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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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 없는 수행은 없다"
‘종합 기초수행법’인 참법(懺法), 그 요체는?
출가 및 열반절을 맞아 전국 사찰에서 참회수행이 한창이다. 사진은 해인사 백련암의 정진 모습. 현대불교 자료사진.
“그대의 죄를 가져오너라!”
“죄를 찾아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조 혜가 대사와 제자 승찬 사이에 오간 ‘참회 문답’. 승찬은 이어 스승 혜가 선사에게 무상(無相)참회의 경계를 내어보인다.
“오늘 죄의 본성이 안에도 밖에도 중간에도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 마음이 본래 여여한 공(空)인 것처럼, 죄의 티끌 또한 그러합니다.”
“됐다(그리고 입을 닫다).”

삼조 승찬 스님이 제시한 참회(懺悔)의 원리. 이 같은 무상참회는 육조 혜능 대사가 <육조단경>에서 강조한 ‘자성(自性)참회’로 연결된다. 즉 ‘제법의 참된 실상을 여실히 보면, 삼세에 지은 죄의 업장을 소멸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그럼, 참회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하는가? ‘성찰 없는 삶은 허망한 업 놀음일 뿐’이라는 참회수행법. 3월 17ㆍ24일 부처님 출가ㆍ열반절을 맞아 ‘지혜의 칼날’로 망상의 뿌리를 자르는 참회수행법(懺法)에는 무엇이 있고, 그 수행법의 흐름은 어떤지 살펴본다.


▥‘참회 없는 수행은 없다’


지난 1991년 관음대참회수련원을 개원한 나주 불회사 주지 정연 스님은 “참회 없는 수행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참회가 근본 무명인 업식(業識)을 녹이는 마음공부의 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참회는 모든 불교 수행법의 기초가 되는 것은 물론 출발점이 된다고 강조한다.

“업식의 정화 없이는 어떤 수행법에서도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자기가 지은 업장을 해결하지 않고 깨달음을 추구한다면, 모래로 밥을 짓는 꼴입니다. 참회가 그래서 중요합니다.”
참회 수행법을 강조하는 일산 원각사 주지 정각 스님도 마찬가지다. 어떤 수행법이든 철저한 자기반성이 전제돼야 수행이 제대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발원도 세울 수 있고 용맹정진도 할 수 있다.

“죄든 업이든 이것들은 자성이 없습니다. 마음이 삼독심을 좇아 일어나는 망상일 뿐입니다. 아무리 오랫동안 쌓아온 죄라도 한 생각(一念)에 없어집니다. 참회수행이 공성(空性) 논리에 입각해 마음을 본래 자기 자리로 되돌리게 만들어 줍니다.”


▥참회는 자기발원


육조 혜능 선사는 <육조단경>에서 “영원히 번뇌 망념을 짓지 않고 끊어버리는 것이 참회”라며 무상참회법문을 했다. 즉 ‘참(懺)’이 자기 행위를 반성하는 것이라면, ‘회(悔)’는 다시는 그와 같은 잘못을 범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살겠다는 다짐이란 의미다. 달리 말하면, 참회는 자기발원(發願)인 셈이다.

이 같은 참회수행법은 천태지의 대사가 제시한 이참(理懺)과 사참(事懺)으로 그 수행흐름을 살필 수 있다. 사참은 신구의(身口意) 삼업으로 지은 죄업을 참회하기에 보통 수사분별(隨事分別)참회라 한다. 반면 이참은 이치의 실상을 보고 죄를 멸하는 참회로 관찰실상(觀察實相)참회라고 말한다. 쉽게 말하면, 이참은 제법의 실상을 꿰뚫어 보고 자성이 공임을 자각하는 것이고, 사참은 외적으로 드러나는 업의 제거를 위한 참법인 셈이다. 흔히 일반적으로 ‘참회한다’는 것은 사참에 해당한다.

결국 진정한 참법은 죄의 실체가 없음을 바로 알아 우리의 자성을 밝히는 것이다. 즉 단순한 기복차원의 자기 속죄가 아니라 ‘참회 없는 참회’를 하기 위한 적극적인 수행법이다.

참회는 모든 수행의 기본이다. 현대불교 자료사진.


▥참법을 ‘토털수행법’이라 부르는 이유는?


이런 참법은 대부분의 수행자들에게 ‘토털수행법’이라고 불린다. 참법이 절 염불 진언 독경 사경 등의 다른 수행법과 동시에 함께 할 수 있다는 특징 때문이다. 절참법, 미타참법, 진언참법, 관음참법, 자비도량참법 등 참법의 유형이 다양한 것도 이런 점에서 비롯된다.

그럼, 참법이 진언 염불 절 등의 다른 수행법과 병행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위덕대 불교학과 교수 무외 정사(무애심인당 주교)는 ‘참법의 포용성과 다양성’에 있다고 설명한다. 참회수행법은 일반적인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자기참회로서의 사참과 불법의 지혜를 깨닫는 이참까지 그 원리를 확장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참회는 자기성찰로 인한 마음공부의 원력과 발심을 다양한 형태의 수행법으로 구체화시킨다. 때문에 참회가 불교 수행법의 기초이자 ‘토털수행법’이라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무외 정사는 육자진언염송을 통해 법신불이 곧 자신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진언참법이 중생의 신구의 삼업(三業)을 부처의 삼밀(三密)로 전환케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한다. 즉 참법이 맹목적일 수 있는 진언염송을 적극적인 수행으로 바꾸면서 ‘지금 이 순간에 벌어진 인연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실시간에 깨닫게 한다는 것이다. 즉 ‘옴마니반메훔’을 외는 순간순간 마다, 참회로써 자기죄업의 실상을 여실히 확인하고 ‘즉신성불(卽身成佛)’의 가능성을 재확인한다는 의미다.

미타참법에서도 마찬가지다. 양산 정토원장 정목 스님은 참회가 피상적일 수 있는 염불수행을 수행자 스스로 자기화할 수 있도록 만든다고 강조한다. 참회가 염불수행을 수행자의 내면으로 더욱 치열하게 이끌어준다는 것이다. 참회가 염불수행에 기폭제를 제공한다는 말이다.


▥어떤 변화 일으키나?


참회 수행법이 일으키는 변화는 ‘발고여락(拔苦與樂)’에 있다. 즉 ‘괴로움의 뿌리를 뽑고, 즐거움을 준다’는 것. 무엇보다도 자기 참회의 과정을 실시간으로 직접 살피면서 스스로 자기업장이 녹아가는 모습을 확인, 실질적인 자기변화를 이끌어낸다.

매년 한번씩 서울 도선사에서 자비도량참법 기도를 하고 있는 전업주부 강화자(63ㆍ서울 석관동) 씨의 경우는 ‘참회를 식사 후 설거지’로 비유한다. 알게 모르게 지은 일상속의 잘못을 늘 참회로써 자신을 성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강 씨는 ‘마음이 달라지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오히려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세상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도박으로 금전적인 손실은 물론 잦은 불화를 일으킨 남편이 한없이 미웠고, 모든 것이 남편 탓인 것만 같았다.

그러던 중, 10권의 참법을 매일 한 권씩 독경하고 절을 하는 자비도량참법기도를 시작하면서 변화가 다가왔다. 특히 강 씨는 질투와 시기심으로 큰 죄를 짓고 구렁이로 환생한 황후 치씨가 양무제에게 참회를 고하는 ‘자비도량참법의 인연설화’에서 남편에 대한 원망을 접게 됐다고 한다. 스스로가 부끄러워 기도 내내 울었다.

강씨는 또 7권을 독경할 때, ‘발심수행으로 원수를 용서한다’는 구절을 읽고, 자신이 남편과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됐고, 남편에 대한 마음가짐부터 달라졌다.

이처럼 참법은 자기변화의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수행자의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해낸다. 현실 생활에서 겪는 사소한 문제들의 원인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참법의 기본서, ‘자비도량참법(慈悲道場懺法)’은?


<자비도량참법>은 중국 양나라 무제의 지시로 여러 학승들이 편찬한 참회수행서다. 총 10권으로 구성됐고, 권마다 참회글, 발원문, 3천배 참회문 등이 담겨있다. 이 참법의 특징은 자비를 증장해 모든 중생을 고해에서 해탈케 해주는 참회법문들로 편집됐다는 점이다.

<자비도량참법>의 특징은 독경, 절 등과 함께 한다는 점이다. 특히 보살의 수행단계인 ‘십지(十地)와 총 1719배의 절 횟수를 각권 마다 배대했다. 가령 1권에는 십지의 ‘환의지’를, 절 횟수는 63배를, 마지막 10권에는 ‘법운지’와 186배를 할당해 놓았다.

이 같은 <자비도량참법>은 ‘10일간 10권 자비참법’ 또는 ‘100일 정진기도’ 형식으로 전국의 사찰과 수행단체에서 참회수행법으로 행해지고 있다. 현재 <자비도량참법>을 통해 참회기도를 하고 있는 곳은 서울 도선사, 통도사 부산포교원, 수원 봉녕사, 포천 법왕사, 대구 원만사, 서울 정수암, 남원 실상사 화엄학림, 진주불교회관 등 20여 곳이다.

이 가운데 진주불교회관은 매월 음력 초하루부터 10일간 새벽 4시~6시에 <자비도량참법>을 1권씩 독송하면서 오체투지를 하고 있으며, 도선사는 매년 음력 1월 24일부터 100일간 이 참회수행법을 30년 넘게 진행하고 있다.

청도 운문승가대학장 영덕 스님은 “자비도량참법에는 정각의 성취, 보리심의 상속, 현실 속에서 물질의 풍요를 바라는 발원 등 일체 중생의 모든 발원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며 “무엇보다도 불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참회할 수 있는 ‘마음의 도량’을 닦는 자세를 가져한 한다”고 강조한다.
김철우 기자 | in-gan@buddhapia.com
2005-03-16 오후 12: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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