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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6일 한국정신치료학회 주최로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선수행과 정신치료' 학술연찬회에서는 현웅(서울 육조사 선원장) 종범(중앙승가대 총장) 지운(용연사 주지) 등의 스님들과 이동식(한국정신치료학회 명예회장), 박병탁(박병탁 신경정신과 원장), 전현수(전현수 신경정신과 원장) 등 수행과 정신치료를 병행해 온 정신과 전문의들이 한 자리에 모여 수행과 정신치료의 상관성에 주목했다.
간단한 주제 발표에 이어 난상토론으로 진행된 이날 연찬회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선수행과 정신치료가 같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현웅 스님은“참선심을 만나면 분별 망상이 일시에 사라지는 등 선(禪) 자체가 정신치료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며 "선수행과 정신치료는 결국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도(道)정신치료를 제창하며“애응지물 기제각(碍膺之物 旣除覺·가슴에 거리끼는 물건을 없애면 깨달음을 얻는다)”를 주장해온 이동식 박사 역시 심우도의 정신분석적 해석 등을 내세워 수도의 과정과 정신치료는 둘이 아님을 주장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박병탁 원장은 "정신치료는 의식의 내용인 사고와 감정을 변화시키고 통제하는 것이라면 선수행은 의식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본다"며 "극단적으로 말하면 선은 선이고 정신치료는 정신치료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지운 스님 역시 "대부분의 정신치료는 의식수준까지만 얘기할 뿐 그 이상은 건드리지 못한다"며 "모양은 비슷하지만 결코 같을 수 없는 두 가지를 엄밀하게 고증·대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신치료의 과정에 대해 불교적 해답을 구하는 얘기도 오고 갔다. 객석의 한 질문자가 "마음 속의 애응지물을 없애기 위해서는 이전에 그것을 확실히 세워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던지자 현웅 스님은 "애응지물은 불성과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며 "치료나 수행의 과정 속에서 불성에 붙어있는 그것을 관찰하다보면 애응지물에 의지하고 있지 않은 본래 성품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지운 스님은 '불쏘시개로 불길을 일구면 불꽃이 크게 피어나지만 불쏘시개도 함께 탄다'는 <원각경>의 비유를 들어 "애응지물을 없애면 애응지물을 없애는 방편도 함께 없어진다"며 서구의 이원론적 사고방식에 젖은 정신치료자와 수행자들에게 방편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연찬회 자리에는 상담 및 치료와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일반인 300여 명이 대거 참여하면서 '정신치료를 받아야 할 대상' '정신치료 대상자 가운데 선수행이 가능한 기준' '선수행의 정신치료 효과' 등을 요구하는 질문이 쇄도, 진행의 차질을 빚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