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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도 4000여 불자들의 구도열기를 꺾을 수 없었다.
3월 12일 오후 2시 열린 ‘간화선 대중화를 위한 10대선사 초청 범어사 설선대법회’ 그 두 번째 순서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4000여 불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부산 범어사에서 봉행됐다. 참가 불자들은 체감온도가 영하 7도에 이르는 날씨에도 보제루와 대웅전 앞마당, 설법전, 지장전을 가득 메운 채 법문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21세기 대안, 왜 선인가’를 주제로 법문한 혜국 스님(석종사 금봉선원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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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최근의 이러한 현상이 나와 남을 나누고, 주관과 객관을 나누어 생각하는 서양의 이원론(二元論)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 후, 나와 우주가 둘이 아니라는 가치관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스님은 “오늘날 우리는 영어를 못 알아듣는 것은 부끄럽게 여기면서도 불법(佛法)을 일러주는 가르침을 못 알아듣는 것은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며 “안다는 망상에서 벗어나 진정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시간 30여 분에 걸쳐 조사들의 일화를 통해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길’을 일러 준 스님은 “지금의 잘못된 가치관을 후손에게 그대로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는 당장 나부터라도 내가 나를 깨달아야 한다”며 “법문을 듣는 데만 그치지 말고 하루 10분만이라도 나와 남이 떠난 그 자리인 화두를 참구해보라”고 당부했다.
법회 후에는 질의법사 설우 스님(법인정사 선원장)의 질문이 이어졌다. 설우 스님의 “조사선과 간화선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혜국 스님은 “조사선과 간화선은 그 깨닫는 목적지와 방법이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 또한 “독서삼매라고 할 때의 삼매와 간화선에서 말하는 삼매가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서는 “앞서 말한 삼매는 주관이 그림자 속에 빠진 것을 말하는 반면, 간화선에서 말하는 삼매는 의식까지 넘어선, 화두와 한 덩어리가 되는 바로 그 순간을 말한다”고 말했다.
재가질문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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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국 스님은 “마음으로 만들어지는 신심은 결국 변하게 마련이다”며 “신심이 제대로 서면 분심과 의정은 저절로 서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3시간 동안 계속된 법회가 끝나자 참가자들은 7시부터 이어질 참선 실수를 위해 자리를 옮겼다. 특히 이날은 참가자들이 많아 보제루와 설법전에서 동시에 실수가 이어질 예정이다.