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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중생 모두를 위해 다라니를 독송하라. 중생들에게 귀로 듣게 해 깨달음의 인연을 지어 주면 그 공덕은 헤아릴 수 없이 크다. 입으로 빠르게 다라니를 외게 하되 소리 소리마다 끊이지 않게 하면 금생에 성불할 수 있다.”
참회와 발원의 경전, <천수경(千手經)>. ‘신묘장구대다라니(神妙章句大陀羅尼)’의 공덕과 의미를 강조한 <천수경>의 한 구절이다. 그럼 <천수경>은 어떤 가르침을 담고 있을까. 또 ‘신묘장구대다라니’는 왜 외는 걸까?
<금강경>과 함께 불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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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수경’ 요체는?
먼저 <천수경>의 경전사적 시원은 이렇다. 모체는 <법화경>이다. 그것을 축약한 것이 <관세음보살품>, 즉 <관음경>이고 <천수경>의 모경(母經)이 된다. 직계로 따지면, ‘신묘장구대다라니’가 아들 격이고 그것을 압축한 것이 바로 육자진언 ‘옴마니반메훔’이다. 따라서 <천수경> 수행의 요체는 다라니 독송에 있다.
김호성 교수는 “천수경에서 대범천왕이 관세음보살에게 ‘이 다라니의 내용이 나타내고 있는 마음의 모습이 무엇이냐’ 묻자, 관세음보살이 9가지의 마음(九心)을 제시하고 있다”며 “신묘장구대다라니 독송의 요체는 바로 이런 마음을 얻으라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결국 <천수경> 수행의 핵심은 자비심, 평등심, 무위심(無爲心), 공경심(恭敬心), 무상보리심(無上菩提心), 공관심(空觀心), 무견취심(無見取心) 등의 9가지 마음이 곧 다라니의 본질과 생명임을 깨닫는데 있다는 것으로, 이는 <천수경> 수행의 목적이 된다.
조계종 前 교육원장 무비 스님도 “천수경이 관세음보살의 자비와 지혜를 통해 바람직한 삶을 제시해 주는 경전”이라며 “이 경전을 통해 우리의 신앙심이 더욱 깊어지고 넓어져 일상생활 속에서 관세음보살의 자비와 지혜가 실천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수행의 길라잡이’가 되는 까닭은?
수행법 제시가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천수경>은 참회법, 염불법 등 실질적인 자기변화를 이끌어내는 수행법들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신묘장구대다라니로 대변되는 진언 독송은 <천수경>의 중핵을 이룬다. 42가지 사례별로 제시되는 진언들은 재가불자에게 마음공부의 ‘방향타’가 돼준다. 여기에 선의 도리까지 담고 있어, 그야말로 ‘수행의 기초교과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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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경>의 이 같은 ‘수행 기초서’로서 역할은 근세 선지식 수월 스님(1855~1928)이 평생 <천수경>과 천수다라니를 지송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수월 스님의 행적을 좇은 책 <물 속을 걸어가는 달>를 펴낸 춘천지방검찰청 김진태 강릉지청장은 “천장암 행자 때부터 하루 종일 일만 했던 수월 스님은 항상 천수다라니를 외면서 번뇌 망상과 업장을 완전히 녹여버려 수행의 기초를 다졌다”고 말한다.
■ ‘수행 기틀’ 다지는 지침
<천수경>은 이처럼 참선, 진언, 독경, 염불 등 수행법의 지침을 제시한다.
<천수경 선해(禪解)>를 펴낸 대전 국은사 주지 묘봉 스님은 “천수경은 천ㆍ만 가지 부처님의 법문을 요약하고 그 핵심을 드러낸 경으로 선의 요지, 염불, 경전 등을 두루 섭렵해 전하고 있다”며 “선의 측면에서 천수경은 존재의 세계 그대로가 일심법계(一心法界)요, 불신(佛身)이라는 것을 알려 준다”고 말한다.
동국대 인도철학과 김호성 교수도 마찬가지다. <천수경>의 핵심인 신묘장구대다라니가 곧 화두라고 말한다. 다라니는 번뇌 타파를 위한 도구로서 기능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다라니 속에 담겨진 의미는 번뇌를 없애는데 장애가 될 뿐”이라며 “다라니를 외움으로써 번뇌 망상을 깨부수면 성불할 수 있고, 바로 이 부분에서 다라니는 선에서 화두가 하는 기능을 정확히 담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 독송 자세는
가장 중요한 자세로 ‘다라니의 역할과 기능, 그리고 던져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먼저 알아야 하는 것. 그래야만 맹목적인 주술과 기복행태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십선계를 지키며 다라니를 독송할 것 △제법의 실상을 꿰뚫어 자성이 공임을 자각하는 이참법(理懺法)으로서의 참회자세 견지 △자력 수행의 태도 확립 등을 꼽고 있다.
전재성 회장은 이와 관련 “신묘장구대다라니의 의미를 정확히 아는 불자들이 드물다”며 “되도록 한역으로 음사된 다라니보다 원음에 가까운 범음(梵音)을 통해 마음으로 새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3월 27일부터 ‘천수다라니 백만 번 기도’에 들어간 서울 수안사 회주 세민 스님은 “천수다라니를 독송할 때는 어떤 기원과 소원도 버리고 일심으로 정성껏 지송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남을 생각하는 이타심으로 바로 이곳이 극락정토임을 확인하고 이것이 부처님의 마음이란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 용성 스님의 천수다라니 지송수행법
“생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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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상의 업장은 무겁고 선근은 약하니 견성하기 어렵다. 그러니 대비심주(천수다라니)를 부지런히 외워라. 그러면 자연히 업장이 소멸돼 마음의 광명이 드러나게 된다.”
한국 근대 고승 수월 스님과 용성 스님의 문답. 16살에 해인사로 출가한 용성 스님은 의성 고운사에서 수월 스님을 뵙고, ‘천수다라니’ 독송법에 대한 가르침을 받는다.
그럼 대선사인 용성 스님(사진)은 천수다라니를 어떻게 지송했을까? 스님의 저서 <각해일륜(覺海日輪)>에 따르면, “항상 깨끗이 목욕하고 옷을 자주 갈아입으며 향을 피워 일심정성으로 다라니를 지송하라”며 4가지 독송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다라니를 소리 높여 욀 때는 그 외는 것을 돌이켜 볼 것 △입 안의 소리로 욀 때도 그 외는 소리를 돌이켜 볼 것 △입과 혀를 움직이지 않고 다라니를 생각할 때도 그 생각하는 것을 돌이켜 볼 것 △다라니를 욀 때는 범서 ‘옴’자가 달처럼 뚜렷하고 밝은 것을 관하며 욀 것 등이다. 특히 마지막 단계에서는 마음을 비우고 고요히 관법(觀法)을 행하면, 자연히 마음이 청정해 모든 번뇌가 없어지고 마음 전체가 밝아져 결국 ‘본 마음’을 깨치게 된다고 스님은 강조했다.
스님은 또 육자진언의 수행법과 공덕을 저술한 <육자영감대명왕경>에서 “육자진언을 염념불망(念念不忘)하게 외고 분명하게 생각하면, 무량삼매를 얻어 자성을 깨쳐 대각을 성취한다”고 기술했다. 이는 다라니 수행이 깨달음에 좋은 방편이 된다는 확신이며, 그 궁극적인 목적이 깨달음에 있음을 설파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