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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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속에서 만난 부처님(下)
현대불교신문 신행수기 총화종총무원장상


그림=문병성
항소심 재판을 위해 안양 교도소로 향하던 호송 버스 안에서 나는 뒤바뀐 세상을 보았다.
과거의 부정적이고 원망으로 가득했던 세상이 너무나 아름답게 보였고 이렇게 살아 숨쉬고 있다는 사실을 부처님께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렸다.

어느덧 호송 버스는 안양 교도소의 육중한 철문을 노크하고 있었다. “삐걱”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호송 버스는 교도소 안으로 들어왔다.

호송 버스에서 내리던 순간,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부처님이셨다. 푸르른 잔디 위에 금빛으로 가득한 웅장한 부처님은 위풍당당하게 앉아 계셨고 자비로운 미소로 나를 반겨 주셨다.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나는 교도소에 온 것 같지 않았다. 진리의 깨달음을 위해 입산 출가하는 수행자 같았다. 아니, 나의 ‘마음’은 깨달음을 위해 출가하고 있었다.

안양 교도소의 첫날밤은 너무나 행복했고 부처님의 품속에서 달콤한 잠을 이루었다. 새벽 일찍 일어나 부처님을 생각하며 참선 수행을 하고 있었다.
똑똑똑……새벽의 고요함 속에 어디선가 목탁 소리가 들려왔다. 아름다운 소리였다. 나의 영혼을 일깨워 주는 소리였고, 나의 고통을 덜어 주는 관세음보살의 음성 같았다.

나는 같은 방 동료 수용자에게 물었다. 옆 동에서 들려오는 저 목탁 소리는 무슨 소리냐고…. 그러자 동료 수용자는 “저 목탁 소리는 아침저녁으로 들려오는 소리인데 너무나 시끄럽고 짜증스럽다”고 했다. 나는 너무나 이상했다. 나에게는 지금 들려오는 저 목탁 소리가 너무 아름답고 좋게 들리는데 동료 수용자는 왜 듣기 싫고 짜증스럽다고 할까? 그 순간 나는 무엇인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 똑같은 목탁 소리가 누구에게는 아름답게 들리고 누구에게는 짜증스럽게 들리는 것은 분명 ‘마음’이 짓는 것이구나.”

나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목탁 소리뿐만 아니라 세상에서 들려오는 모든 소리가 부처님 만나기 전 무명 속에서 듣던 그런 소리가 아니었다.
이제는 맑은 공기 한 모금에서도 감사와 만족(知足)을 느낄 수 있게 되었고 하루하루 변해가는 ‘나’를 느낄 때 마다 부처님께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렸다.

“만족을 아는 사람은 비록 가난해도 부자로 살 수 있고 만족을 모르는 사람은 많은 재물을 가졌어도 가난하다”라는 부처님의 말씀은 고통과 괴로움으로 가득했던 나에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주셨다. 비록 괴로움으로 가득하다는 교도소란 곳에 있지만 나는 너무나 행복했다.
이렇게 나 혼자만이 행복하다는 사실이 부처님께 너무나 죄송스러웠다. 밖에 있는 가족들과 많은 피해자들은 아직도 나 때문에 고통과 괴로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나는 탐욕과 무명으로 가득했던 몸뚱이가 교도소의 철창 속에 구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부처님께 감사드렸다.
무명으로 가득했던 이 몸뚱이가 이곳에 구속되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 순간도 육신의 쾌락과 욕망만을 쫓으며 어리석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많은 이웃에게 고통과 괴로움을 주며….

나는 부처님께 기도드렸다.
대자 대비하신 부처님!
어리석음과 무명으로 가득했던 이 몸뚱이와 마음을 부처님의 품속에 구속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부처님의 자비광명 속에서 부처님의 아들로 거듭 태어나게 해 주셔서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지심귀명례 삼계도사 사생자부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지심귀명례 시방삼세 제망찰해 상주일체 불타야중
나는 아름다운 목탁 소리가 들려오던 그곳에서 부처님께 예불 올리며 수행정진하고 있다.

아침저녁 두 번의 예불과 찬불가 연습, 취업장의 출력, 밤 10시까지의 교리공부에 육신은 몹시 피곤하고 힘들지만 마음만큼은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자유스럽고 행복하다. 특히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오시는 큰 스님들의 법문은 어리석음과 무명으로 가득했던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고 참선 수행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다.

참선 수행은 우리들의 맑고 깨끗한 불성(佛性)을 깨달아 견성(見性)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큰 스님은 말씀하셨다.
나 또한 참선 수행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고 이른 새벽 참선 수행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무명 속에 가리워진 참나의 본래면목을 깨닫기 위해 열심히 수행정진하고 있다.

아상과 교만으로 가득했던 나!
이제는 이웃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머리를 숙이며 수순할 수 있게 되었고 항상 밝은 마음으로 감사하며 살게 됐다.
죽음과도 같았던 절망과 괴로움 속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 영원한 행복이 무엇언지 깨닫게 해 주신 거룩하신 부처님께 머리 숙여 감사 올린다.

나는 오늘도 이른 새벽 부처님께 발원 올린다.
삼계 도사이시며 사생의 자부이신 석가 세존이시여!
어리석음과 무명으로 가득한 제가 부처님께 부끄럽지 않은 삶, 나 자신을 속이지 않는 청정(淸淨)한 삶 살아가게 해주옵고, 일체 모든 중생들이 나와 같은 절망 속에서가 아닌 행복 속에서 부처님을 만날 수 있는 불연(佛緣) 만들어 주시길 간절히 간절히 기원하나이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끝)
이상문(경기도 안양시) | |
2005-03-21 오전 1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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