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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 밤 8시, 사찰의 일정이 끝났을 시간인데도 서울 조계사 합창단실에서는 20여 거사합창단원들의 노래 연습이 한창이다. 이날의 연습곡은 ‘무상게’와 ‘산사의 봄’. ‘무상게’만 일곱 번째 노래를 부르던 이들에게 지휘자 민선희씨가 한 소절씩 집중적으로 지도한다.
몇 번이나 야단(?)을 맞고도 뭐가 그리 좋은지 단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노래가 끊길 때마다 어김없이 튀어나오는 우스갯소리가 재미를 더한다. “여유 있게 가세요.” 지휘자의 지적에 단원들의 노랫소리가 한결 조화롭다. “(합창)”
떠는 음이라는 지휘자의 말에 차성회 총무(INI스틸)가 갑자기 심한 동작으로 손을 떤다. 순식간에 합창단실은 웃음바다로 바뀌어 버렸다. “몸을 떨어야 음이 떨리죠.” 웃음띤 얼굴로 궁색한 변명을 하던 차성회 총무가 이제는 수습에 나섰다. “자자, 다시 연습 합시다.”
4월 2일로 두 살이 된 조계사 거사합창단은 30여명의 회원들이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한자리에 모여 연습하고 있다. 회원들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고, 그 중 40~50대가 절반을 넘는다. 공무원, 교수, 회사원, 자영업 등 각기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아버지들인 셈이다. 창립 이후 줄곧 회장을 맡아온 유재권 씨의 말 속에서 노래 부르는 재미가 느껴진다.
“가사를 음미하면서 찬불가를 부르다보면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환희심에 저절로 눈물이 날 때가 많아요. 행복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행복해지는거죠.”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점도 거사합창단 활동의 매력 가운데 하나다.
문영찬 씨(서울지방경찰청 감사계)는 “수직적인 인간관계를 맺는 직장생활은 항상 긴장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이지만, 합창단은 나이와 직급을 따지지 않는 수평적인 인간관계가 가능해 편한 마음을 갖게 해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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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여명의 단원을 확보하고 있는 한마음선원 안양본원 거사합창단은 매주 수요일 연습실로 모여든다.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다. 1994년 창립돼 올해로 11년을 맞은 한마음선원 거사합창단은 한마음합창제를 비롯해 첫째주 일요일 열리는 법회에서 음성공양을 올리고 있다. 부산, 대구 등 전국 지원에도 별도의 거사합창단을 두고 있는 점은 한마음선원 거사합창단의 가장 큰 특징이다.
류선호 한마음선원 거사합창단장(한국브렌슨 대표이사)은 “단원들이 바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합창단 활동을 하는 이유는 노래를 부름으로써 신심이 돈독해지는 것을 스스로 느끼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2001년 창립한 수원포교당 남성사자후합창단. 30~50대 25명 안팎의 단원들이 활동하는 사자후합창단은 박정희 지휘자의 지도로 매주 수요일 연습시간을 갖고 있다. 여성가릉빈가합창단과의 협연을 비롯해 경기아버지합창제 출연 등 대외적인 활동도 벌이고 있다.
‘거사파워’를 대표하는 이들 거사합창단은 화합과 배려를 최고의 가치로 지향한다. 한사람이라도 튀는 경우 소리의 조화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사합창단원들에게 합창단은 도반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닦는 수행도량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