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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행과 정신치료는 상관성이 있을까.
최근 선수행은 수련의 의미를 뛰어넘어 정신치료에도 효과적인 방편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1950년대부터 요가나 명상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규명한 데 이어, 90년대 이후부터는 검증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선수행을 환자 치료에 본격적으로 응용하기 시작했다.
3월 26일 한국정신치료학회 주최로 열린 ‘선수행과 정신치료’ 학술연찬회에서 현웅 스님(서울 육조사 선원장)은 “참선심을 만나면 분별 망상이 일시에 사라지는 등 선(禪) 자체가 정신치료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며 “참선수행과 정신치료는 결국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해 같은 단체가 주관한 ‘수도와 정신건강’ 세미나에서도 같은 맥락의 의견이 제시된 적이 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정창용(대구 대동병원)씨는 “화두를 들고 자기 마음을 비추는 선의 경험을 통해 생각에 끄달리는 ‘자아’가 아닌, 모든 경계를 허문 ‘참나’를 알아차릴 수 있다”며 “이 같은 경험은 약화된 자아를 강화하거나 미숙한 자아를 성숙시키는 서양의 정신분석치료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의 체험이 전제되면 평소 자기라고 믿어왔던 통상적 ‘자기’가 하나의 투사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자아에 집착하는 마음이 불성과 같은 청정한 ‘一心’으로 회귀돼 정신적인 고뇌와 갈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위빠사나 명상 역시 정신치료에 폭넓게 응용되고 있다. 한별정신병원에서 위빠사나를 응용한 명상치료를 선보이고 있는 최훈동 원장은 “순간순간 변화하는 몸과 마음 현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위빠사나 명상이 정신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위빠사나를 수련하면 ‘과거’를 수반하지 않고도 ‘현재의 탐욕’을 관찰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최원장의 주장이다.
경계 허물면 청정심, 갈등 극복
"늘 온전한 현재에 깨어 있어야"
임승택(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교수도 지난 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주최로 열린 ‘명상과 정신의학’ 포럼에서 “순간순간 나타났다 사라지는 쾌ㆍ불쾌 등의 느낌을 그 자체로 바라보고 인정하게 되면 그것이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현상임을 깨닫게 되며, 결국에는 모든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위빠사나 명상을 통한 스트레스 감소-이완 프로그램인 ‘명상과 자기치유’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현수 원장 역시 위빠사나 명상이 정신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 원장은 “몸과 마음의 변화에 지속적으로 집중하다보면 모든 것이 일어남과 사라짐의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그 같은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상황들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며, 과거 경험에 집중하던 생각의 습관을 깨고 늘 온전한 ‘현재’에 깨어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참선, 고혈압 등 예방”
■ 한림대 송동근 교수팀 발표
한림대 의대 천연의학연구소 송동근 교수 연구팀은 몇 년간 꾸준히 참선을 해 온 이들의 혈액을 조사한 결과 체내에서 혈관을 이완시키는 작용을 하는 일산화질소(NO)의 농도가 일반인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박희선 박사의 생활참선 수련센터에서 1주일에 1, 2회씩 한 번에 1시간 동안 앉은 자세로 천천히 호흡하며 심신을 이완하는 수련을 해 온 30~80대의 남녀 20명을 선정해 혈액을 채취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며 “일산화질소의 농도가 평소보다 높아지면 혈관 이완 효과를 낳게 되고 결과적으로 고혈압을 비롯한 각종 심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선·명상 뇌 변화시켜”
■ 美 위스콘신大 신경과학자들
참선이나 명상과 같은 오랜 정신수련을 한 사람은 실제로 뇌 활동이 바뀌어서 그 같은 수련을 하지 않은 사람들과 다른 수준의 깨달음(awareness)을 얻는다는 불가의 주장이 현대 신경과학계의 뇌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위스콘신대 신경과학자들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파견한 티베트 고승 8명을 대상으로 수년간 실험ㆍ연구한 결과 수련이 정신적인 영역에 미치는 영향관계를 고주파인 감마파와 뇌 공조(共調) 등의 과학적 용어로써 설명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신경과학자 리처드 데이비드슨은 “오랜 수행자들은 우리가 본 적이 없는 수준의 뇌활동을 보여줬다”며 “정신 수양을 오래하면 골프나 테니스 연습이 운동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과 같은 효과를 뇌에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오랜 참선을 한 티베트 고승들은 그렇지 않은 실험 대조군과 달리 명상을 시작하기 전에도 상당히 많은 감마파 활동을 보인 점을 들어, 명상은 명상시에만 뇌 활동을 바꾸는 게 아니라 뇌에 항구적인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