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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화선 대중화를 위한 10대 선사 초청 설선대법회' 네 번째 법회가 열린 3월 26일 범어사 도량은 매화 향기로 가득했다.
'선과 삶'이라는 주제로 처음 대중법문에 나선 범어사 금어선원 유나 인각 스님의 법문을 듣기 위해 범어사를 찾은 4천여 대중의 정진의 향기도 드높았다.
범어사 주지 대성 스님, 현대불교신문 김광삼 대표 등이 참석한 이날 인각 스님은 게송으로 법문을 시작했다.
龜毛堂中啼玉馬
옥마는 거북털로 만든 집에서 울부짓고
兎角橋上走鐵牛
철우는 토끼뿔로 만든 다리위로 달아나네.
石人須彌打金鼓
돌사람은 수미산에서 금으로 만든 북을 치고
木女海底醉舞歌
바다밑 목녀는 술에 취해 춤추고 노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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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스님은 "오고 감이 있고 나고 죽음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명이 중생의 눈을 가리워서 생멸하는 본래 생멸이 없는 경계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신심과 대용맹심을 내서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를 하여 자기 마음을 확실히 알아차릴 것 같으면 청정진여의 진불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스님은 "선은 남이 가르쳐 줄 수 없는 것이며 자기 스스로 음식을 먹어야 배부르듯이 옆에 사람이 대신해서 먹어 줄 수 없는 것처럼, 이 공부도 자기가 열심히 해서 이르는 것"이라며 실참 수행을 강조했다. 또한 "참선을 잘 하면 모든 경계에 흔들림이 없어 자기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큰 힘이 생긴다"며 "우리는 늙지도 않고 죽지도 병들지도 않는 불로인(不老人), 즉 참된 삶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참선 수행을 하는 것"이라고 수행의 궁극적인 목적을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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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스님은 "우리의 삶에 있어서 본래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찾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며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누릴 수가 없는만큼 화두에 생명을 걸고 수행해서 바로 지금 여기에서 행복해지고 참된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수행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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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법문은 한시간여 동안 출가전 주력 정진을 했던 경험담과 출가후 화두 참구를 하기까지의 과정 등 생생한 스님의 수행담을 곁들이며 이어졌다.
스님의 법문이 끝난 후 질문에 나선 효암 스님은 정진을 하면서 겪게 되는 혼침과 산란의 극복법을 여쭈었다.
인각 스님은 "혼침과 산란은 본래 없는 것이라 극복하고 말고 할 것은 없다"며 "화두 정진에 몰두해서 의증이 돈발해서 정진한다면 본래 없는 것이지만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공양을 하고 바로 돌아앉아도 하나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음식을 먹어라고 당부한다"고 자상하고 구체적으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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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자를 대표해 질의에 나선 지호경 조계종 중앙신도회 이사는 "재가 불자가 화두 참선을 하고자 할때 바른 수행법과 화두를 지극하게 들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가질 수 있는가와 상기병의 극복법"을 질문했다.
인각 스님은 "참선을 하려면 참선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며 "믿음이 확실히 가는 분에게 화두를 받아 지니되 한번 화두를 받으면 내 생명은 잃을 지언정 화두는 잃지 않겠다는 용맹심으로 정진해야 한다"고 법문했다.
상기병에 대해서도 상세한 답변을 잊지 않았다.
스님은 "공부하는 사람은 상기 무서워하면 안된다"며 물러서지 않는 용맹심을 강조하고 "지혜롭게 조절을 해서 하되 수행하다 죽어도 좋다 하는 용맹심을 놓치지 말고 정진하라"고 대답했다.
인각 스님은 대중 법문을 하지 않는 스님이어서 오늘 법회에는 더 많은 대중들이 운집해 법향에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