지요. 이 망상이 좀 잠을 자야 수마도 오고 혼침도 옵니다. 그러나 산란심이든 수마든 우리 정진하는 납자는 본래 없다고 들어가야 돼요.
오직 의정이 돈발해서 화두정진에 몰두한다면 그것은 본래 없는 것입니다. 본래 없는 걸 가지고 극복이니 뭐니 하는 건 안 되는 거지만 그래도 어려운 분은 먹는 거 조심하는 것이 상당히 혼침을 막아줍니다.
음식을 조심해서 맑게, 양도 적당하게 공양을 하고 바로 돌아앉아도 하나도 부담스럽지 않을 그런 정도의 공양을 먹으라 합니다. 그 다음에 적당하게 잠도 잘 조절해 가면서 그렇게 하면 혼침은 저절로 자취를 감춥니다.
산란심, 이것 또한 무시겁래(無始劫來)로 내려오는 그림자입니다. 마음자리에서 보면 본래 없는 것인데 있다고 착각을 해서 그 놈한테 이리 홀리고 저리 홀리고, 계속 홀려 다닌단 말이죠. 그 나타나는 그림자, 망상, 그 놈한테 우물우물해서 따라다니면 안돼요.
망상이 일어났다하면, 단도직입적으로 거기다가 바로 화두를 들이대면, 그놈은 바로 자취를 감춰요. 화두가 그런 역할을 합니다. 화두에 생명을 걸어야 합니다. 단 사흘을 하더라도 신명을 바치는 사람은 반드시 소득을 얻습니다.
몸과 마음을 바치는 순간에 반드시 우리는 소득을 얻는 것이지, 어물어물, 적당히 하는 것은 허용이 안 됩니다. 그야말로 사중득활(死中得活)입니다. 그야말로 죽을힘을 다해서 한번 몸부림을 쳐야 됩니다.

효암 스님: 제방에서 정진하다 보면 정진 중에 갖가지 이상한 현상들을 경험하기도 하고 그런 점들에 대해서 질문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알았다고 하면서 괴이한 언행을 하는 경우도 간혹 봅니다. 수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대처하는 방법과 특히 유념해야 할 점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인각 스님: 공부중에 여러 가지 장애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근기가 각자 다르고 업장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들이 얼마든지 있지요.
특히 내가 다 아는 것처럼, 이런 생각을 내어서 그야말로 이리저리 알았다고 큰소리도 칩니다. 이것을 ‘광증(狂症)’, ‘식광(識光)’이라고 하는데 그것 역시 하나의 환(幻)입니다. 저도 한때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다른 방법이 없고 오직 진실로 돌아가야 됩니다. 다른 건 다 속일 수 있어도 자기 자신은 못 속이거든요.
진실로 돌아가서 자신을 분명히 살펴보고, 그래도 안 되거든 믿을 수 있는 선지식을 찾아가되 모든 걸 몽땅 털어 내놓고, 제가 이렇습니다 하면 거기서 해결책이 나와요. 그것도 안 되면 어록(語錄)을 봐야 됩니다. 어록들을 차근차근, 진실한 마음으로 살피다보면 ‘아하 이것이 아니구나’ 하고 저절로 알게 됩니다.
또한 누런 부처님이 나타날 수도 있고, 시방세계가 전부 금빛으로 화해서 내가 부처님세계에, 영산에 태어난게 아닌가 이런 착각을 일으킬 수 있는게 공부 중에 많이 나타납니다. 그런 것도 일종의 환(幻)이기 때문에 그럴수록 오직 화두를 잡고 의단이 독로되도록 열심히 노력하면 저절로 없어집니다.

	재가 질의자 지호경 거사

지호경: 재가불자들이 화두 참선을 하고자 할 때, 그 바른 수행법과, 또한 화두를 지극하게 들 수 있는 기회는 어떻게 가질 수 있는지요?

인각 스님: 첫째, 참선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있어야 됩니다. 부처님이 성도하셔서 일체 중생이 개유불성이라고 했는데, 왜 나는 못 깨닫는가? 우리가 이미 깨달아 있는 부처님인데, 알지 못할 뿐이다 했거든요. 그럼 그 불성자리를 찾으면 되잖아요. 그것이 참선법이거든요. 그럼 화두를 어떻게 받아야 되나 이게 중요하거든요. 화두는 한번 받으면 생명보다 중히 여겨야 됩니다. 설령 생명을 잃을지언정 화두는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그러한 믿음, 그러한 맹세가 없으면 아예 안 받는 게 좋아요. 그렇기 위해서는 지옥에 가라면 지옥에 갈수도 있는 확실한 믿음이 가는 그런 분에게 화두를 받아야 합니다.
일단 화두를 받으면 어떻게 해야 진실한 공부가 되느냐? 화두를 내 생명보다 중히 여기되 그 다음에 화두라는 건 의심 안 하면 안 돼요. 의심을 하려해서 하는 의심이 아니고, 모르니까 의심하잖아요.
어째서 ‘정전백수자’라고 했는가? 모르거든요. 이 화두라는 것은, 이 의심이라는 것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해서 해결해야 되는 겁니다. 금생에 못하면, 어느 생에라도 반드시 이걸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없습니다. 그러니 금생에 사람 몸 받고 불법을 만났을 때, 한번 해 치우자 이거죠.
이 때 용맹심이 있어야 됩니다. 그 용맹스러운 힘이 없으면 화두를 뚫고 나갈 힘이 안돼요. 커다란 용맹심을 가지고 그야말로 큰 파도가 하늘까지 치는, 그러한 속에서도 매하지 않는, 그러한 의기를 가지고 화두 해 나간다면 절대로 장애가 있을 수가 없어요.
오직 화두 하나에 일념정진해서 의단이 독로가 되고 그야말로 오롯이 한 덩어리가 되어서 나와 우주가 하나가 될 때 이것은 반드시 깨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경지가 온다 이거죠. 공부 중에 나타나는 장애는 틈을 주기 때문에 오는 것입니다. 틈을 주지 마세요. 문을 열어두면 도둑놈이 오듯이 우리가 화두를 들다가 화두를 놓치면 문 열어두는 거와 똑같다 이거죠.

지호경:초심자들이 화두를 받아 공부를 하다보면, 흔히 여러 가지 경계들을 경험하게 되고 특히, 정진에 장애가 되는 증상들, 예를 들면 상기병(上氣病) 같은 증세들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일러주십시오.

인각 스님: 상기(上氣)라는 것은 공부를 하다가 기운이 위로 솟구쳐서 머리가 아프고 정진을 못하는 상태를 상기라고 합니다. 사실 공부하다가 상기 안하는 사람 별로 없어요. 근데 공부하는 사람은 상기 무서워하면 안돼요. 상기는 물론 안하고 하면 더 좋죠. 그러나 상기를 하다가, 정진을 하다가 죽으면 어떠냐 하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자신을 지혜롭게 조절하면서 하되 웬만하면 다 무시하고 한번 경지에 오를 때까지 몸부림을 쳐야 되요. 머리가 한번 터져보라 이겁니다. 그만큼 용기를 가지라는 얘기입니다.
이 상기는 특별한 약은 없습니다만, 저는 사실 마지막에는 약을 가지고 했어요. 머리가 전부 다 터져가지고 한 꺼풀이 완전히 다 벗겨지는 그런 상태로 들떠서 어느 유명한 스님을 찾아가니까 ‘진득찰’이라는 풀을 알려줘요. 그래서 한 걸망 뜯어서 푹 삶아서 먹고 머리도 감았어요, 워낙 다급하니까.
누워서 잠도 못자고 좌복 위에 피도 쏟고 나중에는 하도 화가 나서 소금을 가져다가 소금을 끓는 물에 넣고 그 뜨거운 물로 머리를 감는데, 삼베 걸레로 빡 빡 문질렀습니다. 그러니까 한 꺼풀이 훌떡 벗겨지면서 머리에서 벌건 피가 나오는데 피고름이 나오는데 대야가 벌겋게 됐어요. 그리고는 나았지요.
상기를 안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무서워할 병도 아니니 상기가 좀 되더라도 너무 겁낼 것은 없어요. 그런 경지에 도달하면 상기와 동시에 법을 또 통달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습니다.


■ 인각(仁覺) 스님 약력

- 1940년 충남 공주生.
- 범어사에서 나옹 스님을 은사로 출가.
- 범어사 강원 대교과 졸업 이후 태안사에서 범룡 스님을 모시고 화엄경 열람.
- 송광사 해인사 통도사 봉암사 등 제방 선원에서 30여년 동안 수선안거.
- 현재 범어사 금어선원 유나, 조계종 기본선원 운영위원장, 전국선원 수좌회 공동대표

■ 효암 스님 약력

- 해인사승가대학 졸업
- 10여년 동안 제방 선원에서 정진

■ 지호경 거사 약력

- 부산대학교 건축공학과 졸
- 대학생불교연합회 전국 부의장 및 부산총동문회 회장 역임
- 현재 한국건축가협회 부산시 회장, 조계종 신도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